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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국민연금 ‘수책위’ 존재이유 있나?
 
2022-03-28 16:08:00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효성·LG화학·신한금융지주 등 이사 선임 무더기 '반대'

수책위 권한은 크지만, 책임 없어…전문성도 결여

국민연금법 개정해 기구 폐지해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는 국민연금법 제103조의3 제1항 제1호에 따라 설치된 법정기구다. 이 위원회는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를 비롯한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행과 관련하여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위원장 또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검토·심의를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검토·심의할 수 있다.


주주총회와 관련하여서는 보통 기금운용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총회 개별 안건에 대해 찬반 의결권 행사를 결정한다. 기금운용본부가 논쟁의 소지가 있는 안건을 기금운용위원회에 보내고,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를 수책위로 보내 찬반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으로 물의가 있을 만한 안건은 책임 없는 외부위원회인 수책위로 넘기는 것이다.


이 수책위가 3월 17일 2022년 제5차 회의를 개최했고, LG화학, 신한금융지주, 한화시스템 등의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이사·감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정관 변경 등에 관한 의결권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그 결과 LG화학의 모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연금, 효성·LG화학·신한금융지주 등 이사 선임 무더기 '반대'

LG화학의 경우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물적분할이 다수 주주의 찬성으로 통과됐음에도 수책위는 경영자가 기업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가벼이 판단했다. 기업가치 하락이란 정의할 수 없는 무형의 피해다. 주가가 조금 하락했다는 것인데, 이것은 물적 분할로 더 큰 성장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는 무시해도 좋다.


또 한화시스템의 경우는 사장 선임을 반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장 후보인 이 분은 재무팀 부장으로 근무하던 2004~2006년 사이 계열사 부당 지원에 나선 혐의를 받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부장 직급으로 무슨 계열사 부당지원을 결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윗사람의 보좌역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 후 15년도 더 지나면서 아무런 법령 위반 사실도 없었고, 많은 성과를 내 주가가 뚜렷이 상승했으며 충분히 실력을 인정받았는데도 수책위는 이분이 평생 경영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판단을 하고야 말았다.


더 이상한 것은 신한금융지주의 사외이사 5인의 재임을 반대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이유는 이 분들이 2019년 10월 이른바 ‘라임사건’이 터질 당시 사외이사로서,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독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라임사건’이란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펀드런 위기에 몰리자 결국 환매중단을 선택한 사건이다.


펀드런으로 책임을 져야 할 자는 펀드를 운용하는 자들이고, 최종 피해자는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이다. 금융기관들은 속아서 적은 수수료를 받고 고객들에게 펀드가입을 권유한 것이므로 피해자들이지만, 감독 당국의 판단에 따라 일정부분 책임을 지게 됐다. 관련 금융기관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 등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를 보면 이 사건을 계기로 금융위원회가 라임펀드 판매 관련 부당권유금지 위반 및 불건전 영업행위 등으로 업무일부정지 6월, 과태료 18억원, 임직원 직무정지 3월 및 면직 상당 등 조치사항을 의결했다. 신한금융투자 경영진이 일부 사직(CEO 및 신한은행 WM그룹장 등)했고, 그룹 차원에서도 금융소비자 보호 및 재발 방지대책, 내부통제 강화 및 고객 중심 그룹 전략을 수립했다.


회사는 또한 피해 보상 원칙 구성 및 고객에 대한 사적 화해 제도 등을 통해 적극적, 선제적 보상 조치 완료했다. 2021년 4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위 회사에 대해 ‘기관주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에 ‘주의’를 의결했다.


그런데 이번에 수책위는 얼토당토 않게, 사고 피해 당사자인 신한금융투자의 임원이 아닌, 이 사건과 별 관련도 없는 ‘신한금융지주’에게, 그것도 사외이사에게 라임 감독책임을 물어 사외이사 재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지주회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인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지주회사와 자회사는 동일한 회사가 아니며, 서로 다른 법인격을 가진 독립된 회사들이다. 지주회사 임원들은 대부분 자회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자회사 일은 자회사 임원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책임의 원칙’이다.

수책위 권한은 크지만, 책임 없어…기구 폐지도 고려해야

현실적으로도 기껏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지주회사를 방문해 2~3시간 회의에 참석할 뿐인 사외이사가 한 번도 방문해 보지도 않은 여러 자회사의 구체적 상품 판매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고 있는지를 사전에 적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수책위는 사외이사가 무슨 천리안이라도 가져야 한다고 우기고 싶은 것인가. 이런 결정은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꼴이 아닌가. 전혀 이치에 닿지 않고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문제는 수책위의 일부 위원들의 전문성 결여다. 위원들 자신은 전문성이 있다고 우기겠지만, 이 사건에서 보듯이 영 아니다. 수책위 위원들은 회의수당을 조금 받는 외에는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는다. 무보수나 다름없는 위원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각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구조다.


반면, 이들의 권력은 막강해, 이들의 잘못된 결정으로 기업은 이미지와 브랜드가치에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그러고도 기업은 아무데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일부 전문성도 없는 위원들이 모여 이런 식으로 중구난방식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수책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수책위 위원들 구성이 반기업적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는 소문이다.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서라도 이 무책임하고 전문성 없는 기구를 폐지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의결권 행사를 비롯해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행은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책임 있는 결정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직접 책임을 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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