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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안철수 ‘선점자 우위’ 효과냐, 박영선 ‘후발자 우위’ 뒷심이냐
 
2021-02-16 15:54:09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서울시장 보선 판세와 변수

安, 선거판 먼저 뛰어들며 보수 유권자에게도 어필… 朴, 여당의 높은 정당 일체감과 전문가 이미지로 선전
나경원·오세훈 등 차별화 전략이 야권 내 ‘후발자 우위’ 효과 만들 수도… 野 단일화·투표율 최대 변수

4·7서울시장 보궐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통상 명절 연휴 시기는 민심이 교차하면서 새로운 여론이 형성되거나 기존 여론이 강화된다. 그런데 이번 설 연휴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방역 지침으로 가족 간 모임마저 제한된 만큼 ‘설 밥상머리 민심’이 뜨겁게 달아오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변수와 요인들은 무엇일까.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야 후보군 전체에서 가장 먼저 선거판에 뛰어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범야권 내부나 여야 양자대결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가장 늦게 뛰어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우상호 의원과 경선하는 여당 내부는 물론 여야 대결에서도 선전하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최종 국면에서 안철수 대표의 ‘선점자 우위(first-mover advantage)’ 효과가 지켜질지, 박영선 전 장관의 ‘후발자 우위 (late-comer advantage)’가 더 큰 뒷심을 발휘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미시간 모델로 본 서울 선거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팀은 1960년대 초 유권자들의 투표 결정 요인으로 세 가지 정치심리적인 태도를 제시했다. 첫째, 정당 일체감(party identification)이다. 이것은 특정한 유형의 당파적 태도로서 유권자가 어떤 정당을 대상으로 상당 기간 내면적으로 간직하는 애착심 또는 귀속의식이다. 둘째, 정책 쟁점에 대한 의견(policy issue opinion)이다. 선거 쟁점이 유권자에게 충분히 중요하게 부각되면 쟁점 투표가 이뤄진다. 셋째, 후보자 이미지(candidate image)다. 후보자의 경력, 행정관리능력, 신뢰성과 성실성, 개인적 매력과 행동양식 등이 포함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부 견제론’이 힘을 받는 와중에도 박영선 전 장관이 선전하는 이유는 ‘미시간 선거 모델’로 설명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정당일체감이 상대적으로 강하고, 박 전 장관 출마 선언 이후 위기감을 느낀 기존의 여당 조직력이 집결하는 것이다. 야권이 지루한 단일화 논쟁 속에서 이렇다 할 쟁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이에 박 전 장관이 경제 전문가 이미지와 행정 경험으로 다른 후보와 차별화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박영선 선전’엔 선점자의 실수 등을 딛고 따라잡는 ‘후발자 우위’ 효과도 한몫했다.

◇‘선점자 우위’와 ‘후발자 우위’

국민의힘 후보가 최종 야권 단일 후보가 되면 왜 박영선 전 장관에게 밀리는 것일까. 한마디로 안철수 대표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을 때보다 나경원 전 의원이나 오세훈 전 시장 등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할 때 범야권 표가 덜 결집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정당 일체감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뤄질 것인가. 언제 단일화가 될까. 누구로 단일화할 것인가. 각종 여론 조사에서 ‘여야 3자 대결 시 야권 후보 필패’가 확인됐고,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에 대한 의지가 크기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은 크다. 현시점에선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 나·오 두 사람보다 단일화 경쟁에서 다소 앞서는 게 사실이다.

마케팅에서 좀처럼 깨지지 않는 법칙으로 ‘선점자 우위’ 효과가 있다. 시장에 가장 먼저 들어간 기업이 여러 혜택에 의해 1등을 지속적으로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철수 대표가 작년 12월 여야 유력 후보 중 가장 먼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이런 효과를 창출했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보수층, 심지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조차 안 대표 지지가 나 전 의원이나 오 전 시장보다 높게 나온다. 물론 나·오 두 사람이 향후 유권자를 겨냥해 강력하고 효과적인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경우 범야권 내부에서 후발자 우위 효과를 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다른 변수들

이 외에도 향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몇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첫째, 투표율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비대면 선거 운동이 펼쳐지면 자신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춘 세력이 유리하다.

둘째, 야권 후보 단일화 파괴력이다. 오세훈·나경원 두 후보가 안철수 대표와 선창했던 ‘서울시 공동 운영’ 구상에 동의한 것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는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김종필 간의 이른바 ‘DJP 연합’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당시엔 DJ와 JP 간에 실질적인 경선은 없었지만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공동 정부 구상을 밝혔다. DJP 연합은 정권 교체 명분, 이질적 세력의 연합, 표의 확장성, 공동정부 구성이라는 요소가 포함돼 성공했다. 야권 후보들이 잇달아 제시한 서울시 공동 운영 방안도 중도개혁층과 보수층의 결합으로 표의 확장성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셋째, 50대·자영업자·중도층의 향배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박영선-안철수 양자 대결 시 여론조사 결과는 들쑥날쑥했다. 그런데 자영업자 층과 50대에서 승리한 후보가 최종적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서울 보궐 선거는 ‘진보 대 반진보’ 양자 대결로 치러질 것이다. 이 경우 승부는 ‘48%(패자) 대 52%(승자)’가 된다.

◇‘대립적이고 쉬운’ 쟁점 중요

선거 전략상으로는 ‘합의 쟁점(valence issue)’ 아닌 ‘대립 쟁점(position issue)’을 만들어내고 ‘어려운 쟁점(hard issue)’보다는 ‘쉬운 쟁점(easy issue)’을 개발해 선거판을 주도하는 세력이 결국 민심을 얻는다.

도널드 스토크스 교수는 선거에선 유권자 거의 모두가 동일한 선호를 갖는 ‘합의 쟁점’보다는 유권자의 선호가 찬성과 반대로 나눠지는 ‘대립 쟁점’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야권의 경우 코로나 지원금과 같이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는 여당과의 ‘합의 쟁점’으로 만들고, 부동산 정책과 같이 자신에게 유리한 이슈는 ‘대립 쟁점’으로 만들어야 승리한다. 또 에드워드 카민즈와 제임스 스팀슨 교수에 따르면 상당한 수준의 관심과 지식이 필요한 ‘어려운 쟁점’보다는 상징성이 강한 ‘쉬운 쟁점’을 개발하는 것이 정치적 관심을 끌어올려 지지를 끌어내는 방안이다. 무엇보다 억눌려온 유권자의 잠재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쉬운 쟁점이 중요하다.

선거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고 이런 전략을 수립하는 세력은 승리한다. 반면 가장 유리한 상황만을 염두에 두고 현 상황에 도취해 있는 세력은 필패한다.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후발자 우위’ 효과 : 박영선의 선전은 지지층의 강한 정당일체감을 배경으로 여당 조직력이 집결하기 때문. 야권이 단일화 논쟁 속에 효과적 쟁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이 선점자의 실수를 따라잡는 ‘후발자 우위’ 효과도 한몫함.

‘선점자 우위’ 효과 : 안철수는 여야 후보 중 가장 먼저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선점자 우위 효과를 누림. 물론 나경원·오세훈 등이 향후 차별화 전략으로 야권 내부에서 후발자 우위 효과를 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향후 변수와 승리 전략 :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투표율, 야권 후보 단일화 파괴력, 50대·자영업자·중도층의 향배 등. ‘합의 쟁점’이나 ‘어려운 쟁점’보다는 ‘대립 쟁점’과 ‘쉬운 쟁점’을 개발할 필요 있음.


■ 용어 설명

‘미시간 모델’은 유권자의 정치심리적인 태도, 특히 정당 일체감과 공직 후보자 이미지를 중추적인 독립변수로 해 유권자 투표 행태를 설명하는 분석 모델.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데서 비롯.

‘선점자 우위’ 효과는 주로 마케팅 이론에서 남보다 먼저 시장에 진출해 이득을 보는 효과를 말함. 반면 남이 먼저 도전한 것의 실패 사례 등을 보완해 이득을 보는 것을 ‘후발자 우위’ 효과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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