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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021년 12월의 한국
 
2021-12-07 11:02:31

◆ 한반도선진화재단의 후원회원이신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의 칼럼입니다.


1
금년은 우리의 대중문화가 세계의 선두그룹에 있음을 보여준 한 해였습니다. 영화 '미나리', OTT '오징어게임'이 그렇고, 음악계에서는 며칠 전 BTS가 미국에서 2년만에 무대를 열자 전 세계 젊은이들이 떼창으로 환호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면 제일 가고 싶은 나라는 한국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NYT는 “한국의 문화 생산량은 여전히 미미하지만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영향력을 끼친다. 한국이 전쟁, 독재, 민주화 및 급속한 경제 성장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면서 한국의 제작자들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민하게 파고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전 세계 유수의 학교들이 한국어학과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K-Food가 이제는 한국인만의 음식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즐겨먹는 건강식이라고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도 많습니다. 젊은 한국남성과 결혼해서 사는 서양여성의 영상들도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우리 내부에는 이런 영상을 ‘헬조선의 국뽕’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많은 세계인들이 우리 나라를 전통문화와 최첨단 사회인프라가 잘 어우러진 나라라고 부러워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2
지난 2년여 코로나 사태로 국민들이 많이 지쳐 있고 특히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가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많이 풀린 돈이 비생산적인 쪽으로 흘러 들어가 양극화를 더욱 벌리고 있습니다. 원상회복을 위한 과도적 현상, 즉 원자재 확보의 어려움과 금융 축소 등이 이래저래 그들의 고통을 지속시키고 있습니다. 역병은 퍼져도 고통이고, 풀려도 고통을 줍니다.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재난대응 역량에 대한 비난도 많습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전문가와 행정부 그리고 정치권과 언론의 주장이 뒤섞여서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고 피곤하게 합니다. 그러나 방역전문가들과 경제를 끌고가는 행정부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사람의 공학인으로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재난에 대응하는 의사결정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미루어 짐작을 하고 그분들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전문가와 행정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거운’ 지금의 정부입니다. 코로나 사태 뿐 아니라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걸었던 여러가지 열정들이 착오를 겪게 했습니다. 반도체 분야의 '소부장'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과학기술과제가 아님에도 죽창가를 불러 정치외교적 이슈로 옮겼습니다. 그런 과제들은 국방과제에 버금갈 국가적 아젠다로 다루었어야 했습니다. 코로나백신과 치료제도 몇 달만에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님에도 확산 초기에 개발할 시간이 있다고 여유를 부리고 구매 가격을 저울질하다가 조기에 확보할 시기를 놓쳤습니다. 과학기술전문가들이 판단해야 할 국가적 중대 사안들이 비전문가들의 정치적 만용에 훼손되었고,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 사람의 국민이자 공학인으로서 지난 5년에 대한 느낌을 두 가지만 꼽아보겠습니다. 첫째,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지식체계나 사회적 틀을 폄하하고 부정하여 척결의 대상으로 전락시켰습니다. 특히 과학기술분야를 정치적 영역으로 끌고 들어간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둘째, 가진자들의 기득권을 청산하겠다는 공약에 기대를 걸고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더 거칠고 정직하지 않은 권력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실망감입니다. 그동안 쌓아둔 시장과 기업의 역동성, 국가와 국민의 지적 자산들이 빈약했더라면 한국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거창한 실험에 쓰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카락이 서는 것 같습니다.

3
대선 시즌입니다. 제1야당이 정치적 경험이 일천한 후보를 내세워 조직을 추스르는 사이에 여당은 특유의 돌파력을 가진 후보를 중심으로 속도전을 펴고 있습니다. 여당과 여당 후보에게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습니다. 1 ‘이재명의 민주당’인가, ‘민주당의 이재명’인가. 2. 다음 정부는 문재인의 정치이념을 계승하는 정부인가.

정치는 생물 같고 민심은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고 합니다. 대선 후보의 큰 절 한 번에 국민으로서 행사해야 할 가장 큰 권리와 의무를 너무도 쉽게 넘겨주어 버립니다. 선거 전에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지킬 것 같았던 대선 공약들이 정권을 잡고 나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자취를 감춥니다. 왜 못 지키는지 설명도 없고 사과도 없습니다. 국민들의 망각 속에 5년이 지나갔습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다 잘할 수도, 다 못할 수도 없습니다. 잘못한 일에 단죄의 칼을 들거나, 대충 덮고 지나가는 것 이전에 무언가 배울 것을 얻는 지혜가 있어야 세상은 발전합니다.

다음 두 가지는 지난 5년의 반면교사로 기억에 남겨두고 싶습니다. 12017년 5월 제19대 대통령 취임사 22020년 5월 대법원장 대화록 “톡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국회가)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중 발췌하고 싶은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제 가슴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우선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선거과정에서 제가 했던 약속들을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습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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