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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유·무효 판단 기준
 
2022-06-30 11:23:51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후폭풍 거센 임금피크제

임금피크제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어떤 사안을 두고 법률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을 때 법원이 적극적 해석을 통해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영미 판례법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한국과 같은 성문법 국가에서도 이것이 가능함은 물론이고, 바람직하기까지 하다. 성문법은 모든 규칙을 문장으로 만들어 공포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세상만사를 모두 법규로 규정하기는 어렵고, 대강의 법률이 만들어지면, 나머지 빈 공간을 판례법으로 보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입법이라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장난감이 되지 오래고 국회가 만든 법률이라는 것이 망가진 장난감이 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이때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치밀하게 공부한 결과물인 법원 내부 판단 기준이 도리어 성문법보다 더 신뢰를 받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


대법원은 최근에 산업계에 화제가 된 임금피크제 판결(대법원 2022. 5. 26. 2017다292343)에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test)으로 다음 4가지를 제시했다. ①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③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④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이 그것이다. 대법원은 위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의 이와 같은 시도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다만, 이 기준이 모든 사건에 다 적용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고, ‘예를 들면 이렇다’는 예시적(例示的) 규정이어서, 영구한 것이 될 수는 없고 새로운 사례를 연구·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를 보충하는 기준 또는 새로운 기준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이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유형인 정년 보장형(정년 유지형), 정년 연장형, 고용 연장형 등 3가지 유형 중 ‘정년 보장형’에 관한 판결이다. 정년 보장형은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취업규칙 등에 이미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되어 있는 사업체가 채택한 유형이다. 즉, 60세 이상으로 되어 있는 현 정년을 보장(유지)하면서 정년 도래 3~5년 전부터 임금을 감액 조정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정년이 60세로 되어 있는 기업은 많지 않았으므로 이 유형의 임금피크제 소송도 많지 않다. 대부분 기업이 채택한 것은 당시 58세 정년으로 되어 있던 것을 60세로 연장하면서 그 2년의 기간 동안은 임금을 덜 지급하기로 하는 ‘정년 연장형’이었다. 삼성전자, 대한항공, POSCO, KT 등 대부분의 기업이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후폭풍 거센 임금피크제

한국노총은 위 대법원 판단 기준이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독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위 4가지 기준은 세부적으로 약간의 변경은 있을 수 있으나, 그 중 일부는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적용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위 4가지 기준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다. 임금피크제의 타당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임금체계는 대부분 호봉급 중심으로, 강력한 임금 하방경직성이 특징이고, 따라서 고령근로자에 대한 조기퇴직 압력이 크다. 조기퇴직 압력을 완화하고 청년 고용 기회 확대를 위해서도 임금피크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직무급·성과급 제도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이기 때문에, 조만간 한국에서도 직무급·성과급 제도가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때는 임금피크제는 자연히 소멸하게 될 것이다.


둘째,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다. 이것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고, 전체 직원의 임금 수준,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는 사람과 되지 않는 사람 간의 비교, 임금피크제 적용 전후 봉급의 차이 등 여러 요인을 검토해야 하고, 그 타당성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셋째,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이다. 회사는 월급을 깎은 만큼 근로자의 노동시간을 줄여주는 등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생산직처럼 시간소모량을 측정할 수 있는 경우는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에 대하여 작업시간 등을 경감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직이나 사무직의 경우 나이에 따른 연구활동이나 사무처리에 차별을 둔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직종에 따라서는 이 기준은 무의미한 것이 될 수 있다.


넷째,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불합리한 기준이어서 적용이 불가능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스마트 팩토리 구축, 로봇의 사용 등으로 작업환경의 변화 속도에 맞춰 모든 기업이 인력을 점점 줄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청년고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면 임금피크제 자체가 무용한 제도로 전락할 것이다. 인력의 축소는 임금피크제와 무관하게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청년을 얼마나 채용했는지가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면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다. 장차는 어떤 기업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임금피크제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이처럼 임금피크제 무효 여부를 따지는 네 가지 기준은 실제 사건에 있어서는 적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임금피크제 무효소송의 원고가 승소할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 특히 정년 보장형이 아닌 다른 유형의 경우에는 소송비만 날리는 무익한 소송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실제로 위 대법원 판결 이후 나온 KT판결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KT가 채택한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유효라고 판단했다. KT판결의 경우 위 네 가지 기준에 비추어도 문제가 없었고, 더군다나 ‘단체협약’으로 정년 연장과 임금 삭감에 대해 노사 간에 합의가 있었던 경우다. 이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차별금지의 예외) 제3호,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연령차별로 보지 아니한다는 법규정을 법원이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제시한 임금피크제의 유·무효를 판단하는 네 가지 기준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글/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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