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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중소기업·일자리 죽일 위헌적 악법
 
2021-01-07 16:53:01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당이 어떻게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킬 모양이다. 법안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구멍을 땜질한다고 바쁘다. 원안이 틀렸는데 땜질해 본들 그게 그거다. 더는 산재 사망 사고가 없게 하려면 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 안(案)은 재해 현장에 직접 근무하지도 않는 사업주나 사업총괄자 또는 안전관리담당이사, 원청업체의 대표자까지도 처벌 대상에 넣고, 형사처벌의 수위를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는 헌법상 자기 책임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다. 입법되는 순간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

사업주나 사업총괄자 또는 안전관리담당이사 등이 지켜야 할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용역·도급·위탁의 경우 법률상 의무를 지는 자를 여러 명으로 규정하지만, 현장에선 누가, 어느 정도까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예컨대, 원청과 하청의 의무가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아 사고가 나면 원청·하청 간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이전투구가 벌어진다. 결국, 사고 후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엿장수 맘대로’가 된다. 명확한 죄형법정주의와 증거주의가 현대 형사법의 기본인데, 이 법률은 현대판 ‘원님재판’을 만든다. 안전관리담당이사직에 임명되면 감옥 가라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모골이 송연할 것이다.

전국 사업체의 99.5%가 100인 미만의 사업장이고, 중대재해의 85%가 5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어난다. 사망 사고의 77.2%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고용노동부 ‘2019년 산업재해 발생현황’) 이 법률로 처벌받는 사람이 대개 중소기업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임을 보여준다. 결국, 중대재해법은 중소기업을 타격한다. 눈만 뜨면 공정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외치는 여당이 하는 일이 이렇게 이율배반적이다.

중대재해법을 피하는 방법을 알면 이 법률안의 문제점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중소기업과는 아예 거래하지 말라. 근로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은 사고도 많고, 또 당분간은 사고가 나면 대기업만 처벌받는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2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4년간 법 적용을 유예하도록 돼 있어 이 기간에는 대기업이 덤터기를 쓴다는 말이다. 둘째, 뒤집어 말하면 대기업은 시설 좋은 대기업끼리만 거래하라는 말이다. 대기업 카르텔을 형성해 사고를 원천 차단하고,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싸울 것 없이 공평하게 책임을 분담하라.

셋째, 사고를 원천 봉쇄하는 방안을 강구하라. 대규모 아웃소싱으로 이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 협력업체를 개발하고 적극 지원해 해외 거점을 확보하라. 넷째, 어쩔 수 없이 국내 중소기업과 거래해야 하는 경우에는 파트너인 영세사업자의 공장자동화를 적극 지원해 근로자 없는 사업장이 되도록 만들라. 돈을 들여 무인 자동화 공장을 만드는 게 대기업 원청업체의 대표자가 1년 이상 징역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이런 방안을 소개할 필요도 없다. 기업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결과는 안 봐도 훤하다. 일감 끊긴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는다. 고용이 두려워 채용도 않으니 일자리가 날아간다. 그리고 한 번 사라진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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