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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 달걀은 깼는데 오믈렛은 어디 있나
 
2021-06-08 11:40:38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막스밀리앙 로베스피에르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시작된 후 권력을 장악하고 "달걀을 깨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며, 혁명ㆍ자유ㆍ평등ㆍ민중을 내세우고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그러나 달걀을 깬다고 자동적으로 오믈렛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로베스피에르는 단 하나의 오믈렛도 만들지 못한 채 그가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뚜아네트를 살해한 바로 그 단두대에서, 그가 만든 법에 따라 재판 없이 처형됐다. 역사가들은 그를 현실감각이 결여된 고집불통의 고지식한 원칙주의자로 묘사했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프랑스 혁명이라는 죽을 쒀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개에게 준 꼴로, 아무 의미 없는 혁명이었다고 평가했다.

로베스피에르는 높은 식품 가격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식품투기꾼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선동가들의 선동을 지지했다. 경제적으로 평등한 세상을 만든다면서 일부 생필품 가격상한제를 실시했다. 밀과 밀가루의 가격을 고정시켰고, 30여 가지가 넘은 필수품 가격을 통제했다. 가격은 물건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평가를 반영한다. 자본·노동· 자원· 기회비용· 소비자의 요구 및 수많은 다른 생산자들의 생산량까지 고려해 결정된다. 모든 생산요소와 비용, 수요와 공급 원리가 무시되고, 갖은 정성으로 힘들게 수확한 생산물을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다면 누가 생산하겠나. 시장은 붕괴되고 질 좋은 물건들은 모두 자취를 감췄으며, 암시장이 창궐한 것은 당연했다. 누가 로베스피에르에 대해 묻자 "그놈은 달걀 하나도 삶을 줄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정부는 ‘경제민주화’ ‘포용적 성장’과 같은 논리로 경제학 원론과 반목해 가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달걀을 깼다. 그러나 과연 오믈렛을 만들었는가.

지난 4월 14일 경제부총리는 "민간 일자리 상황이 개선되는 등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국민연금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질 좋은 민간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는 올 3월 기준 1년 전에 비해 10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것도 쿠팡이 2만3058명(129%), 그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3만1216명(41%)씩 일자리 수를 늘이고 일용직 직원에게까지 4대보험에 들어 준 덕분이다. 반면 하루 1~2시간 꼴로 일한, 주 10시간 이하 ‘초단기’ 근로자가 사상 처음으로 110만 명을 넘었다. 고용보험기금은 사실상 고갈됐고, 올해 연말까지 갚아야할 이자만 133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한 한국 대기업 책임자들은 바이든 정부에 무려 44조원의 통 큰 투자 선물을 안겨 주었다.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만 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을 것이다. 당장 반도체와 전기차 등 요긴한 분야에 한ㆍ미 간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백번 잘 한 결정이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소멸하고 있는 국내 사정으로서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경련이 최근 10년간 한국·중국·일본의 국내 설비투자와 해외직접투자 동향을 비교ㆍ분석한 결과, 한국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가장 낮고,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한국 2.5%, 중국 4.3%, 일본 3.9%로 한국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가장 저조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직접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한국 7.1%, 중국 6.6%, 일본 5.2%로 한국이 가장 높았다. 한국 기업들은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 정부 들어 권력은 있으되 책임은 없는 무소불위 국회가 쓸 데 없는 제도를 너무 많이 만들었다. 일본 에도(江戶)시대 농민정치가 니노미야 손토쿠(二宮尊德)는 ‘니노미야옹 야화’(二宮翁夜話)에서 "도덕 없는 경제는 범죄이고 경제 없는 도덕은 잠꼬대"라고 토로했다. 돈이 된다면 뭐든지 좋다는 생각은 범죄이지만, 경제사정은 도외시하면서 거창한 구호만 외치는 것은 잠꼬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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