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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종부세와 트롤리 딜레마
 
2022-02-15 09:31:40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종부세 여론 ‘트롤리 딜레마’

공시가 상위 2% '종부세’는 징벌세

조세원칙 훼손하며 2대 98 편가르기 안돼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은 희생해도 되는가? 당신의 선택은?

건강한 사람 한 명을 죽여 그 사람의 장기를 다섯 명의 환자에게 이식해 그 다섯 명의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것은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괴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럴 수는 없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안다. 개인은 다른 개인의 권리를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것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고귀한 목적이라 해도, 자신의 생명이 아닌 타인의 생명을 희생시켜 그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저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트롤리 딜레마는 여러 가지의 조건을 붙여 수많은 변종을 만들 수 있다. 전형적인 사례는 트롤리 한 대가 내리막 선로를 따라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달려온다. 선로에는 인부 다섯 사람이 일하고 있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선로 전환기를 당기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선로에서 일하는 한 사람이 죽게 된다. “전환기를 손에 잡은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마이클 샌댈 교수가 하버드 대학 강의 중에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다(질문 1). 대다수의 학생이 5명을 살리는 쪽에 찬성했다. 달리 고려해야 할 추가조건이 없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철학에 따르면 옳은 답이다.

다수의 생존을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을까?

만약 선로 위에 설치된 다리 위에서 자기 옆에 서 있는 뚱뚱한 한 사람을 밀어 선로에 떨어뜨려 트롤리를 전복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느냐는 질문(질문 2)에는 거부하는 응답이 많았다. 누구든 직접적인 살인은 싫기 때문이다.


질문 1과 2의 차이는 전환기 조작과 같은 작은 선택만 하느냐, 아니면 사람을 떠밀어 죽게 하는 것처럼 직접 타인에게 해를 가하느냐의 차이 뿐이다. 자신이 누구에겐가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작은 행동으로 더 큰 효용을 가져온다면 기꺼이는 아닐지라도 이성적인 판단이라는 명목 아래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을 수용소에 보내 독가스실에서 죽게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관여했다. 그런데 관여자 대부분은 보통사람들로서 유태인들이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는 의식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일에 충실했다. 유대인 명부를 작성하는 사람, 체포하는 사람, 열차에 태워 수용소로 운송하는 사람, 독가스실에 몰아넣는 사람 등은 매일 태연하게 맡은 일을 완수했다. 직접 살해하지는 않아 죄의식이 없었던 것이다.


종부세는 집을 팔기 전까지는 소득이 실현되지 않았으므로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이다. 또 같은 과표에 재산세와 종부세로 세금을 두 번 매기는 이중과세이기도 하다.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은 취득세 다 내고 집을 샀고, 집을 구입한 이래 재산세도 꼬박꼬박 납부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도둑놈이나 사기꾼이 아니다. 어쩌면 일생을 너무나 성실하게 살았던 사람일 수 있다. 최근에 집값이 폭등했으나 그들이 올린 것도 아니다. 수입은 고정되어 있는데, 세금은 폭등했다. 매년 올리는 공시지가도 문제다. 재산세는 미국처럼 최초 매입가를 기준으로 과표를 계산해야 하는 게 맞다. 자신이 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수입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인플레이션 등으로 해마다 지가는 상승하고 공시지가 역시 올랐어도 그 집을 매도하기 전에는 명목상의 소득이 늘어났을 뿐이다. 이처럼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낸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수탈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상위 2% 종부세'는 편가르기 정치

그러나 종부세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여론이 더 많다. 종부세 때문에 곤란을 겪는 많은 은퇴 노인들의 호소에 대해 여론은 “종부세 내는 2% 집 가진 부자가 배부른 소리 한다”, “나도 종부세 한 번 내 봤으면 좋겠다”고 조롱한다. 그동안 살던 고향마을을 버리고 이사 가면 된다는 무책임하고 말도 되지 않는 소리도 내지른다.


문제는 이 2%다. 정치인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 2%다. 2% 집 가진 사람과 나머지 98%를 갈라치기 해 98%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2%를 버리면 98%의 표를 얻는다. 정치인에게 속아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여론은 한 명을 죽여 5명을 살리자는 데 침묵으로써 동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른 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자기가 직접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다. 자기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정치인의 손으로 2%의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다. 트롤리 선로전환기를 조작한다는 것은 다수를 살린다는 명분이라도 있다. 그러나 2%를 희생시키자는 것은 그들이 애 써 쌓은 부를 이유 없이 박탈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강도의 약탈 논리일 뿐 다른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런 일에 침묵한다면 언젠가는 자신의 권리도 똑같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종부세는 집 가진 사람에 대한 징벌세다. 그 자체가 헌법상 국민의 재산권을 극심하게 침해해 위헌이다. 국민이 정신 차려야 한다. 좋은 집을 가지면 벌 받는다는 이상한 나라를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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