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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韓美 동상이몽 우려 더 키운 2+2 회담
 
2021-03-19 14:24:21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발표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북한 핵 문제 진전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뜬구름 같은 애매하고 의례적인 단어들만 잔뜩 나열된 짤막한 공동성명에는 응당 있을 법한 비공개 부속합의도 없었고 별도의 구체적 이행합의문도 없었다. 그처럼 공허한 모양새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비핵화 관련 입장 차가 너무 현저해 구체적 합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하노이 정상회담 때는 이견이 더 심해 그 정도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18일 발표된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담 공동성명은 공허했던 미·북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연상케 한다. 동맹국 간에 5년 만에 열린 외교·국방 장관 회담 합의문에 양국의 핵심 관심사 관련 문항들이 거의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핵심 사안들에 관한 이견이 현저해 합의 가능한 사항이 없다시피 한 탓일 것이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야 적국 간의 회담이었으니 그렇다 치고, 18일 회담은 동맹국 간 회담인데 어찌 그리 이견이 많았을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모두발언과 기자회견 발언 등을 통해 유추해 보면,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북한 인권 개선 △한·미 연합훈련 재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복원 △중국의 홍콩 및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중국의 남중국해 불법 점유 등 현안을 중점 제기하고 한국의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현안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4년간 추구할 대아시아 정책의 핵심이자 미국이 현재 구상 중인 새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동성명에는 미측 관심사 중 한·미 연합훈련과 한·미·일 3국 협력 문제만 지극히 애매한 표현으로 포함됐을 뿐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보다 훨씬 중시하는 북한 비핵화, 북한 인권, 중국의 인권탄압, 남중국해 문제 등은 제목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그나마 포함된 한·미 연합훈련과 한·미·일 3국 협력 문제도 의례적 관심 표명의 수준일 뿐, 이를 재개하거나 복원한다는 말은 없다. 한국 측 핵심 관심사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대북 제재 완화 △대북 경제 지원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등은 모두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것이 한미동맹이 처해 있는 동상이몽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례적으로 공개된 모두발언과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북한 인권, 중국의 홍콩 및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고 한국 등 동맹국들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 정부의 반대로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못한 입장들을 작심하고 공개한 것이다. 동맹국 간에는 심각한 이견이 있더라도 숨기고 안 드러내는 게 일반적 관행이다. 이례적인 방식으로 국제사회와 한국민에게 미국의 입장을 직접 명확히 밝힌 것은 그들이 한국 정부에 대해 품고 있는 불만과 불신의 정도를 말해 준다.

한국이 언제까지나 외교적 모호성 뒤에 숨어 동맹에 역행하는 기형적 외교 행태를 지속할 수는 없다. 이제 한국 정부는 동맹국인 미국과 그 적국인 북·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만 한다. 선택을 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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