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문화일보] “평시에 땀 흘려야 戰時 피 안 흘린다”
 
2021-05-14 14:05:10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미연합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 대장이 다음 달 퇴역한다. 후임자인 폴 라캐머라 인도·태평양 육군사령관은 미국 상원 인준 중이다. 2018년 11월 취임 후 2년 반 동안 한국 안보를 위해 애쓴 사령관의 노고에 감사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 체제로의 전환에도 우려를 표명했고, 실(實)기동 없는 컴퓨터 게임식 연합훈련 방식도 걱정했다. 며칠 전 고별 행사에서도 “평시에 땀(훈련)을 흘려야 전시(戰時)에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필자도 군 출신이라 그동안 사령관 발언의 행간을 통해 재임 중 마음고생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외교적 협상을 통한 북핵 폐기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침묵해야 했을 것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의 없는 한·미 연합훈련 취소에도 냉가슴을 앓았을 것이다.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라는 한미연합사의 구호와 실제 사이에서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상명하복이 생활화한 군인에게 정치지도자의 불안한 결정은 고뇌의 출발이다. 상관과 국가에 대한 충성 중에서 선택할 것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1977년 ‘5년 내 주한미군 철수’라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던 존 싱글러브 주한미군 참모장은 워싱턴에 소환돼서도 주장을 바꾸지 않은 후 전역했다. 그가 오래 회자되는 것은 그러한 선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군인이라면 핵무기를 폐기하긴커녕 급속히 증강하는 북한에 제대로 대비하기 어려운 현 정치적 분위기에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에게 묻는다. 아직도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믿는가? 지금까지 틀린 것에 책임지고 있는가? 고향으로 돌아가서도 사령관은 오래도록 잠 못 이루고 몸을 뒤척일 것이다.

지난 4월 13일 한·미 양국의 두 연구소는 공동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2020년 기준 67∼1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도 핵무력을 계속 증강하면서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했다. 본토 공격을 위협해 미국의 핵우산을 무력화하기 위한 장거리미사일과 잠수함은 물론, 한국 공격용일 수밖에 없는 전술핵무기 개발도 공표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비핵화’만 외면서 한미연합군에 북핵 대비태세를 강화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은 연합훈련 재개까지 반대하고 있다. 한국군 지도부에 묻는다. 북핵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가? 핵 대비 강화를 건의한 적이라도 있는가? 부여된 권한 안에서 핵 대응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해 보기라도 했는가?

6·25전쟁 때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한국군 병사의 적극적 전투 의지를 듣고 참전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국군이 북핵 위협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는데, 미군이 왜, 어떻게 우리를 지켜줄까?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비핵화’ 함정에 빠져 북핵을 방치하고 연합훈련도 하지 않겠다는데, 왜 미국이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위협까지 감수하면서 한국을 방어해줄 것인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국민으로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귀국 후 맥아더 장군과 반대로 느꼈다고 말할 것 같아 불안하다.


 칼럼 원문은 아래 [칼럼 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칼럼 원문 보기]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326 [문화일보] 대북 퍼주기에 핵·미사일 도발로 화답한 북… 통일부 정책 대전환 절실 23-07-14
2325 [문화일보] 재수 권하는 대입 제도 뒤바꿔야 한다 23-07-14
2324 [에너지경제] KT 이사회 구성의 한계 23-07-13
2323 [노동법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명문화’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관한 소고 23-07-12
2322 [아시아투데이] 마르크스 사회주의 망령의 회생가능성 경계해야 23-07-06
2321 [시사저널] 이재명을 파트너로 삼은 중국의 통일전선외교 23-06-27
2320 [월간조선] 중국-미국, 군사적 긴장 고조될 경우 북한 도발 가능성 높아 23-06-27
2319 [월간조선] ‘대만인’ ‘중국인’ 사이에 갈등하는 중화민국 23-06-27
2318 [한국경제] 서둘러 청산해야 할 '감사인 지정제' 23-06-26
2317 [중앙일보] 일본보다 부실한 민방공 대비태세 23-06-22
2316 [아시아투데이] 빵을 착취한 핵·미사일 23-06-22
2315 [시사저널] 외교에선 내전, 정쟁엔 귀신인 나라 23-06-19
2314 [머니투데이] 바이오 클러스터 성공조건, 신속한 규제 확인부터 23-06-15
2313 [동아일보] 디지털 자산 증가,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빈틈 메울 때다 23-06-14
2312 [중앙일보] 노동분야 사회적 대화 제대로 하려면 23-06-14
2311 [중앙일보] 국민연금 수급 연령 70세로 올려야 23-06-13
2310 [문화일보] 물가·부채 폭탄 자초할 추경 포퓰리즘 23-06-13
2309 [한국경제] 北 자유화 더 미룰 수 없다 23-06-12
2308 [에너지경제] 대통령 거부권은 신의 한 수 23-06-08
2307 [아시아투데이] 전세는 죄가 없다 23-06-02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