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에너지경제] 국민을 가볍게 여기는 ‘검수완박’
 
2022-04-20 10:40:25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존재이유는 국민의 안전보호와 소유권 보호다. 이는 외부의 적들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국방, 국내에서 국민의 안전, 소유권을 지키는 치안과 사법질서 유지로 구체화된다. 지금 한국은 치안과 사법질서 유지와 관련해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검찰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소위 ‘검수완박’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했다. 이달중 이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에 공포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의 요지는 모든 범죄 수사는 경찰이나 다른 기관이 하고, 검사는 공소제기ㆍ유지만 맡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치안과 사법질서는 붕괴한다. 대부분의 나라는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영국조차도 중대범죄수사청(SFO)은 대형 경제 범죄에 한해 수사와 기소, 재판까지 모두 책임진다.

민주당이 갑작스럽게 이런 무모한 일을 추진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검찰의 과도한 특권 제한’이라 한다. 검찰에 무슨 특권이 있는 지 의문이지만, 특권만 손보면 될 일을 검찰 고유 업무를 완전 박탈하는 것은 그 의도가 순수한 것 같지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헌법과 국회법의 규정대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책임 있게 심의할 것"이라면서, "국민이 주신 헌법적 권한을 합당하게 국민을 위해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적 절차’와 ‘국민이 주신 헌법적 권한’이란 야당이나 국민의 여론은 무시하고 민주당 172석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겠다. 그리고 ‘국민을 위해’라는 말은 대부분 위정자가 자신의 사익을 감추고자 궁여지책으로 써 먹는 말장난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1700년대 사람 애덤 스미스는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물론 그는 경제적 관점에서 이 말을 했겠지만, 절대적으로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할 정치세계에서도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다.

수사를 하려면 영장이 필요하다. 헌법상 강제구인 영장, 압수수색 영장, 구속영장 등 모든 영장은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게 돼 있다. 헌법은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12조 제3항),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16조)고 규정한다. 어떤 국회의원은 헌법에 검사의 수사권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서 검찰총장에게 헌법을 제대로 공부하라고 일갈했다. 헌법에 ‘집회ㆍ결사의 자유’만 규정되어 있고 동창회 규정은 없으니 동창회는 할 수 없다는 것과 다름없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주장은 검사는 경찰로부터 송치된 사건을 아무 검토 없이 무조건 법원에 들고 가 영장을 청구하는 기계적인 활동만 하라는 것이다. 영장을 청구하려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법원을 확신시켜야 한다. 법원을 확신시키려면 검사 자신이 유죄의 확신을 가지야 한다. 검사가 확신할 수 있으려면 사건 자체를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찰이 미흡한 부분을 재수사할 수 있어야 하고, 재수사를 하지 않더라도 확인은 반드시 해야 한다.


국민의 인신을 구속하고 기소하기 전에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검증절차가 엄격하고 철저할수록 국민의 이익은 더욱 강하게 보호된다.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검증 모두가 필요한 이유다. 범죄 총량은 줄어들지 않는데 검찰을 눈뜬 송장으로 만들고 수사는 경찰에만 의존한다면 오판으로 무죄율이 높아질 수 있고, 범죄자가 처벌을 피하는 비율도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국민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검수완박’ 반대는 52.1%, 찬성은 38.2%로 반대여론이 크게 우세했다. 국민을 위한다면서도 실상은 국민은 장기판의 졸(卒)로 보는 폭거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 칼럼 원문은 아래 [칼럼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칼럼원문 보기]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289 [동아일보] “중국공산당 超限戰에 대한민국 무방비 노출” 23-04-14
2288 [머니투데이] 막힌 개혁, 더 치밀하게 더 과감하게 뚫자 23-04-12
2287 [문화일보] 커가는 정부 견제론, 쪼그라드는 여당 23-04-07
2286 [서울경제] 통합 국적 항공사 경쟁력 높이려면 23-04-06
2285 [데일리안] 정치인의 성(姓)을 갈아주자 23-03-31
2284 [에너지 경제] 중소기업만 잡는 중대재해처벌법 23-03-31
2283 [조선일보] 베트남·폴란드의 과거사에서 배우는 교훈 23-03-31
2282 [문화일보] ‘실질적 다수결’ 위배 길 열어준 헌재 23-03-24
2281 [문화일보] 지소미아 반대는 北 핵협박 거드는 짓 23-03-20
2280 [문화일보] 탄소 감축 ‘인센티브 방식’ 돼야 한다 23-03-14
2279 [문화일보] SVB 파산 본질과 금융환경 급변 대책 23-03-14
2278 [머니투데이] 눈 감는다고 회색코뿔소를 피할 수 없다 23-03-14
2277 [문화일보] 자칫 국가적 도박 될 독자핵무장… 한국·일본 동시 추진이 최선 시나리오 23-03-09
2276 [매일경제] MBN 영업정지, 과도한 언론 자유 침해 아닌가 23-03-09
2275 [조선일보]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 23-03-08
2274 [데일리안] 한일관계, 반일감정을 악용하려는 정치인이 문제 23-03-08
2273 [헤럴드경제] 원하청이 함께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23-03-02
2272 [문화일보] 내부 균열 부른 李‘정치 탄압’ 프레임 23-02-28
2271 [에너지 경제] 주주행동주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고? 23-02-27
2270 [문화일보] 노란봉투법안, 위헌 요소 차고 넘친다 23-02-2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