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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화: 이래도 미군철수를 주장할 것인가?
 
2021-07-20 15:13:14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근본적 책임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지도자들

안보는 ‘죽지 않기’ 위한 조건


1973년부터 1975년에 걸쳐 베트남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하고 있고, 머지않아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붕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긴 역사의 흐름에서 봐서 베트남의 통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학살 당하거나 극심한 불이익을 받거나 해상난민(boat people)이 되었던 사람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공유한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베트남인들이 겪었던 그 고난의 과정을 이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겪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 9.11테러를 당한 미국은 그의 주모자인 ‘빈 라덴’을 어떻게든 색출하여 법정에 세우고자 했고, 그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보호해주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하자 아프가니스탄의 텔레반 근거지들을 공격함으로써 20년 전쟁이 시작되었다. 부시 행정부에서는 2만5000명 정도를 주둔시키면서까지 승리하고자 노력했지만 성과가 없자 오바마 행정부는 “Surge”라는 개념 하에 10만명으로 증원하여 조기 해결을 압박하였다. 그 결과로 미국은 2011년 5월 빈 라덴 사살에 성공하긴 했다. 그러나 2014년 탈레반이 부흥함으로써 사태의 해결이 더욱 어려워졌고, 따라서 미국은 병력수를 점점 줄이게 되었으며, 철수하지도 적극적으로 싸우지도 않는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치룬 미국의 희생은 적지 않다. 20년 동안 사용한 전쟁비용도 2조16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고, 미군 2400명이 사망하였다. 그러고도 탈레반을 축출하지도 못했고, 시간이 보장돼도 성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부정과 부패는 여전하였고, 아프가니스탄인들의 분열은 지속되었다. 미국은 굴욕적이더라도 지금 철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고, 따라서 2020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였고, 바이든 대통령은 5월 1일 미군의 철수방침을 발표하였으며, 7월 2일 가장 규모가 큰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철수한 것이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패배로 정리되고 있다.


미군이 철수하자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세상으로 빠르게 변모해가고 있다. 탈레반은 이미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90% 정도를 장악했다고 평가된다. 1973∼1975년 베트남보다 사태가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드러났던 “미군철수=정권 붕괴”의 공식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고,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학살 당하는 역사도 반복될 것이다. 이미 탈레반이 항복하는 수십명의 아프가니스탄 군인은 무차별 살해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아마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상당수의 아프가니탄인들은 갑작스럽게 군대를 철수시킨 미국을 비난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비난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근본적인 책임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그 지도자들이다. 그들은 20년 동안 미국의 막대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국가를 재건하지도 못했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베트남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스스로 돕지 않는 국가는 누구도 돕지 못한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사항은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현상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력도 크고, 재래식 전력의 경우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부도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제 기능을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67∼1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이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나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한국은 북핵 억제와 방어를 전적으로 미국에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결정할 경우 한국은 스스로를 지킬 역량이 없고, 결국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처럼 될 수 있다. 비핵국가가 핵국가를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에서도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철폐 주장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겠지만, 광화문 거리에서 365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젊은이들이 있고, 상당수 지식인들은 미군이 철수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말한다. 묻고자 한다. 미군, 특히 미군을 인계철선(trap wire)으로 하여 지원하게 되어 있는 미국의 핵우산없이, 핵무장한 상태에서 백만 이상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킬 수 있는 복안이 있는가?


이들은 말한다. 철수를 요구해도 미군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의 지식인들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또 이들은 말한다. 미군이 철수해도 미국의 핵우산은 제공될 것이라고. 또한 북한이 동일민족인 한국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 말이 틀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안하다’로 끝날 일이 아니다. 원상회복을 시켜야할 것인데 그러한 신통력이 있는가? 미군이 철수하여 공산화될 경우 그들은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지식인들처럼 미국을 비난할 것이다. 그런다고 공산화된 대한민국이 되살아날 수 있는가? 스스로 지키지 않는 국가를 미국이 왜 지켜줘야하고, 어떻게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인가? 아프가니스탄과 베트남의 사태를 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가?


현재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북핵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한국 스스로 충분한 핵전력을 구비하든가, 아니면 미국의 핵우산이 확실히 제공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주장하기는 쉽지만 구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는 후자밖에 없다. 제발 아무런 안보대안없이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만들지 말라. 나중에 북한에게 정복당하여 학살당하면서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일부 지식인들은 미국을 적극적으로 비난하는 자신을 용기 있는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비겁이다. 미국을 비난하는 것은 미국과 한국이 법치주의라서 그렇게 주장한다고 하여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북한을 대놓고 비난하지 못하는 것은 중국이나 북한이 법치주의 국가가 아니라서 어떤 해코지를 가할지 몰라서 불안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부과될 수 있는 위험을 알고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용기’이다. 그러나 아무런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남다른 주장으로 미흡한 공부와 내공을 덮으려는 지적 유희는 ‘위선’이라고 한다.


우리의 선조와 선배들이 배알이 없어서 한미동맹을 강화해온 것이 아니다. 미국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안보비용을 줄이고, 그 돈을 경제발전에 투자하여 국민들을 배곯지 않게 만들겠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한 것이다. 그 전략이 성공해서 한국이 10대 경제대국이 된 것 아닌가? 유럽의 나토국가나 일본이 못나서 자존심을 상해가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가? 그들 또한 미국을 최대한 활용하여 국민들에게 더욱 많은 복지혜택이 가도록 하려는 것이다.


탈레반이 두려워 도망가면서, 도망을 가지 못한 사람들은 탈레반에 의하여 학살 또는 구금당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지식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 중에는 미군 철수를 요구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후회하고 탄식할 것이다. 그러나 늦었다. 그들이 주장이 칼이 되어 그들의 목을 치고 있는 셈이다.


안보를 모르는 사람들은 ‘자주’라면서 자존심 차원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불편함을 주장한다. 자존심 또는 자주는 ‘잘’ 살기 위한 조건이다. 경제는 ‘먹고 살기’ 위한 조건이다. 그러나 안보는 ‘죽지 않기’ 위한 조건이다. 경제가 발전되지 않을 경우 자존심을 언급할 수 없는 정도에 그치지만, 안보가 없으면 다른 어떤 것도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일부 지식인들에게 이 우선순위를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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