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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직된 국민연금 주식 비중 유연화해야
 
2021-05-03 14:59:18

◆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조화사회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기금의 국내 주식 비율이 수익률 상승으로 목표 비중 16.8%보다 4.4%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연속 50일 이상 15조 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주식에서 기회를 찾으려고 ‘영끌’에 나선 개미들의 불만이 커지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9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한도를 한시적으로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신규 자금에만 자산 배분 적용하고
기금운용위 전문화해 자율성 줘야

이제 국민에게 위탁받은 기금의 안정성과 수익률을 어떻게 높일지 정책적 판단이 절실하다. 국가 예산보다 많은 900조원의 국민연금이 경제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신중하고 혁신적 조치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투자 배분 방식이나 지배구조는 자본시장 변화에도 2000년대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연못 속 고래에 비유되는 국민연금은 격변하는 경제와 자본시장 영향을 고려한 유연한 운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므로 경제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예를 들어 2017년 말 코스피 지수가 전년 말 2026에서 2468로 오르며 주식 비중이 21.3%로 높아졌다. 2018년 말에는 코스피가 다시 2000대로 하락하면서 17.1%로 낮아졌다.
 
주식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면 투자 비중이 함께 높아진다. 국민연금의 대량 주식 투매는 수익률 극대화를 포기하더라도 자산 배분의 목표 비중을 맞춰야 한다는 제도적 한계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투자 배분 정책은 수익률이 반 토막 나면 목표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없이 주식 매수에 나서야 하는 경직적 구조다. 물론 다른 투자자들은 증시를 부양해 준다고 손뼉 칠 것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이 34.89%이고, 올해 코스피 지수도 3000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데도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수익 극대화를 포기하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투자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라 하지만, 대상 기업들의 가치가 상승해 얻은 수익이 아니므로 개미들이 영끌한 돈을 뺏어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먼저, 자산 배분의 목표 비중은 새로 유입된 여유 자금의 배분에만 적용해야 한다. 기금 전체에까지 목표 비중을 적용한다면 현재 같은 혼란은 반복된다. 아무리 수익을 확정 짓는다는 목적으로 주식을 매각했다지만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투자 부문을 일부러 축소하는 건 비합리적이다.
 
둘째, 성과가 좋은 투자 부문에 대해 매각을 단행하면 펀드매니저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국내 주식의 경우와 같이 수익 극대화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적당한 수익으로 목표 비중에 맞춰 주식을 매매하는 행태가 발생한다. 연말이면 주식 부문의 목표 비중을 맞추려는 국민연금 거래 행태로 주식시장이 흔들리곤 했다. 제도를 적용할 때는 시장 참여자의 행태경제학적 선택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기금 지배구조의 분산이 필요하다. 점차 연금기금을 일정 규모로 다양하게 독립적으로 분리·운영하고 서로 경쟁시켜야 한다. 기금운용위의 전략적 자산 배분과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운용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주식 자산을 분리하고 제2의 기금운용위를 구성하면 된다. 하나의 지배구조 룰 속에서 2040년대에 1700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기금을 운용하는 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위험하다.
 
기금운용위의 경직적 투자 배분 고집은 기금 운용 책임을 전적으로 지지 않으려는 행태다. 유연하게 경제 상황에 대처해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시장에 정상적 신호를 보내는 게 바람직하다. 기금운용위가 정부 위원들을 배제하고 전문화해 집단 자율성과 책임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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