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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정수연 교수의 부동산 정책 오해와 진실⑤
 
2022-07-28 09:56:03
◆ 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부동산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약은 잊어야 한다. 그 공약들은 부동산시장 호황기에 만든 것들이다. 청년과 서민을 위해 짰던 그 공약들을 이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복합위기의 삼각 파도(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멀리 지나갈 때까지 최소 1년은 그래야 할 것이다. 서민과 청년들을 위해 했던 약속을 지키려 애쓰는 정부만큼 멋진 것은 없다. 그러나 공약 설계 당시는 경기 침체기가 아니었다. 부동산 경기 활황기에 설계했던 공약들은 잠시 미뤄둘 때가 왔다.

미국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주택담보 대출 이자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고물가에 소득은 제자리, 대출이자 부담 증가로 지금도 힘이 드는데, 시중에서는 대출 이자율이 연말에 8%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새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에 제동을 걸었고, 4억원 미만 주택담보 대출에 대해서는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유예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년간이라도 원금과 이자를 매월 동시에 상환하는 분할상환제를 이자만 상환하는 거치식 상환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 차주(借主)의 원금상환을 1년간 유예하라



청년과 자영업자를 위해 짰던 공약들은 이제 단 1년 만이라도 전 국민, 전 계층에게 적용해야 한다.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대출이자도 증가하고, 전 정부에서 급상승한 공시가격은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올려 국민 호주머니는 이미 비었다. 전세 대출과 담보 대출 원금상환이라도 1년 유예해야 한다.

애초에 급증하는 가계 대출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지금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 자체가 막혀있다. 주택가격 하락기라서 누구도 집을 사려 하지 않는다. “청년만 사람이냐”라고 계층갈등이 폭발하려는 시점이다. 전 국민 숨통을 틔워주는 일이니 한시적으로 해볼 만한 정책이다.

한국인의 근면·성실함, 부채는 끝까지 갚으려는 근면한 민족성은 우리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가지게 한다. 다른 나라들보다 과도한 규제라고 여겼던 낮은 담보인정비율(LTV) 운용이 위기를 막는 또 다른 장치로도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LTV가 아직은 60% 수준이기 때문에 부실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해 미국 금융위기 같은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수립자는 언제나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 몇 개의 카드를 더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경험에만 의존하여 방심하면, 이 가보지 않은 길의 끝에 가서 크게 당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도, 연속 3차례나 기준금리를 상승시킨 것도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겪는 일이다. 연말에는 최소 1차례 이상 기준금리 상승이 또 있을 것이다. 미국보다 낮은 이자율은 국내 자본을 해외로 유출시킨다. 이 때문에 하반기 기준금리 상승은 우리 정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1998년 IMF,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어낸 경험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겸손해져라. 2022년은 그때와는 다르다. 대출한 차주(借主)들이 그 당시에는 이자만 상환하면 됐지만, 지금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고 있다. 그때보다 더 큰 부담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칠 대로 이미 지친 국민이고, 취약할 대로 취약해진 경제 상황이다. 불황의 골짜기는 그때보다 더 깊을 수 있다.

1인 가구 부도위험에 대비하라



게다가 지금은 1인 가구의 시대다. 1인 가구일수록 주택담보 대출 부실위험이 더 크다는 것은 여러 학자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더구나 그들은 정서적으로도 고립되기 쉽고, 우리 사회 각 커뮤니티 간 연결고리들은 중간에 끊어진 곳이 너무 많다. 그들이 어느 날 채무불이행의 위험에 직면하였을 때 은행이 원리원칙만을 이야기하고, 어디 한군데 호소할 곳이 없을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고 한참 뒤에야 미국 정부는 채무지불을 유예하는 모기지 모라토리엄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가구의 채무불이행과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는 퇴거가 일어난 이후였다. 정책은 늘 한발 늦다.

그러니 한국인의 우수한 민족성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혹여 사용하지 못할 정책일지라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집을 잃을까 봐 걱정된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국토교통부 긴급주거지원센터로 연락하셔서 무료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압류를 피하세요”라는 문구 하나를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내걸어 보는 것을 고려하자. 의논할 길 없는 1인 가구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2008년 HUD(주택청)가 은행들과 공조해 주택담보 대출 연체로 집을 잃게 되는 사람들을 위해 전 가구 대상 안전망을 마련했다.

제주도는 과거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전국에서 최초로 ‘주거위기가구 긴급주거지원정책’을 펼친 적이 있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주거금융위기의 피난처를 마련할 때다.

방심은 금물이다. 복합위기의 삼각 파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고 시장 상황도 아주 고약한 지경이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플레로 실물자산인 주택의 가격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공급자의 믿음은 고분양가를 유지하게 해 결국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수요자는 더 큰 하락장을 기다리며 선뜻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팔리지 않는 집, 미분양은 건설사 자금 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건설사 부도 위험이 커지면 커질수록 파국의 위험도 커진다. 만약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Financing)이 부실화돼 건설사들이 도산하고 그 파급효과가 경제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면 국민의 삶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피난처는 재난이 일어난 다음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이 일어나기 전 마련하는 것이다. 새 정부의 신속하고 짜임새 있는 안전망을 기대한다.


※ 필자 소개: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한국감정평가학회장. 중앙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19년 감정평가학술대상 최우수상, 2020년 서울부동산포럼 제1회 학술대상을 받은 바 있다. 부동산경제학·부동산대량감정평가·부동산계량경제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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