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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sPOST] 비상 걸린 재정건전성-일본의 교훈 <2> 고이즈미 구조개혁에서 민주당 포퓰리즘까지
 
2021-08-05 10:08:16

◆ 김도형 전 계명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은행 부실채권은 방치한 채 대형 경기부양에 올인, 국가채무 키워

 

 일본은 1990년대 초 자산버블 붕괴로 인해 기업에는 과잉인력과 부실채무 때문에 다소의 수익도 채무상환에 주력함으로써 투자여력이 줄어들었고, 은행에는 부실채권이 쌓여 금융 중개 기능은 마비되다시피 되었다. 여기에 전임정부에 의한 재정재건을 위한 각종 감세조치 폐지, 공공투자 예산 삭감 및 소비세율 인상(3%에서 5%)에 이어 97년 아시아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일본은 전후 최악의 불황을 경험한다. 

건설, 부동산, 유통, 증권 파산, 19개 시중은행 통합, 장기신용은행과 채권은행의 파산 등으로 실업률은 전후 최악의 상태였다. 이를 타결하기 위해 등장한 당내 주류파로 이루어진 오부치 (小淵) 정권은 사상초유의 대규모 경기부양을 시도했다. 일본 케인지안의 전통을 이어받은 오부치노믹스(Obuchinomics)의 등장이다. 

 

 전임 정부가 어렵게 마련한 재정구조개혁법(97년 12월 입법)을 1998년 1월말 동결하고 그 해  하반기 사상 초유의 한 해 두 차례에 걸쳐 총사업규모 107조엔의 초대형 경기부양대책(금융재생법에 의한 60조엔, 중소기업특별보증제도 융자한도 20조엔, 대폭 감세를 포함한 긴급경제대책 27조엔 포함)을 실시하고, 이어 99년 3월 제로 금리정책으로 엔고(高) 저지 개입에 나섰다.

 

 1999년 1월부터 IT 관련 주가 상승에 힘입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회복되면서 경기저점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실업률은 4.5%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은행부실과 신용경색은 여전했으며, IT 경기도 2000년 11월 피크를 맞이한다. 초대형 경기대책 역시 유동성 함정, 재정함정에 디플레 함정까지 가세하면서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대신 GDP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당시 이탈리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

 

국채 신규발행 규모 상한선 동결, 성역 없는 구조개혁으로 체력 강화

 

 2001년 4월 출범한 고이즈미 (小泉)정권은 초반부터 ‘성역 없는 구조개혁’의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었다. 정치권에는 개혁 없는 경기부양은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3년 내 부실채권 반감목표를 내걸고 국채 신규발행 30조엔 이하로 동결하고, 사상 처음으로 중앙은행의 국채매입에 의한 양적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하여 정권 내내 실질금리를 제로로 유지했다. 

 그 결과 부실채권 반감목표는 조기 달성하여 기업과 은행 체질을 강화되었지만 구조개혁으로 인한 2차 부실이 발생하자 경기부양 없이는 개혁도 어렵다는 입장으로 돌아서 국채 신규발행 30조엔 이하의 마지노선을 허물었다. 대신 수요창출형의 기업규제 완화, 연금과 지방분권개혁, 우정과 도로공단 민영화, 재정투융자개혁 등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강력한 규제에 묶여 있던 공공부문으로 하여금 시장의 세례를 받도록 유도했다.

 

 사상초유의 양적금융완화와 엔화약세 개입으로 수출경쟁력이 확보되고 있었던 터에 미중의 경기회복이 촉매제가 되었다. 순수출이 내수를 견인하면서 ‘이자나미’ 호경기(2002. 2~2008. 2) 73개월은 고도성장시대 ‘이자나기’ 호경기(1965. 10~1971. 12) 57개월 기록을 갱신하게 된다. 

 

 이미 잠재성장률 자체가 하락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호경기라고 해도 평균성장률은 불과 2%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일본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을 청산하고 고용-소득-소비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맞물려 돌아가는 이른바 자율성장궤도로 진입하게 되었고, 재정수지는 2003~2007년간 개선되고 국가부채 증가세도 둔화되었다. 

 

 그럼에도 고이즈미의 신자유주의식 개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지방과 중앙 간 격차확대를 유발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5차례 추경으로 세계금융위기는 극복, 납세대중은 소비세 증세 공약에 반발   

 

 2007. 9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주택담보 과잉대출과 주택가격 급락에 따른 관련금융기관 부도사태는 이듬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불러오고 뉴욕 증시 사상 최대의 주가폭락으로 세계적 금융위기가 시작되었다. 

 일본은 자동차와 전기제품 등 대미수출 급감, 수입가격 급등, 비정규직 급감 등으로 수출과 내수 동시 추락의 악순환에 휩싸인다. 특히 금융기관보다는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대(對)한국·중국·대만 수출감소로 총수출의 50%가 감소할 정도였다. 그 결과 실질성장률은 2008년부터 2년 연속 마이너스, 기업도산 건수와 인력감축도 급증했다. 2009. 7월 실업률은 전후 최악의 5.7%, 15~24세 실업률 11.3%, 완전실업자는 359만명에 달했다.

 

 이에 당시 아소(麻生)내각은 오부치 정부의 재정확장과 고이즈미 정부의 금융완화 정책을 답습하여 2008. 10~2010. 10까지 5회에 걸친 추경으로 42.7조엔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2008년 12월 정책금리를 0.1%까지 인하하는 실질제로금리 정책을 구사했다. 이를 담은 것이 ‘3단 로켓 경기대책’과 ‘중장기위기대책’이었다. 3단 로켓경기대책은 1단이 안심실현 긴급종합대책(08. 8. 29 11.5조엔 1차 추경), 생활대책(08. 10. 30 26.9조엔  2차 추경), 생활방어긴급대책(08. 12. 19 37조엔) 등 총 75조엔(이 중 국비 12조엔)을 솓아부었고, 2단은 경제재정 중장기 방침과 10년 전망(09. 1. 19)에 의거한 재정건전화와 동시에 세계적 경제금융정세 변화를 감안한 기동적, 탄력적 재정정책 추진, 그리고 3단은 신경제성장전략(08. 9. 19) 추진 등이었다. 뿐만 아니라 56.8조엔(이 중 국비 15.4조엔)의 중장기위기대책(2009. 9) 예산도 편성했다. 

 

 이러한 대규모 경기부양은 아소총리 자신이 세계적 금융위기를 ‘100년에 한 번 있을 국제적 경제위기’로 인식한데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미·중· 일·유럽 등의 국제공조 체제가 위기 극복에 주효했다. 2008~2010년간 총 17개국 경기부양 규모는 총액 2조 408억 달러(GDP 비중 평균 5.3%) 였고, 이 중 미국 7,988 억 달러(5.6%), 중국 5,722억 달러(13.0%)에 이어 일본은 2,462억 달러(0.5%)로 세 번째였다.(한국은 701억 달러,7.4%) 정액지원금 지급, 고속도로요금 인하, 에코 카 감세, 가전 에코 포인트제 등 당시로서는 유니크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한 배경이다. 이외도 주택담보대출 감세, 태양광시설 보조, 고용조정지원금, 3~5세 아동양육수당, 요양사 처우 개선, 지방중소기업 지원 등 전방위적인 소비진작과 내수보강 시책이 주류를 이루었다.

 

 미국의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공적자금 신속 투입,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세계경제는 예상보다 빠른 2009년 9월경부터 회복되기 시작한다. 한국은 이미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실채권을 조기에 정리했고 일본이 이를 벤치마크하여 늦게나마 금융기능 정상화에 성공하자 이제는 미국은 한·일 경험을 거울삼아 조기에 부실채권을 정리하여 세계금융위기에서 벗어난다. 

 

 일본은 과감한 공공투자로 경기급락을 방어하는데 성공한다. 엔화강세와 원유 원자재 하락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과 미중경제 회복에 힘입은 바 컸다. 그러나 원래 개인소비 진작대책에 따른 소비는 지원종료와 동시에 감소하므로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동시에 세입과 세출이 줄어 중앙과 지방의 기초재정수지는 GDP대비 2008년도 ?3.9% 적자에서 2009년 ?8.1% 적자로 크게 악화되었다. 경제재정개혁 기본방침(09. 6. 9)에서 내세운 ‘기초재정수지 적자비율 5년 이내 반감, 10년 이내 해소’ 목표는 다시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고용불안에 이어 방만한 정부지출로 인한 재정재건의 로드 맵이 후퇴함으로써 고령화시대 재정규율이 이완되고 있음을 감지한 합리적인 납세대중은 소비세 증세를 미리 내다보고 있었다. 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안정적 내수기반 구축에 차질을 빚게 된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불신은 가중되었다. 이런 와중에서 일본은 2009년 9월 총선거를 맞이한다. 끝내 재정재건에 필수적인 증세(소비세율 단계적 인상)공약과 육아교육 무상, 중소기업대책, 지역활성화 지원 등 재원보장이 불확실한 선심성 공약에 치중하다 야당의 증세 없는 무상복지 시리즈 공약에 밀려 총선에 참패한다. 정권은 민주당으로 교체된다.

 

민주당 공약 ‘사람 중심의 제3의 길’도 보장 못한 하토야마 내각

 

 민주당은 자민당의 콘크리트 토건사회를 증세 없는 사람중심사회로 돌려놓겠다며 도시서민층을 공략함으로써 집권에 성공한다. 이른바 제1의 길(공공사업과 높은 재정의존도), 제2의 길(과도한 시장원리 중심)이 아닌 제3의 길, 즉 새로운 수요·고용창출을 위한 성장전략 노선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그간의 관료주도 정치, 정부와 여당간의 정책 이원화, 부처이기주의적 정치의 중심축과 우선순위를 정치가 주도, 내각 중심의 정책 일원화, 수상관저 중심의 국익우선으로 바꾸어 수직적 이권사회와 중앙주권체제를 벗어나 수평적 연대사회와 지방주권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역사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민주당 하토야마(鳩山)내각은 자민당 정부가 집행 중이던 예산 동결, 삭감 후 독자적인 예산지침 아래 2009년 추경과 2010년 예산안을 통해 정권교체가 실감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메니페스토에서 제시한 무상복지 시리즈(중졸까지 자녀양육수당, 고교수업료 무상, 대학장학금 확충, 농가 호별소득보상, 고속도로 요금 무료 등)를 통해 국민생활 체감도를 높이려 했다. 

 

소요 재원(2011~2014 간 총 49.7조엔)은 국가 총예산(207조엔)을 전면 개편하고 세금낭비와 낙하산 인사 관련 비합리적 예산배분 근절, 의원세습과 기업단체 헌금 금지, 국회의원(중의원) 정수 80명 감축 등 주로 예산낭비 삭감에서 찾으려 했다. 그리고 다양한 연금제도 통합, 전국민 월 7만 엔 최저보장연금 지급, 후기고령자(75세 이상)의료제도 폐지, 진료수가 인상, 의사수 1.5배 증원, 중소기업 법인세율 인하, 월 10만 엔 직업훈련 수당 지급, 구직활동 지원, 지구온난화대책 등을 통한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무상시리즈 공약은 ‘득(得)보다 실(失)이 컸다

 

 일본 민주당 무상시리즈 공약은 당시 한국의 총선, 대선 공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소득세의 재분배효과를 제약해 온 각종 공제는 폐지하고 대신 공공기관 등을 통한 간접지급으로 인한 누수효과가 적은 수당으로 대체하며 공공투자효과가 갈수록 제약되고, 정관업(政官業) 악(惡)의 트라이앵글 구조로 대변되어 오던 토건사회를 사람중심사회로 전환하려는 시도 자체는 바람직했다. 그럼에도 예상대로 득보다 실이 컸다.  

 

 첫째, 가계소비증대 효과는 미미(GDP의 0.3% 정도)하고 오히려 불공평을 초래했다. 

즉 자녀수당(연간 1인당 312,000엔) 지급은 유자녀 세대에는 유리하지만 대신 기존 배우자공제(1인당 38만 엔)와 부양가족공제(1인당 38만 엔) 폐지로 인해 무자녀 전업주부 세대는 오히려 증세부담이 늘어났다(→수평적 불공평 초래). 즉 소득세 누진세율구조(5%~40%) 때문에 자녀 1명 전업주부 세대 조세부담은 저소득층의 경우 공제폐지액 76만 엔의 5%인 3만8천 엔, 고소득층의 경우 40%인 30만4천 엔의 세부담이 각각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편 기존 아동수당(월 5천~1만 엔) 폐지로 아동수당 지급 대상이 아닌 고소득층은 자녀양육수당 혜택을 받는 대신 자녀양육 세대가 다수 집중되어 있는 연간소득 600만~700만 엔 저소득층 수혜폭은 오히려 감소한다(→ 수직적 불공평 초래)한다. 

 

 둘째, 소요재원 약 5조 3천억 엔은 기존 아소 정부의 아동수당(가구당 월 5천~1만엔) 예산( 약 1조엔)의 5배로 재정적자 요인으로 작용하고 지방정부, 사업주, 중앙정부간에 분담을 둘러싸고 마찰이 야기되었다. 특히 지자체 반발이 컸다. 

 

 셋째, 세출낭비 척결만으로는 재원이 부족했으므로 기존 예산편성 방침을 변경(자녀수당은 재원문제로 반감조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2010년도 예산안의 경우 공공사업예산 대폭 축소, 사회보장비 비중 급증, 과학예산 축소, 지방교부세 교부금과 임시비 증액의 결과 사회보장관련비(29.5%), 국채비(22.4%), 지방교부세교부금(18.9%)의 3대 경직성 지출 증가로 인해 재정경직성은 심화되었다.

 게다가 경기부진으로 인한 약 9조 엔 세수결함으로 기초재정수지는 23.7조엔 적자, 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8.0%(영국 13.3%), 신규국채 발행액은 사상 최대치, 국채의존도는 48%, 중앙·지방정부를 포함하는 국가장기채무는 900조 엔(GDP 대비 197.2 %)에 육박하여 OECD 선진국 G7 중 최악(이탈리아 127.0%)의 상황에 이르렀다. 

 

 넷째, 제3의 길은 구체적으로 2020년까지 환경, 건강, 관광(이른바 3K) 3개 분야에서 100조엔 이상의 신규수요 창출과 고용증가(2020년도까지 평균 명목성장율 3%, 실질 2% 성장으로 2009년도 명목 GDP 473조 엔→ 2020년도 650조 엔으로 증가, 실업율 5% 이상 →3% 수준으로 개선)를 실현해 가려 했으나 유망분야에 대한 예산배분이 줄어들면서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추가 세출삭감, 추가재원 발굴이 여의치 않고, 곧 있을 7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하여 소비세 증세일정도 연기될 경우 신규국채 추가 발행→ 국가장기채무 누적→ 국가신인도 하락→ 장기금리 상승→ 국채상환비 증가→ 기초재정수지 적자 비중확대→ 장기금리 추가 상승 등의 악순환이 우려되기 시작했다.

 2011년 말 국가채무 총 809조엔(미국: 14조 달러), GDP 대비 204.2%로 선진국 중 최악의 위기가 예상되었다. 실제 그해 1월 27일 S&P는 일본국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한다. 2009년 이후 3년 연속 국채발행액이 세수(2011년도 국채발행액 44.3조 엔>세수 40.9 조 엔)를 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1. 3. 11 동일본대지진과 방사능 피해가 겹쳤다. 피해지역 복구와 부흥을 위해 세 차례 추경 14조원을 편성했고 간판공약인 자녀수당도 이미 반감 조치했지만 3세 미만 아동수당 2만 엔도 1만  엔으로 반감하면서 무상복지시리즈 공약은 크게 후퇴한다. 간(菅) 수상 주도로 일본은 TPP(11) 가입 교섭을 선언하지만 대지진 직후 리더십 위기 속에서 정권 지지율은 추락한다. 마지막 노다(野田) 총리는 사회보장과 조세개혁 병행과 소비세율 인상에 관한 여야3당 합의를 도출한 후 퇴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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