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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정수연 교수의 부동산 정책 오해와 진실⑥
 
2022-08-18 10:10:05
◆ 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부동산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도 재난도 언제나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들이닥친다. 10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단란한 한 가족의 보금자리와 생명을 앗아가더니 잇달아 들려오는 비극적인 소식의 진원지는 모두 반지하였다.

반지하 집. 수해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물에 잠기고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이 주거지는 원래는 방공호 목적으로 만들어져 환기·채광이 열악하고 주거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그리고 한 가족의 죽음으로 반지하 집은 사회적 이슈가 되더니 불과 이틀 만에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 계획이 공표됐다.

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논쟁도 활발해졌다. 임대인의 탐욕으로 그러한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앞으로 규제를 통해 지하 공간은 주거용으로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결국 최종 대안은 ‘공공임대주택 확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반지하 주택을 없애면 그 저렴한 주택을 원하는 사람들은 쪽방으로 내몰린다’는 비판도 있다. 여러모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논쟁은 언제나 정책가를 움직이는 힘이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반지하 집을 없애고, 거기에 살던 사람들이 모두 공공임대주택으로 가는 것이 해법인가? 그래서 또다시 공공임대주택 일변도 정책으로 되돌아가야 하는지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비극이 일어난 지역은 서울 관악구다. 침수피해가 컸던 서초구에도 반지하 집이 다수 존재한다. 반지하 집에 대한 수요가 있으니, 반지하 집이 있는 것이다. 그 수요는 왜 있는 것일까? 일자리가 가깝고 생활 편리성이 좋은, 즉 입지가 수요자 입장에서 최적이기 때문이다. 서울 빌라 지하층의 전셋값은 2021년 평균 1억 원이었고, 서초구의 경우 2021년에 전셋값이 1억7000만 원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격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반지하에 대한 지불의사가 높다는 것이다.
해법이 하나여서는 안 돼”



출퇴근이 괴로운 서울 외곽의 집 지상 1층을 택할까? 아니면 출퇴근 걱정 없고 편리한 서울 강남 근처 집 지하 1층을 택할까?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고민 끝에 지하 1층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공공임대주택을 선택할 것인가? 공공임대주택이 그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가장 최적의 입지에 지어져야 하며, 물량 또한 많아야 한다. 그러나 사실 공공임대주택이 최적의 입지, 강남에 위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반지하 가구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다 해도, 그 입지가 마음에 차지 않는 사람들은 그 공공임대주택을 외면하고 ‘법으로 금지된 반지하 집’을 불법으로라도 사용하고자 할 것이다. 암시장 가격이 형성되고 반지하의 임대료는 상승할 것이다.

소득 1분위와 2분위를 위한 임대주택공급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수요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맞추려면 그 답이 ‘공공임대주택’ 단 하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경구,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를 떠올려야 한다. 뜨거운 가슴을 먼저 열고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결하려는지 생각해보자. 반지하에서 열악한 주거환경을 감내하며 살다가 재난이 닥치면 제일 먼저 위험해지는 우리 이웃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반지하를 없애는 것은 답이 아니다. 그들은 불법으로 내몰리거나 아니면 저렴한 임대료로 빌릴 수 있는 쪽방이나 고시원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 지금으로써는 오히려 열악한 반지하를 개보수하고, 쾌적하게 바꿀 수 있도록 집주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 시카고 지역에서는 다락·주차장·지하 공간을 집주인이 주택임대목적으로 리모델링하려고 하면 건축설계비용 1만 달러, 건축비용 7만5000달러를 보조해준다.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물론 집주인은 그 집에 살고 있어야 하고, 집주인의 소득도 중위소득 140% 이내여야 하며, 리모델링된 집은 한 달 살기 같은 형태로 임대돼서는 안 된다.

이런 정책은 반지하의 집주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는 정책이다. 반지하는 대부분 은퇴한 노인들이 소유한 노후 다가구주택이고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도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이다. 반지하 개조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원하는 입지라서 반지하를 감수하는 사람들이 좀 더 좋은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첫 번째 효과, 두 번째 효과는 은퇴한 노인들의 일정 수입을 보장해 그들에게 들어가는 복지재원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지하를 없애면, 거기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쪽방이나 더 열악한 곳으로 가야 한다. 그렇다고 반지하를 벗어나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면 그들은 그 돈을 들고 지상으로 올라와 지상의 집을 두고 임대료 경쟁을 해야 한다. 임대료 경쟁의 결과는 임대료 상승이다. 이제는 지상에 사는 거주자들 임대료도 상승할 판이다.

그것뿐인가? 반지하가 비워지면 그만큼의 소득을 잃은 다가구 집주인들은 어찌해야 할까? 그들이 노인이라면 이제 국가에 기대야 할 것이다. 재원이 부족하니 세금을 더 걷어야 할 것이다. 악순환이다. 반지하에 살던 사람도, 지상에 살던 사람도, 그리고 집주인들도 누구도 행복해지는 사람이 없다. 정책이 늘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인센티브로 시장을 움직이게 해야”



반지하 가구에 언제 지어질지 모르는, 그리고 얼마나 좋은 입지에 얼마나 많이 지어질지 모르는 공공임대주택을 기다리게 하느니 인센티브로 시장을 움직이는 게 더 나은 방법이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우리 이웃들을 신속하게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원하는 입지에서 더 나은 주거환경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시장에 맡기고, 차가운 머리로 시장을 움직일 유인책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 반지하를 없애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반지하를 수요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체주거지가 없는 상태에서는 부작용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으며, 대체주거지가 반드시 공공임대주택일 필요는 없다.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좋은 입지에 공급이 부족한 문제다. 누구나 직주근접이 좋은 입지에 거주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곳은 임대료는 높고 갈수록 공급은 적어진다. 공공이 주도하면 공급은 계속 적을 수밖에 없다.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대주택이 왜 반드시 공공에 의해서만 공급돼야 하나? 민간임대주택이 더 신속하고 입지도 다양하다. ‘오늘’ 인센티브 제도를 하나 잘 만들면 ‘내일’ 민간임대주택이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시장에 맡겼을 때만 볼 수 있는 공급의 힘이다.

임대인에게 왜 혜택을 주어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며 임대인을 미워하는 사람들일수록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라고 주장해야 한다. 공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임대료는 하락하고 임대인의 이윤은 줄어든다. 임대인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임대인을 괴롭힐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방법이 바로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려 하면 할수록 늘 빈자를 괴롭히는 결과를 야기하고, 단죄하려 하면 할수록 늘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어주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 소개: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한국감정평가학회장. 중앙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19년 감정평가학술대상 최우수상, 2020년 서울부동산포럼 제1회 학술대상을 받은 바 있다. 부동산경제학·부동산대량감정평가·부동산계량경제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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