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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청와대, 인사 개편에도 돌아선 민심..."쇄신 없어"
 
2021-05-03 14:16:39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4월 재보궐선거 이후 청와대와 여야 모두 재편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의 참패로 끝난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더욱 낮은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기조 속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사임한 정세균 국무총리 후임으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극복, 부동산 부패청산, 경제회복과 민생안정 등 지난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절실한 요구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며 총리 후보자 인선을 발표했다.

김 총리 후보자는 최근 “부동산 정책의 원칙을 허물어선 안 된다”고 했고,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선 “대통령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백신 확보와 접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법만 놓고 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제86조 ②항)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김 후보자가 국회에서 인준이 되면 민감한 현안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만큼 총리의 권한은 결코 작지 않다.

통상 임기 말에 임명되는 총리는 고건 전 총리(김영삼 정부), 한덕수 전 총리(노무현 정부) 등 관료 출신이 많았는데 이번에 대구ㆍ경북(TK) 출신 정치인을 임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보궐 선거의 민심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 그동안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각을 세워 온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하는 등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했다. 개각과 청와대 인적 개편을 동시에 단행한 것은 대대적인 분위기 전환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인적 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심의 반등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리서치의 4월 3주차 조사(16~19일) 결과,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2%로 지난 4월 1주차 조사(38%) 대비 6%포인트 감소하였다[그림1].
이는 역대 최저치이다. 국정운영을 ‘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5%포인트 증가한 6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해 10월 5주 이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앞서는 이른바 ‘데드크로스’는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 지지도 하락이 지난 4월 재 보궐 선거에서 여당 참패의 중요 요인이었다는 분석도 이런 추세와 무관치 않다.

덩달아 우리나라 국정방향에 대해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30%로 지난 조사(34%) 대비 4%포인트 감소하였다. 국정방향 공감도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반면, 우리나라가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주에 이어 다시 한 번 6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그림2].
그 격차가 점점 늘어 30%포인트 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임기 말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18~29세 젊은 층에서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율(68%)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17%)보다 무려 4배 이상 많은 것은 심각하다. 4월 재보궐 선거에서 그동안 현 정부의지 핵심 지지층이었던 20대의 반란이 일어난 것은 대한민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분노와 두려움으로 ”내가 참여해 투표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총리와 청와대 인사 개편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오히려 하락하는 이유는 집권당인 민주당의 민심과 크게 동떨어진 행보와 깊은 관련이 있다.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당은 새 원내지도부를 꾸렸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에서 민주당 입법 독주 당시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강성 친문계인 4선 윤호중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쇄신을 외쳤던 여당 초선 의원(81명)들의 요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30 초선 5인이 제시했던 조국 사태에 대한 자성과 당 소속 단체장의 성추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요구도 친문 당원들의 ‘문자 폭탄’과 당 지도부의 압박에 꼬리를 내렸다. 결과적으로, 원내 대표 경선 투표 결과, 169명 가운데 104명(61.5%)이 윤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경쟁 후보인 3선의 비문 박완주 의원은 겨우 65표를 얻었다. 결국 민주당은 쇄신보단 안정을 택했다.

보궐선거 참패 이후 치러지는 5월2일 민주당 대표 경선이 당초 공언한 '혁신의 장'이 되지 못한 채 쇄신, 반성, 대안이 없는 ‘3무(無) 맹탕 전당대회’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당 대표 경선이 대의원 45%, 권리 당원 40%, 국민여론조사 10%, 일반 당원 여론 조사 5% 등 당심이 90%를 차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체 득표율에서 권리 당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이들의 표를 의식해 변화를 원하는 민심과 동떨어져 누가 문 대통령을 수호할 것인가로 논쟁을 벌이면서 말뿐인 '혁신 전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이런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당의 초선 모임인 ‘더민초’가 초청한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민주당의) 고질적 특징이 복기를 안 하는 것"이라며 "집권 가능성이 없었을 때 노무현 부동산 정책의 한계를 철저히 복기하지 않았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어설펐던 게 사실인데 복기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NBS 조사(4월12∼14일)에 따르면, 민주당이 참패한 요인으로 가장 많은 43%가 ‘주택, 부동산 등 정책 능력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의 문제’(18%), ‘야당과 협치하지 않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15%)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권 구도는 비문(비문재인)계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제3지대에 머무르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간의 양강 구도로 고착화되고 있다. NBS가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4월 26일-28일)에서 이 지사(24%)와 윤 전 총장(23%)이 오차 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였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7%로 3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각각 4%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정세균 전 총리는 3%, 유승민 전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1%씩이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개 비판이 나왔다. 초선인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표 적폐청산의 행동대장은 윤석열이었다"고 비판하면서 "문재인 정권과 함께 소위 적폐수사를 현장 지휘했던 윤 전 총장은 '친검무죄, 반검유죄'인 측면이 전혀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문재인·박근혜 후보가 맞붙었던 대선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그는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윤 전 총장은 당시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팀장이었다.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진정으로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사과할 일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공직에 오래 있던 사람은 공직을 수행하는 과정에 있었던 결정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 의원의 공개 사과 요구 기자 회견은 야권에서 나온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미묘한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무엇보다 윤 전총장의 국민의 힘 입당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적폐청산을 진두지휘하면서 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전 정권 인사들을 대거 구속시켰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 친박(친박근혜)들과 강성 보수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토 세력이 존재한다.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를 자처하는 홍준표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윤 전 총장을 “박근혜 정권 무너뜨리는 정치 수사에 큰 공을 세우고 벼락출세한 사람이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를 선호도에 따라 다음의 세 가지로 전망해 볼 수 있다[표1].
윤 전 총장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아마도 본인을 중심으로 중도대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중도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정권 창출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모델과 비슷하다. 그는 2012년 5월 15일부터 2016년 5월 14일까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대통령실 부실장을 재직하면서 사회당 정부의 중도 우파적 정책들을 펼쳤다. 그러나 2016년 4월 중도 성향의 정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LREM)를 창당한 후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처음 출마해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여하튼 국민의 힘 개혁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 제3지대로 이탈하면 중도대통합론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윤 전 총장뿐만 아니라 안철수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원희룡 제주도지사, 최재성 감사원장, 금태섭 전 무소속 의원 등 정권교체 세력들이 빅텐트로 모이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만약 그 이후 제1야당 후보와의 단일화 게임에서 승리하면 최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사에서 제3지대론은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따라서 이런 구상이 성공하려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치실험이 필요할지 모른다. 가령, 대선 승리 후 권력을 공유하는 그림자 내각 팀을 만들어 여당 후보와 경쟁하는 초유의 ‘원팀 선거 캠페인’을 구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 선호하는 것은 국민의 힘에 입당하기보다는 제3지대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 다음 제1야당 후보와 최종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모델과 흡사하다. 그런데 향후 야권후보단일화가 성공하려면 명분(정권교체), 이질적 세력과 연대(중도+보수), 공동 정부 수립 등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세 번째로 선호하는 것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당 대 당 통합을 한 다음 신당에 참여해 ‘원샷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제3지대 세력화가 갖고 있는 조직과 자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독자 행보로 대권 도전에 뛰어들었다가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중도 포기한 배경엔 자금난이 큰 요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주호영 전 권한대행은 “대선 후보는 1주일에 1000만원 가까이 돈을 써야 한다”며 “정치 자금은 입당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두 개인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이 특정 당에 입당하면 자금문제 뿐만 아니라 여권의 파상적인 네거티브 공세에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이런 구상들이 실현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윤 전 총장의 대권 지지율의 지속되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긍정적이다.

한국갤럽 4월 셋째 주(13~15일) 조사 결과,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다음 차례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자유응답), 윤 전 총장이 25%, 이재명 지사가 24%로 재보궐선거전후 다름없이 선두 양강 구도를 이뤘다. 윤 전 총장 지지도는 지난 3월 4일 총장 사퇴 이후 급부상했다. 2월 4주 때 겨우 9%에 불과했지만 그 이후 수직 상승하면서 20%대에 안착했다.

리얼미터·JTBC가 4·7 재·보궐선거 이후 진행된 첫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4월 10∼11일)에서는 윤 전 총장(36.3%)이 이 지사(23.5%)에 12.8%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섰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12.3%로 뒤를 이었다. 윤 전 총장은 이 지사와의 맞대결에서 47.4%로 이 지사(36.0%)를 11.4%포인트 앞섰다. 이 전 대표와의 가상대결에서는 윤 전 총장이 50.9%로 이 전 대표(31.4%)보다 19.5%포인트 높았다.

그런데 대선 지지율이란 것은 3개월, 6개월 뒤에는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오직 반문재인 정서에 기대어 반사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지지율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덩달아 윤석열이 주도하는 야권후보 단일화 모델도 무너질 수 있다.

우군화 문제도 중요하다. 윤 전 총장이 만약 대선에 나서려 한다면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선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야권 대선주자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윤 전 총장에 대해 “나는 그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연락한 적도 없다”며 “대통령이 무슨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해줄 수는 있어도, 내가 달리 도와줄 방법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나중에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에 안 나오거나, 후보로서 타격을 입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플랜B'로 김동연 전 부총리를 언급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정치권에선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이 통합할 경우에 대비해 김 전 위원장이 야권의 또 다른 축으로 윤 전 총장과 김 전 부총리, 그리고 야권의 일부 대선 주자를 한데 묶어 경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전 총장과 안 대표와의 연대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합쳐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아무 관계도 없는데 안철수가 마음대로 남의 이름 가져다가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여하튼 윤 전 총장과 안 대표의 향후 행보는 밀접하게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안 대표는 지난달 27일 "국민의힘과 원칙 있는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들이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우리 당의 중도 실용노선 그리고 정권교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혁신들이 있다"며 "저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혁신 키워드는 유능, 도덕, 공정 그리고 국민통합과 청년을 위한 미래 등 이 다섯 가지"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그 다음날 주호영 전 권한대행과 회동을 통해 양당 합당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합당에 대한 시기와 방법 등 의견을 교환했지만 안 대표는 '신설합당'을 원하는 국민의당 당원들이 많다는 점을 주 권한대행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정당의 통합 논의도 중요하지만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대권과 관련 향후 안 대표의 행보다. 안 대표가 선호하는 구상은 크게 네 가지로 전망해 볼 수 있다[표2].
아마도 가장 선호하는 것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당 대 당 통합을 한 후 신당에서 경선을 통해 최종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0년 3당 합당 한 후 1992년 민주자유당 대선 후보로 대권을 차지하는 모델과 흡사하다. 그 다음으로 선호하는 것은 국민의힘, 국민의당, 윤석열 세력간 3자 통합 후 대선 경쟁에 나서는 것이다.이럴 경우 원샷 통합 경선이 가능하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포기하고 윤 전 총장과 연대해 국민의힘 일부 세력을 흡수하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중도대통합론과 부합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한 후 신당의 대표가 되어 정권교체 킹메이커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국면에선 당 대표라는 직은 별로 실익이 없다. 모든 당의 기능과 업무는 대선 후보 중심으로 재편되고, 대선에서 패배 할 경우,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하튼 안 대표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 지가 야권 개편의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이번 보궐 선거로 국민의힘은 4연패의 고리를 끊고 내년 대선에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는 내년 대선의 선행 지표가 될 수 없다. 국민의힘 승리는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이 잘못해서 얻은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이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4월12∼14일)에 따르면, 국민의 힘이 승리한 주된 이유로 ‘집권당인 민주당이 잘못해서’가 61%인 반면, ’국민의 힘 후보가 좋아서‘(3%), ’국민의힘 정책과 공약이 좋아서‘(3%),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란 정당 활동을 잘해서‘(1%) 등 ’국민의힘이 잘해서‘는 겨우 7%에 불과했다. 선거 승리를 이끈 김 전 위원장도 퇴임하면서 국민의힘 압승을 두고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새로운 수권정당과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기혁신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갤럽 4월 3주(4월 13~15일) 조사 결과, 현시점 유권자에게 내년 대통령선거 관련 두 주장 중 어느 쪽에 더 동의하는지 물은 결과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34%,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55%로 나타났다[그림3]. 12%는 의견을 유보했다. 작년 8월 이후 매월 조사에서 정권 유지론은 최소, 교체론은 최다로 차이가 커졌다. 올해 4월 들어 정권 교체론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되고 있다.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 재보궐선거 결과는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며, 대통령선거 결과는 정권 유지와 교체를 판가름한다.
한국갤럽의 4월 셋째 주 5개 정당별 호감 여부를 물은 결과,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34%, 민주당 30%, 정의당 24%, 국민의당 21%, 열린민주당 19% 순으로 나타났다. 작년 6월 이후 추이를 보면 범진보 계열 정당 호감도는 모두 하락했고 범보수 계열 정당은 상승했다. 최근 4년간 여덟 차례 조사에서 국민의힘 호감도가 민주당보다 소폭이나마 앞선 것은 처음이다.

현 시점에서 국민의 힘에게 내년 대선을 향한 유리한 선거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언제든지 급반전될 수도 있다. 단언컨대, 지난 보궐 선거 결과는 내년 대선의 선행 지표가 될 수 없다. 2030 세대는 현 정부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40대와는 달리 특정 이념과 정당에 예속되지 않고 상황과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스윙 보터’로 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대선에서 이들 세대가 이번처럼 야당에게 몰표를 줄지는 알 수 없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야당인 한나라당에게 참패했다. 한국선거학회 선거후 조사에 따르면, 당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20대는 민주당 32.2%, 한나라당 42.1%를 지지했다. 30대는 민주당 32.5%, 한나라당 51.4%였다. 그러나 6개월 후에 치러진 12월 대선에서 2030 민심은 급변했다. 20대와 30대에서 ‘특권과 차별이 없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각각 67.6%와 61.1%의 득표로 승리했다. 2002년 6월 지방선거 2개월 후에 치러진 8ㆍ8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야당인 한나라당은 13곳 중 11곳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6개월 후에 치러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패배했다.

이번 보궐 선거가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함의는 진보로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이제 겨우 평평해졌다는 점이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듯이 선거판은 언제든지 요동칠 수 있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으며 늘 분노의 회초리를 든다.

패배한 여당도, 승리한 야당도 이번 보궐선거에서 드러나 민심이 무엇을 함축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내년 대권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만하고 분열하는 세력은 패배하고, 참회하고 혁신하는 세력은 승리할 것이다. 특히 어떤 세력이 시대정신에 입각한 이슈를 선점에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만드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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