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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약탈적 기업상속세 혁파 시급한 이유
 
2021-10-15 09:22:01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상속·증여세율이 높은 한국에선 창업 3대를 넘기는 100년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상속·증여세율은 김대중 정부 때이던 1999년 최고세율 상향(45→50%), 최고세율 적용 구간 확대(50억 원 초과→30억 원 초과) 이후 20여 년 동안 같은 기준을 유지해 오고 있다. 상장회사 경영권 승계 시 최대주주의 주식에 대해서는 경영권 인수를 근거로 20% 할증평가가 적용돼, 실질 최고세율은 50%가 아닌 60%가 된다. 미국 40%, 일본 55%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주식이라는 추상적 지분과 공장 등을 받았을 뿐인데,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대해 세금부터 내는 셈이다.

자산총액 50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연매출 3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을 위한 가업상속 공제제도 같은 것이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 같다. 상장기업 발행주식 총수의 30%(비상장사는 50%) 이상을 계속 보유하면서 10∼30년 이상 운영한 오너 경영인(피상속인)의 경우 200억∼500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최대 500억 원까지 세금을 빼 준다는 게 아니다. 상속재산가액에서 500억 원만 공제해 준다. 7년간 업종 변경 금지, 자산·지분 유지, 평균 100% 고용 유지 등 까다로운 사후관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공제분에 대해서도 상속세가 부과된다. 이러니 2016년∼2018년 가업상속 공제제도 연평균이용률은 독일이 9556건·178억 유로(23조4000억 원)일 때 한국은 겨우 90건·2585억 원으로, 독일의 90분의 1에 해당하는 처참한 수준이다.

OECD 37개국 중 스웨덴·노르웨이 등 15개국은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으며, 4개국은 직계비속에 대해서만 면제한다. 37개국 평균 세율은 13.2%다. 싱가포르와 덴마크 등은 최고 세율이 20% 미만이고,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30% 안팎이다. 기본공제액은 미국은 현재 135억 원 안팎인데 한국은 고작 5억 원이다.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는 미국·영국·프랑스는 완전 면제고, 일본도 법정 상속 범위 내에서는 면제인데, 한국은 30억 원까지만 면제된다.

상속세 비중은 세수 총액의 1.8%로 미미한 반면, 거액의 상속세로 기업 승계가 어려워지고 고용이 불안해지며 기업을 키울 이유가 없어 투자도 위축된다. 높은 상속세율은 국가가 기업을 약탈해 파괴하는 효과가 있다. 최고세율 70%였던 스웨덴은 2004년 상속세를 전면 폐지했다. 아스트라, 테라팩, 이케아, 에이치앤엠, 룬드버그 등 굴지의 기업들이 스웨덴을 떠났고, 많은 기업이 상속세를 못 이겨 파산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상속세 징수로 인한 세수 증대 효과보다 폐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 2018년부터 기업상속 공제한도를 한시 폐지한 덕에 공제신청 건수가 2017년 369건에서 2019년 3815건으로 대폭 늘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모처럼 좋은 소식을 듣고 당부한다. 당장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내리고 20년 넘은 낡은 과세구간을 재조정해야 한다. 적어도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는 폐지해야 한다. 그러면 혼인과 출산율도 늘어날 것이다. 가업상속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폐지해 독일처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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