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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국정철학 관련성’은 검찰 중립 파괴
 
2021-04-27 11:19:03

◆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미디어·언론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리학을 국가 경영의 근본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왕조는 사헌부·사간원·홍문관의 삼사(三司)를 두어 감찰과 관원의 자격을 심사하고, 국왕에 대한 간쟁과 견제의 역할을 담당케 했다. 의금부가 왕명을 직접 받들어 주로 반역이나 모반죄를 수사했지만, 고위 관리들의 부정부패 감찰권은 사헌부에서 행사했다. 조선이 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사헌부 등 사정(司正)기관의 관리들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릴 수 있는 기개로 왕의 잘못을 시정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청렴성과 도덕성 및 실력은 관리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었고, 때로는 역적으로 몰릴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삼사의 권력 견제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때는 왕권과 신권(臣權)이 조화를 이뤘다. 그러나 연산군 때처럼 이들을 핍박해 왕권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한 때에는 나라가 혼란스러웠고, 백성들은 고초를 겪었다. 오늘에 비춰 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고 위축되면 반드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들의 땅 투기 사건과 같은 부정 비리가 횡행하게 된다.

이번 주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후임 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린다. 차기 검찰총장의 자격 조건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개진되고 있다.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첫 번째 덕목이라고 밝혔다. 만일 박 장관이 차기 검찰총장의 조건으로 권력과 가깝고 대통령의 생각을 잘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을 꼽았다면, 현 정부에서 그토록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춘 검찰을 만들겠다고 표방한 이른바 검찰개혁의 근본 취지는 무색해진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권력의 핵심부에서 발생하는 부정 비리 사건을 파헤치기 때문에 말 잘 듣는 검찰을 원했다. 권력과 가까운 검찰을 원하는 것은 ‘집권 4년 차의 법칙’ 때문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전방위 개혁이나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다가도 집권 후반기가 되면 개혁의 속도는 약해지고, 비리 사건이 드러나면서 마침내 거의 한 자릿수에 가까운 지지율로 쓸쓸하게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가짜 뉴스에 대한 3배의 징벌적 배상’으로 언론을 압박하고, 검찰의 수사를 막으려면 공수처를 만들어 통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과 깨어 있는 국민의 저항으로 모두 실패했다.

국가권력은 각자 자신의 존재 의의를 구현할 수 있도록 상호 조화롭게 행사돼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받들고 구현하는 기관은 청와대와 행정부다. 사법부는 행정권과 독립해서 재판하는 기관이고, 검찰의 역할은 국정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다. 예로부터 관리들에 대한 감찰권을 행사하던 기관들은 ‘독립성과 중립성 그리고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기개’가 제1의 덕목이요 생명이다.

따라서 검찰총장은 검사들의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수사를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명이다.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서는 언제든 사직서를 제출하고 표표히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독립적·중립적인 검찰총장의 임명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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