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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악법도 법' 테스형을 탄핵한다
 
2021-03-24 11:14:44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업인 취업제한은 '보안처분'
법원의 평가와 판결 통해 해야
장관의 취업승인은 삼권분립 위반


법무부는 지난 2월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에 ‘취업제한 대상자’임을 통보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의 직함인 ‘부회장’이란 직책은 법률에는 규정이 없다. 보통 주식회사는 회장,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두지 않고,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 성격을 띤 회사가 그 정관에 회장, 부회장의 직책을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의 정관 제24조(이사의 선임)는 ‘회사는 이사회 또는 이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위원회의 결의로써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이사 및 상무이사 약간 명을 선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 부회장이 정관에 따라 부회장 직책에 선출됐고, 이 직책이 취업제한 대상에 해당하며, 법무부 장관의 통보가 적법해 회사가 이를 따른다면, 이 부회장은 형 집행 종료일부터 5년간은 그 직책을 놓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2019년 10월 26일 사내이사 임기만료 퇴임 후 어떤 법적 책임을 지는 직책은 가지고 있지 않다. 주주일 뿐이다. 배당을 받는 외에는 급여도 받지는 않는다. ‘부회장 직함’ 사용뿐이다. 급여도 없는 단순한 직함 사용을 취업제한의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는 대단히 의문스럽다.

우선 취업제한의 위헌성과 위법성이 문제다. 자기 회사 임원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피고인을 이중처벌하므로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이라 위헌 가능성이 크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인 그 시행령에 규정해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취업제한을 ‘보안처분’으로 볼 수 있다. 보안처분이란 사회방위 및 특별예방목적(재범 방지)을 위해 개선 교육이나 격리, 보호 그 밖의 처분으로써 자유의 박탈 또는 제한을 수반하는 강제적 조치다. 이 처분은 소년법, 가정폭력처벌법, 성매매처벌법, 성폭력처벌법, 아동학대처벌법, 전자장치부착법 등 재범 위험이 높은 범죄의 경우 내려질 수 있다. 성매매처벌법을 위반한 포주에게 다시는 성매매업을 할 수 없도록 처분하고, 성범죄자에게 전자장치부착 처분을 하는 식이다. 보안처분도 형벌과 함께 형사제재이므로 법원의 판단하에 판결로써 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경우는 특경가법 위반이다. 이 법률은 1982년 5월에 터진 사채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던 어느 부부의 대규모 어음 사기 사건을 계기로 1983년에 급조된 것이다. 성난 국민을 달래기 위해 정치권이 급하게 내놓은 법률인 만큼 논리적 결함도 많고 형법 및 상법의 형벌규정과 정합성(整合性)도 없는 문제적 법률이다. 이 법률이 근 40년을 버젓이 살아남아 점점 적용사례가 늘어나더니, 이제는 특히 기업인에게 가혹하게 적용돼 기업인 잡는 법률로 변질됐다.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처분이라 할 때, 재범의 위험성은 면밀히 평가돼야 한다. 기업인이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주체는 법원이 돼야 하며, 판결과 동시에 보안처분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형사사건의 담당 판사가 그 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을 누구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헌재 2016. 3. 31. 2013헌마585 등). 보안처분도 형벌과 함께 형사제재의 일종이므로, 법무부 장관이 처분하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 위반이다. 취업 승인 여부를 장관에게 맡긴 현행 특경가법 및 그 시행령은 잘못됐다. 이런 엉터리 법을 지키라니,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소크라테스를 탄핵(죄상을 들어서 책망함)하고 싶다.

여하튼 ‘형 집행 종료일부터 5년간’의 문제다. 형 집행 중인 현재는 회사의 임직원이 옥중에 있는 대주주에게 자문하거나 상담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 그게 옥중경영이든 아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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