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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산재 사망, 사업주 처벌보다 사고 줄이게 유도해야
 
2021-01-04 16:37:32

◆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조화사회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은 코로나19로 중병을 앓는 기업들에 경영 위기를 부를 수 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이 사업장 사망 사고에 대해 사업자의 처벌을 강화하고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 처벌 치중
민영 산재보험 등도 활성화해야

산재 사망은 사업장 안전의 핵심 지표다. 한국의 산재 발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이하이지만, 산재 사망률은 가장 높다. 산재 사망자는 2017년 1800명대에서 지난해 2000명이 넘었다. 세계 7번째 ‘5030’(인구 5000만 명 이상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국가에서 매년 2000명씩 사업장에서 죽어가고 있다. 일부 사업주들의 산재 사망 은폐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수 있다.
 
사업장의 산재보험 급여 지급이 늘어나면 산재 보험료율이 인상된다. 이로 인해 일부 사업주는 사업장에 사고가 나도 근로자의 산재 신청을 막고 국민건강보험에서 일반 진료를 받도록 유도한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산재 사고 예방을 위해 큰돈을 써가면서 사업장 안전을 강화할 필요를 덜 느끼게 된다.
 
산재 보험료율 인상을 피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 보니 산재보험은 항상 흑자이고 기금이 쌓인다. 산재 사망이 늘었음에도 평균 산재 보험료율은 2015년 1.7%에서 2020년 1.56%로 감소했다. 기금 규모도 2015년 11조9000억원에서 2019년 21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중대 산재에 대한 효율적 관리나 예방이 겉돌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더는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산재로 사망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해 네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먼저, 산재보험 운용기관인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을 통합해야 한다. 산재 보험료로 운영되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은 근로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산재 예방을 해야 하는 핵심 기관이다. 그러나 산재 예방의 책임은 산재 보험을 운영하는 근로복지공단에 있다. 중대 재해에 관한 한 산재 예방과 산재보험은 별개 영역이 아님에도 분리·운영돼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
 
둘째, 산재보험이 실질적으로 산재 사망을 억제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산재 사망 근로자에 대한 보상을 높이고, 산재 사망이 발생하면 산재 보험료율을 가중 인상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주가 산재 사망을 막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된다.
 
셋째, 산재 예방은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어떤 분야보다 신기술 도입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원격조정·로봇·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산재 예방에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건설 현장 등 위험 작업장에 대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도록 하고 위험 작업장의 근로자들에게는 몸에 장착하는 카메라를 의무화야 한다. 이는 감독자가 위험 작업장을 모니터링해 지시할 수 있고 사고 발생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것이다.
 
넷째, 민영 산재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 공적 산재보험이 모든 당사자를 만족하게 하는 보상을 할 수 없다. 다양한 성격의 사업장에서 근로자 과실인지 사업주 책임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민영 산재보험은 공적 산재보험이나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통제할 수 없는 산재 예방을 사업주가 보완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
 
사업장 사망 사고를 억제하겠다는 중대재해법이 일자리와 기업을 이어가야 하는 사업주를 본보기로 처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의 생명을 어떻게든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사업주가 가장 클 것이다. 1960년대에 머물고 있는 현재의 산재예방시스템을 혁신하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산재 사망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를 최적화하면 중대재해법을 굳이 제정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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