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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국정운영,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2022-08-02 17:09:52

◆ 한선재단 기술혁신연구회부회장으로 활동중인 곽노성 혁신과규제연구소장의 칼럼입니다.


새 정부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그 원인을 두고 여당 내 불협화음부터 인사 논란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들 핵심에서는 벗어난 듯싶다. 여당의 문제라면 국민의 힘 지지율이 대통령보다 낮아야 하는데 조사 결과는 반대다. 장관급 인사는 거의 마무리되었는데 지지율 하락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듯하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

국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개혁 어젠다는 잘 보이지 않는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 또한 뭔가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각 부처가 대통령 보고를 하고 있지만 이런 흐름을 바꿀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점점 더 불안하다. 그 중심에는 책임장관제가 있다.

청와대 정부라 불릴 정도로 지나치게 대통령실에 집중되었던 정책기능의 정상화는 꼭 필요하다. 헌법에서도 장관은 부처의 장이기 이전에 국정운영을 논의하는 국무위원이다. 하지만 책임장관제가 지금 정부 상황과 맞지 않아 정책조정과 개혁동력을 약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반도체 인력육성 방안은 정책조정이 부족한 대표적 사례다. 대통령이 지시하자 교육부와 산업부, 과기정통부는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 과정에서 부처 간 협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산업부가 제공했으면 될 인력수요를 교육부가 따로 찾느라 고생했다. 한 부처가 정책을 발표하면 다른 부처가 비슷한 정책을 발표하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일의 순서도 뒤바뀌어 가장 상위전략인 산업전략을 제일 늦게 발표했고 가장 지엽적인 과기정통부의 인력양성사업을 제일 먼저 발표했다.

지금 경제사회 부처는 스스로 개혁과제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관 혼자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지난 15년 정치권 주도의 국정운영이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을 그렇게 바꿔버렸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 한때는 이 말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이제는 그런 논란조차 없다. 공무원은 당연히 영혼이 없고 정권이 시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인식이 마치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국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했다. 자신의 기획이 국가정책이 된다는 보람에 사무관은 밤낮없이 일했다. 외부와의 갈등도 중요하지 않았다. 사무관은 싸움닭이라며 뒷일은 국장이 책임질 테니 소신껏 해보라는 분위기였다.

요즘은 반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 최소화다. 점진적 개선이 제일 좋다. 갈등을 수반하는 개혁은 위험하다. 때로는 잘못된 윗선의 지시도 그럴듯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무관은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산하기관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어려운 일은 민간위원회를 만들어 책임을 넘겨야 한다. 눈치를 잘 봐야 한다. 자꾸 문제의식을 느끼면 공직에서 버티기 어렵다.

국정운영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대통령실이 국정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다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통령이 원칙만 잘 지키면 대통령실을 활성화하면서도 책임장관제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대통령실은 민생현장과 소통하면서 대통령이 각 부처를 독려하는 데 활용할 구체적인 자료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위원회를 만들 필요는 없다.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과학기술자문회의로 충분하다. 부족하면 TF 만들어서 논의하면 된다.

대통령과 장관 사이의 거리감이 제일 중요하다. 장관이 원하면 언제든지 비서실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대통령이 장관에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건 위험하다. 정답을 주기보다 부처가 답변할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이 나온다.

방향이 옳다고 항상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는 방법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나서서 장관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이제 다음달 중순이면(보름 후면) 새 정부 출범 100일이 된다. 더는 지체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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