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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선(先) 북핵대응 후(後) 모병제 제안하라
 
2021-04-27 13:24:24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타산지석(他山之石)

병역제의 정략적 제안이 문제

북한이 도발하면?

제도의 장단점에 대한 정확한 이해 필요


대만의 타산지석(他山之石)


중국이 공공연한 침공 의사를 드러내면서 대만의 안보 불안이 극심해지고 있다. 대만의 병력이나 군사준비태세가 과거에 비해서 매우 약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론에서는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방어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의 육군 병력보다 100배 더 많은 규모이고, 군사 예산도 25배 더 많이 투입하고 있어서 어떻게든 대만이 불리할 수밖에 없지만, 현재 제기되고 있는 대만의 불안감은 최근의 군사력 감축과 관련이 없지 않다. 세계 각국의 군사력을 평가하는 세계화력지수(GFP)에 의하면 대만은 지난 2011년 14위를 기록했지만, 10년이 지난 2021년에는 22위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은 폭발적으로 증대하고 있는데, 대만의 군사력은 오히려 감소된 것이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집권한 마잉주 총통 시절 대만의 국방비 증액 규모는 매년 3.5% 수준에 머물렀는데, 이 때 중국의 국방비는 엄청나게 증대되고 있었다.


대만의 병력 감축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함으로써 발생하였다. 대규모 군대를 모병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대만의 육군은 3년 전 27만 5000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16만 5000명으로 10만 이상이 감축되었다. 병력이 감축되자 중국은 대만을 앝보고 있고, 따라서 침공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병력감축은 안보의식의 약화로 연결된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감축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대만 국민들은 가급적이면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여전히 대비태세 강화에 따르는 국민부담을 기피하고자 한다. 대만은 안보위협은 높아지고 있는데도 군대규모를 늘릴 수 없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일단 모병제로 바꾼 이상 징병제로 다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징병하는 병사들을 모병하는 병사와 같은 봉급으로 대우할 수도 없고, 상당한 봉급 수준을 약속한 병사들에게 징병제와 같은 봉급을 환원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만의 경우 중국의 침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모병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듯이, 국민 개개인은 국가안보보다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 제도로 선호하고, 따라서 국가안보상 필요해져도 징병제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병역제의 정략적 제안이 문제


대만과 동일한 문제가 한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북한의 안보위협과는 전혀 상관없이 선거공학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모병제 논의가 계속 제기되고 있고, 그 방향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출간한 저서를 통하여 모병제는 물론이고, 남녀평등 복무제까지 제안하고 있고, 대부분의 다른 여당 정치인들도 원칙적인 방향에서는 공감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과 부산시정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율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가 징병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계속 하락하여 현재 0.8-0.9 정도에 불과한 수준으로서, 징병제 유지를 위한 가용자원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50만명의 병사들을 복무기관 18개월로 유지하자면 매년 33만명이 새로 입대해야 하는데, 19년 전인 2002년 출산한 신생아는 49만 6911명이라서 모든 남성을 다 징집해도 25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문제는 점점 심각해질 수밖에 없고,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2020년 신생아 수는 28만 2000명인데, 19년 후에는 모든 남성을 징집한다 해도 매년 14만명만 징집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한국의 현 상황에서는 현재의 1/2 또는 1/3로 감축하거나, 복무기간을 과거처럼 3년으로 연장하거나, 여성에게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거나 모병제를 전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언론 및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문제점을 식별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처럼 선거와 관련하여 정략적으로 논의되어서는 곤란하다. 병역제도는 국가안보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관련된 모든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여 복합적이면서 신중하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행정안전부, 병무청 등의 전문가들이 심사숙고하여 상향식(bottom-up)으로 건의하도록 해야하는 사안이지 일부 정치인들이 하향식(top-down)으로 결정하여 시행을 강요할 사안이 아니다.


북한이 도발하면?


병역제도의 변화와 관련하여 가장 근본적인 사항은 위협의 존재와 강도이다. 군대의 존재목적 자체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군대의 모든 정책 변화는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지, 다른 것이 이보다 우선해서는 곤란하다. 그런데 최근 모병제를 제기하는 사람 중에서 북한 위협을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대만이 처한 위기도 위협에 대한 대응방책은 고려하지 않은 채 모병제로 전환함으로써 비롯된 것이다. 중국의 위협이 줄어들고 있다거나, 미국과 동맹조약을 다시 체결하였다든가, 기타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판단이 선행된 상황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을 시행했어야 했는데, 국내적인 요소만으로 모병제 전환을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심각한 위협이 없는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우리가 그대로 도입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위협이 감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월에 있었던 제8차 당대회에서는 현재까지 증강된 핵무력을 바탕으로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비록 질적인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북한은 128만명이나 되는 대군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배경 하에 기습공격을 감행하면 어떻게 방어하겠다는 것인가? 나름대로 복안을 마련해둔 상태에서 모병제를 주장하고 있는가?


일부에서는 모병제로 전환한다고 해도 병력은 감축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것은 눈 감고 아웅하는 주장이다. 현재와 같은 50만명의 병력을 모병제로 유지하는 예산이 수년 동안 계속 충당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만도 모병제로 전환하면서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감축하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모병제로 제안하는 사람들도 대체적으로 30만명 정도의 상비병력을 유지하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제도의 장단점에 대한 정확한 이해 필요


현재 한국이 시행하고 있는 징병제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모병제는 서로 장단점을 갖고 있다. 징병제의 장점은 평등한 병역의무와 국민단결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대규모 군대를 유지할 수 있고, 특히 필요한 시기에 폭발적인 병력 증대가 가능하다. 징병제의 창시자인 나폴레옹은 대규모 병력동원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반면에 징병제는 역량이 있는 젊은이들이 입대하여 결정적 시기를 군대에서 보냄으로써 역량의 극대화 시기를 상실하게 되는 사회적 기회비용(opportuniy cost)이 매우 크고, 군대의 질이 저하되면서 다양한 병역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


징병제에 반하여 모병제는 사회적 기회비용이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특정 분야에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젊은이들이 단절없이 노력하여 엄청난 성과를 달성하면 국가사회에 엄청난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질적 군대를 유지할 수 있고, 병영 부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병제의 경우 국민들의 총력안보 의식이 약화될 수 있고, 무엇보다 우수인력이 과연 군대를 자원할 것인가를 보장할 수가 없다.


모병제와 관련하여 특별히 따져야할 부분은 기대한만큼의 우수요원이 지원할 것이냐 여부이다. 유인책으로 다수 인사들은 상당한 수준의 봉급을 제시한다. 그러나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300만원 상당의 봉급을 준다고 해도 우수요원이 병사로서의 평생을 선택할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 KBS가 2020년 9월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민들의 61.5%가 모병제에 찬성한다고 하지만, 과연 자신의 하나 또는 둘 뿐인 아들이나 딸을 평생 병장으로 근무하도록 권장할 부모가 얼마나 될 것인가를 조사해보면 그 비율은 매우 낮을 것이다. 간부로 진급해주면 된다고 말하겠지만, 그러면 병사보다 간부가 많아지는 역피라미드 군대가 될 수밖에 없고, 이런 조직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고, 세계에서 그렇게 조직된 군대도 없다.


이러한 점에서 대만의 경우에도 모병제로 전환한 후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2020년에는 어느 정도 충당했다고 하지만, 위기가 고조되면 더욱 병력확보가 어려울 것이다. 우수인력 확보가 어려워 독일에서도 2011년 모병제로 전환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하여 징병제로의 전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모병제를 실시하는 국가들은 모두 우수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징병제의 문제점 보완이 우선


엄밀하게 보면 한국은 모병제로의 전환을 토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핵무기를 포함한 대규모 군사력을 보유하여 호시탐탐 남침할 기회만 엿보고 있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징병제로 인한 다양한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안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인내한다는 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만, 출산율 저하는 불가항력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현재의 징병제를 보완하지 않을 수 없다. 첨단의 무기 및 장비 도입을 통하여 필요한 병력규모를 축소시키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할 것이다. 여군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민간분야와 민간인력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군인들은 전투에만 전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민간을 쓴다는 것 자체가 군복만 입지 않았을 뿐 징병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모병제 요소를 상당부분 도입하고 있다. 부사관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속 증대시키고 있는데, 부사관이 하는 일은 전문적인 일로써 모병제의 취지와 맥락을 같이한다. 부사관의 질과 양을 증대시키면 그것 자체가 모병제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진정 애국심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모병제로의 전환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우수한 부사관을 어떻게 확보하고, 관리하며, 순환시킬 것인가를 연구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에서 논의해야할 사항은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면서 출산율 저하로 인한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이다. 모병제로 ‘이대남’의 인기를 회복하겠다는 정략이 아니라, 문제점 보완을 위한 중지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점진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일이다. 선거 때 인기회복용으로 등장하는 모병제 논의는 이러한 노력을 방해할 뿐이고, 백해무익하며, 따라서 자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안을 하는 정치인이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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