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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피해자다움’이란 결코 없다
 
2021-01-28 10:51:00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월 2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건으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장 의원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이자, 정의당과 우리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여러 면에서 참담하고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진보 정당이며 인권과 성 평등 이슈에 가장 목소리를 높여온 정의당에서 당 대표가 소속 의원을 성 추행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이른바 ‘포스트 심상정’을 표방하며 진보 정치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대표직에 오른 학생 운동권 출신 김 대표가 저지른 일이라 충격적이다. 이제 정의당은 존립의 위기에까지 내몰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당의 ‘발전적 해체’까지 거론되고 있다.

피해자 중심의 원칙 지킨 정의당

이런 충격 속에서도 정의당이 보여준 성추행 사건에 대한 치밀한 대응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첫째, 피해자 중심의 원칙이 지켜졌다. 정의당은 사건발생 직후 철저히 비밀을 지키면서 상황을 신속하고 완전히 정리했다. 배복주 젠더인권본부장은 사건 조사를 비공개로 진행한 뒤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이유에 대해 “성폭력 사건에서 늘 발생하는 2차 피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피해자 입장이 왜곡되어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하게 될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피해자의 의사와 요구를 존중하고 가해자는 인정, 사과, 책임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해서 이에 대한 이행을 약속하는 협의를 이끌어내는 소통의 과정을 안전하게 갖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둘째, 정의당은 ‘무관용의 원칙’과 ‘책임 있는 사람들이 책임진다’는 자세를 보였다. 장 의원은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책임을 묻기로 한 이유로 ”가해자가 당대표이기에 더더욱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의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실을 접수하자마자 조사에 착수하고 직위해제하는 등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또한, 책임 있는 사태 수습과 해결을 위해 의원단과 대표단으로 구성된 비상대책회의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셋째,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 행위로만 규정하지 않고 당의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와 조직 우선주의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의당은 조직 문화를 점검해 성 평등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여성위 차원의 전수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여하튼 정의당은 철저히 피해자편에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

민주당, 이제라도 피해자 보호 나서야

반면, 같은 성추문 사건에 대해 민주당은 오히려 주요 대목마다 가해자편에 섰다.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는 해괴망측한 말을 지어내고, 피해자를 오히려 범죄자 취급하며 2차 가해를 조장하고 있는데도 모르쇠로 묵인 방조했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박 전 시장에 대해 “맑은 분” “자신에게 엄격했던 분”이라고 표현하면서 2차 가해를 시도했다. 민주당의 이런 후안무치한 행태에 국가권익위원회는 25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성희롱에 해당 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의당 성추행 사건에 대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논평했다.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가.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해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반복되어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반드시 해결해내야 하는 책무를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제 민주당이 나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왔다. 장 의원은 “이번 사건을 겪으며 깊이 깨달은 것은 ‘피해자다움’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피해자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죄의식에 시달리며 손가락질 받아야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장 의원의 공포와 불안을 두려워하지 않는 큰 용기에 무한 감동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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