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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與 언론규제법, 정부가 ‘가짜 뉴스’ 판별해 비판 기능 ‘전략적 봉쇄’ 노려
 
2021-07-13 17:24:35

◆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미디어·언론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언론규제법 분석

“언론 = 권력의 피아노”라던 나치 괴벨스 통치술과 유사… 전두환‘보도지침’·언론기본법의 문재인式 버전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형사 + 민사‘이중처벌’위험성… 언론의 비판·감시 포기 유도해 부패완판 초래


현재 여권이 진행 중인 언론규제법안은 언론·표현의 자유는 물론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악법이다. 특히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전두환 정권 시절 자행됐던 언론 탄압의 ‘문재인식(式) 버전’이며, 구습·구악(舊惡)의 부활이라 볼 수 있다. 정부·여당이 이 법안들을 악용해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나올 경우 언론은 권력 감시와 비판을 스스로 억제하는 ‘위축 효과’를 보이게 돼, 결과적으로 기득권의 부패가 만연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군사정권 보도지침의 부활

유사 이래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권력자들의 시도는 계속돼왔다. 따지고 보면 1450년쯤 인쇄술의 전파로 대량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국가와 교회는 사후 억압과 감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됐고, 언론에 대한 통제와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을 시행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치 시대 선전선동가인 괴벨스는 “언론은 권력의 피아노”라고 해 여론조작에 언론을 적극 활용했다. 언론·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제헌헌법(1948년)에서부터 현행 9차 개정헌법에서까지 언론·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천부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기본법’을 제정해 신문·방송·통신 등 언론기관들에 대한 통폐합을 시행해 언론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 언론 분야의 자유시장 경제 질서 확립을 저해했다. 또한 상시로 일방적인 ‘보도지침’을 하달해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 노무현 정부 때에도 기자실에 대못질을 해 폐쇄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 했으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 구시대 악습이 최근 되살아났다. 여권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이미 다수의 법안을 발의해 놨다. 이 법안들에 의하면 언론사가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한 경우에는 통상적인 손해배상액의 최고 5배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히 전두환 시절 ‘언론기본법’의 현대판 부활이라 할 만하다.

◇‘징벌적 손배제’ 문제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시행되면 언론의 자유는 물론, 국민의 정치적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국민주권주의가 태동한 근대국가의 성립 과정에서 언론의 자유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의 의사에 따라 국가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민주주의의 중핵이다. 선진국에서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특별한 보호를 위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추진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5배 배상제도를 통해 언론에 재갈을 물림으로써 국민이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도록 하며 정치적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이 제도는 또한 언론·표현의 자유 분야에서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다. 특히 여당 소속 김용민 의원 안에는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해(害)할 목적이 있는 경우, 정무직 공무원과 대기업 주요주주, 임직원에 대해 5000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의 범위에서 손해액을 정한다’고 제안돼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소수 특권 계층들은 ‘전략적 봉쇄’ 소송을 통해 끈질기게 언론인들을 길고 지루한 민사법정으로 소환해서 장기적인 법정공방으로 이끌어 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언론사의 비판·감시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하는 ‘위축 효과’를 광범위하게 확산시키고, 그 결과 기득권은 더욱 공고화되며 부패가 만연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이 제도는 헌법상 손해배상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한국 헌법과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입은 현실적인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하도급법’을 비롯한 약 20개의 법률에 3배 ‘배액 배상제도’가 도입돼 있기는 하지만 이는 주로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한 예외적 제도다. 언론의 자유에 ‘배액 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예외를 일반화’하는 오류로, 헌법적 측면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

◇이중처벌의 위험성

현행 형법은 일반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까지 처벌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공직선거 시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하는 등 촘촘한 형사 처벌 규정을 갖춰놓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권력자·정부에 대한 표현의 자유 보장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추가로 명예훼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허용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중하면 참여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이렇게 명예훼손을 형법으로 강하게 처벌하면서 여기에 더해 민사책임까지 5배로 가중하는 건 이중처벌로, 이런 입법례는 선진 각국에서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밖에 ‘허위조작정보’인지와 관련한 조사권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부여하겠다는 건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판단을 사법부가 담당하고 있다. ‘허위사실’에 대해 명확한 개념 정의가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 내기도 어렵고,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 역시 난해하다. 현재는 거짓인 것으로 인식돼도 시간이 지난 후 판단이 바뀌는 경우도 있으므로 ‘허위사실의 표현’임을 판단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만일 ‘가짜뉴스’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권을 국가(또는 유사기관)가 행사하게 된다면 이는 국가가 국민의 표현 행위에 대해 가짜 여부와 아울러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대 헌법에서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서게 될 우려가 크다. 나아가 ‘가짜뉴스’에 대한 일반적·학문적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벌규정을 새로 규정하거나 강화한다는 것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

◇참여민주주의에도 역행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의 논평이 권력에 의해 허위조작정보로 판단될 수 있는 여지를 넓히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하기 위해 위헌적인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격이 될 수 있다. 이대로 여권의 언론규제법안들이 통과된다면 표현에 대한 자기검열이 강화돼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참여민주주의 원칙에도 역행하게 된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철우언론법상 수상자


■ 세줄 요약

전두환 ‘보도지침’의 부활 : 여권이 진행 중인 각종 언론규제법안은 언론·표현의 자유는 물론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악법. 이는 전두환 정권 시절 자행됐던 언론 탄압의 ‘문재인식 버전’이자 구습·구악의 부활임.

‘징벌적 손배제’ 문제점 : 이 제도는 권력이 ‘전략적 봉쇄 소송’을 통해 언론의 비판·감시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하는 ‘위축 효과’를 광범위하게 확산시킬 것. 그 결과 기득권은 더욱 공고화되며 부패는 만연하게 됨.

이중처벌의 위험성 :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처벌에 민사책임까지 가중하는 건 이중처벌. 정부가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위헌 소지 큼. 이는 언론의 자기검열을 강화하고 참여민주주의 원칙에 역행하는 것임.


■ 용어 설명

‘보도지침’은 언론에 대한 통제방식의 하나로, 정부가 특정 이슈에 대해 보도 방향과 내용을 정해 내리는 지침. 전두환 정권 때 ‘언론통폐합-언론기본법-보도지침’ 등으로 언론 활동을 통제했음.

‘전략적 봉쇄’란 권력이 언론의 비판을 봉쇄하려는 목적으로 벌이는 소송행위. 분쟁의 해결보다 언론 스스로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을 피하도록 하는 ‘위축 효과’를 부르는 목적이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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