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문화일보] 尹·安 단일화, 양보 강요 ‘치킨게임’ 넘어 성과 공유 ‘사슴사냥게임’ 돼야
 
2022-02-24 09:55:56
◆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 김형준의 Deep Read - 野 후보 단일화 협상 관전법

‘샤이 이재명’ 존재 등 영향 野 단일화 않고는 정권교체 힘들어… 안철수 외통수 제안으로 윤석열은 결단 기로에
尹·安 협상, ‘혼자 남기’아닌 ‘함께 살기’로 가는 과정… 경쟁·협력으로 공동권력 창출한 DJP 단일화 사례 성찰해야


후보 단일화가 대선 정국 최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두 후보는 한 사람은 이기고 다른 사람은 지는 ‘치킨게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정권교체의 큰 그림으로 볼 때 단일화 게임은 특정인의 승패를 넘어 둘이 협력해 목적을 달성하는 ‘사슴사냥게임’으로 진화해야 한다.

◇안철수의 선제 제안

국민의힘은 안 후보 제안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핵심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우려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 없이도 윤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실증적 자료들을 검토해보면 이런 믿음은 착각이고 위험하다. 무엇보다 여론조사에서는 잡히지 않는 5% 정도의 ‘샤이 이재명’이 존재한다. 이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호남, 친문(친문재인), 2030 여성층에 많이 포진돼 있다. 설 연휴와 4자 첫 TV토론 이후 SBS·넥스트리서치가 실시한 조사(2월 5∼6일) 결과는 이재명 30.6%, 윤석열 35.0%였다. 이 조사에서 호남의 이재명 지지는 54.8%에 불과했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결집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대선 당일에는 이 후보에게 최소 80%의 호남표가 몰릴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도는 40% 초반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에 못 미친다. 문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층에서도 70% 정도밖에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위 SBS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42.6%로 이 후보 지지보다 12.0%포인트 많았고, 문 대통령 긍정 평가층의 63.5%만이 이 후보를 지지했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2월 2∼4일)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이 후보 지지율은 29.1%로 윤 후보(29.3%)와 접전이었다. 이 모든 게 ‘샤이 이재명’의 존재를 말해준다. 이들은 윤 후보의 “집권 시 적폐 수사” 발언과 맞물려 선거 막판에 상당한 지지율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

◇빅데이터는 말한다

윤 후보 측이 긴장해야 할 것은 또 있다. 바로 빅데이터 분석에서 이 후보에게 열세를 보이는 것이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낙승을 전망했었다. 선거 당일 여론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힐러리 후보의 당선 확률을 91%로 예상한 언론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었다. 빅데이터는 이미 ‘트럼프 당선’을 알고 있었다. 구글 트렌드 검색률에서 트럼프가 힐러리를 시종일관 압도한 것을 토대로 내린 예측이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관 타파크로스가 매스미디어,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 나타난 약 1100만 건의 자료를 통해 온라인 관심도를 분석한 결과, 이 후보(69%)가 윤 후보(31%)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았다(2021년 10월 1일∼2022년 1월 5일). 올 들어서도 이 후보 60%, 윤 후보 40%로 이 추세는 유지됐다(1월 1일∼2월 8일).

안철수 후보의 잠재력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안 후보가 스윙보터인 20대, 학생, 무당층 등에서 높은 지지를 회복하면 윤 후보는 불리해진다. 코로나 비대면 속에서 기존 조직이 강한 세력이 유리한 점도 고려돼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 광역단체장 14곳(82.4%), 기초단체장 151석(66.9%), 광역의원 652석(79.1%), 기초의원 1639석(56.0%)을 석권한 상태다. 여권이 조직력에서 절대 우위란 뜻이다.

◇단일화 외 방법 없다

이런 분석이 던지는 함의는 야권이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하려면, 후보 단일화 이외의 다른 방안은 없다는 것이다. 담판에 따른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윤 후보는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김대중(DJ)과 노무현이 보여준 결단을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1997년 DJ는 압도적인 1위였지만 100% 정권교체를 위해 지지율 한 자릿수의 김종필(JP)과 연대했다. 노무현은 단일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정몽준이 제시한 역선택 방지 조항들을 모두 수용해 여론조사 경선을 성사시켰다. 당시 노무현은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회창이 승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결단을 내렸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협상은 ‘치킨게임’으로도 설명해 볼 수 있다. 1962년 10월 구소련이 쿠바 내 미사일 배치 방침을 둘러싸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위기가 발생했다. 두 강대국이 충돌할 경우 세계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었다.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 최적 선택이 이뤄진다.

치킨게임에서는 통상 상대방에 최후통첩을 먼저 제안하는 행위자가 이긴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 단일화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제안”이라고 ‘외통수 제안’을 내놨기 때문에 윤 후보가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고집하면 ‘정권교체 실패’라는 재앙을 맞이할 수 있다.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 한다.

◇野 대선 승리의 길

선거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경쟁자 간 담판보다는 여론조사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때처럼 단일화 경쟁 후보끼리 TV토론을 한 후 여론조사를 한다면 선거 막판에 유권자의 모든 관심은 단일화에 쏠리고, 결국 선거 주도권을 야당이 갖게 된다. 담판 방식은 지지도가 낮은 안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윤 후보가 안 후보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기 어렵다. 또다시 ‘철수’한 안 후보에게 실망한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가지 않고 기권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여론조사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대권 레이스에서 철수하고 윤 후보 당선을 위해 캠페인에 참여할 명분이 생긴다.

야권이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어느 한쪽이 승리하는 치킨게임에서 벗어나 궁극에는 모두가 승리하는 ‘사슴사냥게임(stag hunt game)’으로 게임의 형태를 바꾸는 전략도 필요하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협상은 단일화 이후 두 후보의 협력으로 이어지지 않아 본선에서 실패했다. 반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협상은 노무현이 기득권을 버리고 사슴사냥의 협력 게임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단일화 게임은 후보의 승부사적 기질과 절박함이 승패를 결정짓는다. 이제는 윤석열의 시간이다. 한가하게 경선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일 때가 아니다.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안철수의 선제 제안 : 안철수가 윤석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공식 제안하면서 후보 단일화가 대선 정국 최대 변수로 급부상. 두 후보는 한 사람은 이기고 다른 사람은 지는 ‘치킨게임’ 국면으로 접어들었음.

빅데이터는 말한다 : 2016년 미 대선 때 빅데이터는 트럼프 우세를 예측했음. 현재 윤석열은 빅데이터 언급량에서 이재명에게 꾸준히 뒤져 있는 상태. 윤이 단일화 안 해도 대선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것.

野 대선 승리의 길 : 선거 전략적 측면에서 단일화 후보 간 담판보다 여론조사 방식이 표심에 더 효과적. 정권교체의 큰 그림에서 단일화 게임은 치킨게임을 넘어, 둘이 협력해 목적을 달성하는 ‘사슴사냥게임’으로 진화해야 함.

■ 용어 설명

‘치킨게임’은 두 경쟁자 중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게임. ‘최적 선택’이 상대 행위에 의존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한쪽이 포기하면 다른 쪽이 이득을 보게 됨.

‘사슴사냥게임’의 요체는 두 사람이 협력해야 사슴을 잡을 수 있고 그때 나눌 수 있는 보상이 크다는 것. 이 글에서는 각자도생을 포기하고 둘이 협력해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쓰임.

◆ 칼럼 원문은 아래 [칼럼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칼럼원문 보기]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359 [파이낸셜투데이] ‘총선 불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선거 23-10-18
2358 [한국경제] '동일인 의무' 법인에 지우는 게 맞다 23-10-17
2357 [머니투데이]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복수의결권으로 해결해야 23-10-12
2356 [문화일보] 중동 불안… 전기료 정상화 더 급해졌다 23-10-12
2355 [아시아투데이] 좌파 포퓰리즘과 결별해야 미래가 있다 23-10-11
2354 [한국경제] 핵협의그룹 '플랜 B'가 필요하다 23-10-10
2353 [파이낸셜투데이] ‘행동하는 민생’이 정답이다 23-10-04
2352 [한국경제] '중대재해처벌법' 폐지하자 23-09-27
2351 [아시아투데이] NPT 체제의 이중 잣대 23-09-27
2350 [동아일보] 정체된 연금개혁, 노동개혁과 함께 풀어야 한다 23-09-19
2349 [문화일보] 정율성·홍범도 논란과 국가 정체성 위기 23-09-15
2348 [문화일보] 유가發 인플레 대응책도 혁신 강화 23-09-12
2347 [문화일보] 다가오는 총선…가짜뉴스 엄단 필수다 23-09-11
2346 [파이낸셜투데이] 총선은 절박함과 새로움의 싸움이다 23-09-06
2345 [한국경제] 왜 자사주 소각에 인센티브 주려는가 23-09-01
2344 [문화일보] 관동대지진 학살 100년과 新한일관계 23-08-31
2343 [아시아투데이] 김정은이 만든 민생 참화 23-08-29
2342 [파이낸셜투데이] 중간 평가 선거는 여당의 무덤인가? 23-08-25
2341 [서울경제] 신임 대법원장, 재판 적체부터 해소해야 23-08-24
2340 [문화일보] 한미일 협력은 시작 불과… ‘아·태式 나토’ 창설해 안보 지속성 갖춰야 23-08-23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