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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중대재해법 시행령도 ‘고무줄 잣대’
 
2021-07-13 09:42:51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법률을 엉터리로 만드니 공무원들이 죽을 지경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얘기다. 국무조정실·법무부·고용노동부·환경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이 애써 만든 시행령(안)이 입법예고됐다. 태어나서는 안 될 법률이 태어났으니 시행령으로써 아무리 분칠을 해도 법률의 폐단이 사라질 수 없다. 노·사 등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하나, 양쪽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법규 자체가 너무 모호해 시행령에서라도 수범자의 의무범위가 명확하게 획정(劃定)될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이 법률은 사업주·경영책임자 또는 안전·보건 책임자 등에게 적용된다. 이들이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중대산업재해’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해 사망자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 시 1년 이상 징역형 처벌을 받는다. 이는 고의범인 형법상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죄와 같은 수준의 형량이다. 사고 발생에 경영책임자 등의 고의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형사법 기본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행정·입법 편의주의의 결과물이다.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정부 지정 24개 직업성 질병 목록엔 열사병, 레지오넬라증,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발생한 B·C형 간염, 매독, 에이즈(AIDS) 등 혈액전파성 질병까지 포함된다. 중증·경증도 불문한다. 경영책임자 등은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는지,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 이 업무를 제3자에게 도급·용역·위탁할 수 있고, 의무 이행에 관한 점검을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지만, 그 경우에도 법문상 경영책임자 등이 사고로부터 면책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률이 모호하니 분쟁이 많을 것이고, 집행기관에 지나친 재량권이 주어진다. 집행재량권 남용 또는 과소집행이 속출할 것이다. 로펌들은 즉각 중대재해대응TF를 만들었다.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안전보건확보의무’는 ‘적정 규모의 안전·보건 인력 배치와 적정한 예산 편성’이 필수다. ‘적정한’이란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 사고가 나면 무조건 처벌받는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예방에 ‘충분한’ 상태를 유지하라는 규정도 있다. 예방책이 ‘충분’한지 그렇지 않은지 누가 아는가?

경영책임자뿐만 아니라 현장 종사자의 안전의무 준수도 중요한데, 이에 관한 규정은 전혀 없다. 근로자 안전교육 또한 중요한데, 법률상 경영책임자 등만이 20시간 범위의 안전보건교육을 수강해야 하고, 위반할 경우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사고에 대한 행정규제는 보복 차원 응보(應報)가 아니라 사고 억지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률·시행령(안)은 온통 처벌에 집중하고 있다. 과도한 규제는 재원의 과도한 낭비를 부른다. 모든 게 비용이다. 그 비용과 부담은 기업과 납세자의 몫일 뿐, 법률을 만든 의원 개인의 부담과 비용은 전무하다. 법안 발의자의 존재를 알리는 효과를 한껏 누리면서 지지까지 받는다. 경쟁자를 축출하고 지대를 추구하는 합법적이고 유효한 수단이다. 포퓰리즘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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