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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이재명 ‘몽골기병대’ vs 윤석열 ‘삼각편대’… 개인기와 팀워크 격돌
 
2021-12-15 11:20:44
◆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 김형준의 Deep Read - 캠프 구성으로 본 대선 전략

민주는 통합형 수직조직, 국민의힘은 분업형 병렬조직… 與는 후보만 보이고 野는 후보가 안보여

독선적 리더십 아닌 ‘수평·변혁적 리더십’ 갖춘 후보가 구성원의 ‘정서적 몰입’ 강화해 승리 발판 만들어


여야 모두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를 정비·구축하고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이재명 후보를 원톱으로 하는 ‘몽골기병대 식의 통합형 수직조직’,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와 참모들이 역할 분담한 ‘삼각편대 식의 분업형 병렬조직’이다.

앞으로 이재명은 선대위의 구조적 분화를, 윤석열은 후보의 존재감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몽골기병대와 삼각편대

민주당은 원래 13명의 공동선대위원장과 169명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용광로 선대위’로 시작했지만, 후속 작업 끝에 16개 본부 체제를 6개로 축소하고 이재명 측근을 선대위 주요 보직에 전면 배치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콘셉트와 함께 젊고 혁신적인 정예 멤버 중심의 ‘몽골기병대’식 슬림 형 선대위로 재편한 것. 후보 본인이 직접 선봉에서 선대위를 진두지휘하고 모든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이재명 원 톱의 ‘통합형 수직 조직’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우여곡절 끝에 ‘윤석열-김종인-이준석 삼각편대’를 골자로 해 전방위적인 메시지를 가동하고 당내 중진들과 당 밖의 반문(반문재인) 인사들을 총결집시키는 ‘경륜과 안정’의 매머드 선대위를 구성했다. 정권교체 중심에는 윤석열, 중도 외연 확대는 김종인, 2030 공략은 이준석으로 역할 분담된 ‘분업형 병렬조직’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보좌하는 기구가 상당히 큰 이중구조를 띠고 있다.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 모두 과거 ‘광흥창팀’ ‘동숭동팀’ 등과 같은 비선 조직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여야 선대위 조직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이재명 선대위는 신속한 소통과 후보의 추진력을 앞세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동성이 강점이다. 후보의 강점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후보밖에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후보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양상이 지속되면 후보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 후보가 공격의 모든 화살을 맞을 위험성과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미약한 것도 문제다.

윤석열 선대위는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다중 장치가 있지만 후보가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또 누가 전권을 갖고 대선을 끌고 가는지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전략적 의사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기 이재명, 팀워크 윤석열

요컨대 민주당 선대위는 이재명의 개인기, 국민의힘 선대위는 팀워크에 비중을 두고 있다. 조직의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민주당 선대위는 비효율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감독도 하고 배우도 하고 시나리오도 직접 쓰며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조직 전반을 아우르고 지시하는 총괄선대위원장이 없어 대다수 안건은 선대위 각 본부에서 후보가 직접 보고를 받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공개적으로 “이준석 대표가 뛰라면 뛰고, 어디 가라고 하면 갈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철저히 배우의 길만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역대 대선에서 어느 후보도 시도해 보지 않은 변칙이다.

1980년대 미국 프로농구 시카고 불스는 슈퍼스타 마이클 조던의 개인기에 의존해 화려한 경기를 펼쳤지만, 결정적 순간에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런데 필 잭슨 감독 부임 이후 시카고 불스는 특유의 ‘트라이앵글 오펜스(삼각편대 공격)’ 전술을 통해 6번이나 우승했다. 이 전술은 3명의 선수가 삼각편대를 이뤄 슛 기회를 노리는 공격 방식이다.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선거에 잘만 활용하면 대선 후보는 겸양과 팀워크를, 다른 조직 구성원은 자신감과 적극성을 가질 수 있다. 잭슨 감독은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야말로 위대한 팀을 만들어 내는 근본적인 힘”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도 트라이앵글 구성원 간에 신뢰가 무너지고, 후보와 선대위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김종인 총괄위원장 간에 엇박자가 노출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여권에서는 이번 대선이 ‘이재명 대 윤석열’이 아닌 ‘이재명 대 김종인’의 구도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조롱했다. 이런 구도가 고착화하면 윤석열의 ‘삼각편대’는 이재명의 ‘몽골기병대’를 상대하기 어렵게 된다.

◇승리 열쇠는 조직의 ‘정서적 몰입’

가브리엘 알몬드 교수에 따르면 정치발전이란 ‘정치체계가 구조적인 분화와 문화적 세속화를 통해 체제 능력을 신장시켜나가는 과정’이다. ‘구조적 분화’란 ‘역할의 분화(role differentiation)’를 의미하며, 이는 하위체계의 전문화와 자율성을 제고함으로써 체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를 선거에 적용한다면, 선대위 체계가 기능적으로 분화하고 분야별로 배치된 선대위 구성원이 전문성을 갖고 자율적으로 움직일 때 선거 승리를 향한 조직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향후 이재명은 선대위의 구조적 분화를, 윤석열은 자신의 존재감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선대위 조직 구성은 끝났다. 이제는 몰입과 성과의 시기다. ‘조직 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은 조직의 성과를 결정짓는 중요 개념이다. 이는 ‘조직 구성원이 자신이 소속돼 있는 조직을 얼마나 동일시하며, 그 조직에 헌신하고자 하는 정도’를 말한다.

구성원들의 조직 몰입도가 높으면 조직이 목표하는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 리더의 핵심 역할은 바로 조직을 구성하고 조직몰입을 통해 성과를 유인해내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정서적 몰입’이다. 정서적 몰입이란 스스로 조직 내 일원으로 강한 결속력을 느끼고 애착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헌신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존 메이어와 나탈리 앨런이 지적한 대로 정서적 몰입은 조직 성과를 만들어낸다.

어느 후보든 선대위 조직 구성원들의 강력한 정서적 몰입을 유인해 내야 대선 승리에 다가설 수 있다. 단언컨대 ‘독선적이고 수직적이며 거래적인 리더십’보다 ‘민주적이고 수평적이며 변혁적인 리더십’을 갖춘 후보가 구성원의 정서적 몰입을 강화해 승리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전략가인 손자는 승리하는 조직의 습관과 관련, “조직의 상하가 합심해야 승리할 수 있다(上下同欲者勝). 공동의 목표와 의지를 갖고 있을 때 그 조직은 반드시 강한 조직이 된다”고 말했다. 각 진영의 대선 캠프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명지대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여야 캠프의 특징 : 여야 선대위 체제 구축 완료함.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이재명을 원톱으로 하는 ‘몽골기병대’ 식의 통합형 수직조직, 국민의힘은 후보와 참모들이 역할을 분담한 ‘삼각편대’ 식의 분업형 병렬조직임.

개인기 이재명, 팀워크 윤석열 : 미 프로농구 시카고 불스는 마이클 조던의 개인기가 아닌, ‘트라이앵글 오펜스’에 의존할 때 우승했음. 하지만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팀워크가 깨지면 ‘몽골기병대’를 상대하기 어려움.

조직 구성원의 ‘정서적 몰입’: ‘조직 몰입’은 조직의 성과, 즉 대선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임. 특히 대선 후보가 수평적·변혁적 지도력으로 조직 구성원의 ‘정서적 몰입’을 이끌어낼 때 대선 승리에 다가설 수 있음.

■ 용어 설명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미 프로농구 시카고 불스가 필 잭슨 감독 시절 즐겨 사용했던 전술. 선수 3명이 삼각편대를 이뤄 공격하는 것으로 다양한 옵션을 파생시킴. 개인기보다 팀워크를 중시.

‘정서적 몰입’은 세 종류의 ‘조직 몰입’ 중 하나로, 자기가 속한 조직에 기꺼이 노력과 충성을 바치려는 것. 보상에 따른 몰입을 ‘지속적 몰입’, 의무감에 따른 몰입을 ‘규범적 몰입’이라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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