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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기업성장 옥죄는 ESG는 안된다
 
2021-02-15 14:26:44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에 대한 기업 참여는 자발적이라고 누누이 강조해오던 더불어민주당이 드디어 이를 강제할 묘수를 찾아낸 모양이다. 애초 코로나 이익공유제도에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지만 이것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는 기업인은 보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민주당 핵심 관계자가 "연기금 투자나 공공조달에 환경·책임·투명경영(ESG) 평가를 적용하는 방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연기금 투자에 ESG 반영은 지금도 할 수 있지만, 공공조달에 반영하는 것은 입법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결국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에 참여하는 기업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후한 ESG 점수를 주어 경영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게 해 연기금이 투자를 하게 하고, 공공조달에도 반영해 관급공사에 입찰할 때 가산점을 주겠다는 것이다. 2020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의결권 기준)을 보유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270여 개에 달한다. 이들의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 참여 여부가 국민연금과 조달청의 화이트리스트 또는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생겼다.

이제 ESG가 한국 상장기업의 성장과 운명을 결정할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려고 한다. 이미 그런 조짐이 있었다. 1월 29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기금위 위원 7명이 포스코, CJ대한통운, KB금융,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삼성물산 등 7개 회사에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안건을 내놨다. 이들 기업이 중대재해 발생, 사모펀드 소비자 피해, 지배구조 문제 등과 관련된 ESG 문제 기업이라는 이유였다. 국민연금은 2019년부터 ESG 평가를 투자 결정에 반영했고, 2022년까지 ESG 가치 반영 자산을 전체 자산의 5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SG가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는 데는 약간의 곡절이 있었다. 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헤지펀드 수익률이 좋지 못했다. 고객인 투자자에게 뭔가 변명거리가 필요했다. 그것은 자신들은 이익만이 최상의 목표가 아니며 ESG를 생각하는 착한 펀드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고객들은 수익 실현에만 집중하는 사악한 펀드가 아니라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드는 데 자신의 돈이 쓰였다는 심리적 위로를 받는다. 기막힌 마케팅 전략이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이후 세계 주요 펀드들은 너도나도 ESG 투자를 표방하게 되었고 이제는 세계 표준이 되었다.

블랙록이나 세계적인 투자 회사들이 ESG를 중시하는 이유는 실제로 환경과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에서 문제가 되는 기업은 지속가능성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투자수익률 극대화가 가장 큰 목적일 수 있는 그들로서는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의 입장에서 정부가 강요하는 이익공유제를 받아들여 회사의 이익을 외부로 유출하는 기업에 대해 과연 ESG 수준을 높게 평가할 수 있을까. 정부에 의해 회사의 의사 결정이 휘둘리는 현상을 본다면 오히려 투명경영(G) 분야에서 큰 감점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기업들은 정부 입김에 좌우되는 국민연금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는 외국계 대형 펀드의 눈치를 함께 봐야 하는 참으로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또한 한국 ESG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 우려된다. ESG마저 `한국적 ESG`로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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