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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문대통령, 임기 말 레임덕 ‘소통’과 ‘협치’로 극복해야
 
2021-01-04 16:34:06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0년 ‘경자년‘ 한 해는 “코로나에서 ‘윤석열’까지로 집약될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우리 사회의 모든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대면 방식의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졌다. 이른바 언택드(untact)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와중에 4월 총선에서 여권은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두었다. 민주당은 지역구 167석과 더불어시민당 17석을 합친 180석을 얻었다. 개헌을 빼놓고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특히, 수도권(121석)에서는 무려 103석(85.1%)을 차지했다. 민주당의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1.5 정당체제’가 구축됐다. 민주당은 절대다수 의석을 앞세워 21대 국회에서 부동산 3법, 공정경제 3법, 공수처법 개정안,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 각종 입법들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여당 소속 광역 단체장의 권력형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4월 총선 직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성 폭력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7월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성 폭력 의혹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정치적으로 엄청난 파문이 일어났다.

2020년 12월엔 여권에 동시다발적 악재에 터져 나왔다.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효력 중지를 결정했다. 서울 행정법원 홍순욱 재판부는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 징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임기가 정해진 윤 총장이 2개월간 직무에서 배제되는 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도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집행정지 인용’ 결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본안 징계취소소송 판결 후 30일까지 효력이 정지되고, 윤 총장은 직무에 임시복귀하게 됐다. 원래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는 ‘행정처분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손해를 구제할 긴급한 필요’, ‘공공복리에 반하지 않는지’ 등을 다루고 본안 소송에서 심판할 내용은 다루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 재판부는 징계절차의 공정성, 징계사유의 타당성 등 본안소송이 심판할 내용까지 다뤘다. 먼저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이었던 법관 정보수집 문건에 대해 재판부는 “매우 부적절하고 차후 이와 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다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 이전에 소송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이번 징계 처분은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원의 윤석열 정직 2개월 취소 결정은 몇 가지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첫째, 사법부의 존재 이유다. 사법부의 독립성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총장 징계 결정을 헌정 사상 최초로 법원이 뒤집었다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결정이라도 잘못되면 언제든지 법원이 취소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법원의 복귀 결정은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다. 윤 총장의 집행 정지 신청은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소송’이었기 때문이다.

둘째, 현 집권 세력이 추진했던 검찰 개혁의 당위성이 크게 훼손되었다. 여당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검찰 개혁의 핵심이고, 그런 맥락에서 정치 검찰인 윤석열 검찰 총장을 찍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내세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윤석열 검찰 총장을 몰아내려는 것은 검찰을 장악해 권력 비리 수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 징계 사유는 완전 억지에 엉터리였고 절차는 불법을 넘어 공작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법원의 판결로 일단 여권의 검찰 개혁은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사태 수습 카드로 “중단 없는 검찰개혁”을 내놓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25일 “대한민국이 사법의 과잉지배를 받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커졌다”며 “검찰권 남용, 불공정 수사, 정치 개입 등을 막기 위한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체계적으로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적한 것처럼, “윤석열 징계가 왜 검찰개혁인지를 국민께 설명드리지 못한 것”이 여권의 패착이다.

셋째, 이번 사태가 문재인 정부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윤 총장에 대한 법적인 징계권자는 추 장관이지만 징계처분을 최종적으로 재가한 문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책임이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레임덕(lame duck·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가속화될 수 도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는 몰라도 문 대통령은 지난 12월 25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복귀 결정과 관련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예상을 깬 빠른 사과는 이례적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으로 정국이 혼란한 상황에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사과함으로써 윤 총장 관련 갈등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행보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사과하면서도 “법원의 판단에 유념하여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범죄정보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는 검찰을 향한 경고 메시지는 적절하지 못했다.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검찰 장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윤 총장 복귀 판결 결정 이후 문 대통령이 반등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민심의 둑이 무너지면서 지지율이 자칫 30%대 초반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서울중앙지법(재판장 임정엽 판사)은 23일 정 교수에게 적용된 15개 혐의들 가운데 11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선고된 뒤 불구속 재판을 받을 경우 관련자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 교수를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딸 입시에 활용된 ‘7대 스펙’ 허위·조작’(▲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위조 ▲단국대 체험활동(1저자 논문) ▲공주대 체험활동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 확인서▲KIST인턴 확인서▲동양대 연구활동) 협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입시 비리에 대해 “공정한 경쟁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야기했다”고 질타했다.

사모펀드와 증거인멸에 대해서는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차명 계좌로 주식 거래한 혐의에 대해 “재산신고 제도, 백지신탁 제도를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에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이해충돌방지 요청을 회피하는 것으로 죄책을 무겁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정 교수가 코링크PE 직원들에게 사모펀드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도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해선 “시장경제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범행”이라며 “고위공직자 조국의 아내로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신고 등에 성실하게 응할 의무가 있는데도 자신과 가족들의 재산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부산 아쿠아펠리스호텔 실습 수료증 및 인턴십 확인서 등 2개의 허위 스펙은 조국 전 장관과 정 교수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570쪽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정 교수는 ”단 한 번도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또 정 교수 측이 “진실을 이야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도 했다. 사실을 말했는데도 ‘허위 진술’로 몰아 공격했다는 것이다.

진중권은 “판결문에 중에서 증인들에 대한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 조국-정경심 부부가 자기 측 증인들을 거의 가스라이팅 수준으로 진실을 가리는 데에 활용하고 있다는 게 명백해 보였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시자의 역할을 저버리고 외려 권력의 사기극에 협조한 시민단체들, 성명서와 탄원서로 조국 일가의 비리를 변명하고 비호해 온 문인들, 그리고 여론을 왜곡하기 위해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곡학아세를 해온 어용 지식인들. 이들 모두를 비판한다”고 소회를 적었다.

이번 판결에서 정 교수와 ‘공모’한 혐의와 거짓말이 드러났는데도 조국 전 장관은 “더 가시밭길을 가야 할 모양”이라며 재판부를 향한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여당과 친문(親文) 세력이 조국 아내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재판부를 일제히 공격하고 나섰다. 친문 세력들은 “정경심 구속판사를 탄핵하자”는 청원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검찰개혁에 집중하느라 사법개혁을 못했다”며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러자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가 말 안들으면 검찰개혁, 판사가 말 안들으면 사법개혁, 그 개혁은 겁박으로 읽힌다”고 썼다.

여권의 ‘개혁’주장은 결국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나 재판을 저지하기 위한 ‘겁박’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법원의 정경심 구속 판결로 그동안 “마음의 빚을 졌다”면서 조 장관을 옹호했던 문 대통령의 리더십도 크게 훼손되었다. 법원 판결에서 조국 전 장관이 정 교수와 공모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한 강연에서 진보를 대표하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현 집권 세력은 도덕적·윤리적 파탄이 났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법원의 정경심 교수 법정 구속과 윤석열 총장 징계 효력정지 결정에 대한 여권이 받은 충격과 위기 의식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집권 세력과 친여 성향 인사들의 신민적 사고와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은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로 위험하다. 법원의 ‘집행 정지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력을 정지시킨 사법 쿠데타와 다름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은 언론-보수 야당으로 이어진 강고한 기득권 동맹의 선봉장”이라며 “검찰을 개혁하지 않고는 대한민국 미래도, 민주주의 발전도, 대통령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지키고 대통령을 지키는 탄핵의 대열에 동료 의원들의 동참을 호소한다”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짓밟는 일을 반드시 막겠다. 국민선출한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검찰과 법관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일을 반드시 막겠다”고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25일 “검찰의 태도와 법원의 해석, 너무도 생경한 선민의식과 너무도 익숙한 기득권의 냄새를 풍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했다. 친여(親與) 성향 방송인 김어준은 25일 “검찰과 사법이 하나가 되어 법적 쿠데타를 만들어 낸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여권의 행태는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대통령도 법 위에 있을 수 없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가치를 확인한 것이다. 대통령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행정 명령이 법원에 의해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 2018년 11월 존 티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 지방 법원 판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반이민 행정 명령을 중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가 “제동을 걸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은 “우리에게 오바마 판사, 트럼프 판사라는 건 없다. 오직 법 앞에 호소하는 사람에게 공정하고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이 있을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섰다. 대통령 발언으로 ‘사법부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용기 있는 행동을 취한 것이다.

이런 미국 사례는 정파적 이해를 넘어 ‘독립적인 사법부‘를 지키는 것이 대법원장의 책임이고 소명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더불어 “어떤 정치적 압박에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대원칙을 지키는 게 민주주의 힘”이라는 것도 보여주었다. 촛불 민주 정권이라고 자부하는 현 정부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만연했던 독립적인 헌법기관들을 정권 하수인 취급하는 제왕적 관행들이 여전히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민심은 집권 세력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세다. 리얼미터·YTN 12월 4주 조사(21~24일) 결과,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전주보다 2.0% 상승한 59.7%로 정권 출범 이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반대로 ’잘 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2.8%하락한 36.7%였다. 긍·부정평가의 격차는 23%였다. 리얼미터는 이 같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코로나 백신 늑장대처, 윤석열 검찰총장 복귀,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 정경심 교수 유죄 판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자격 논란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현 정부 핵심 지지층인 30대의 이탈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보다 10.2% 급락한 35.5%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33.8%)이 민주당(29.3%)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4.5% 앞섰다. 이는 국민의힘이 출범한 이후 최대 격차다. 2020년에 마지막으로 실시한 리얼미터·TBS 조사(28~30일)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5주 연속 30%대 머물렀다. 긍정평가는 36.9%, 부정 평가는 59.8%였다. 대통령 부정 평가가 60%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은 여권 지지층의 균열과 중도층의 이탈이 시작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가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12월 21~24일) 결과, 윤석열 총장이 지난달 같은 조사보다 4.1% 오른 23.9%로 1위를 차지했다. 매월 실시되는 동일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선두로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총장은 대부분 계층에서 올랐는데 충청권과 PK, 서울, 인천·경기, 30대와 60대, 40대, 보수층, 자영업과 노동직 등에서 주로 상승했다.

특히, 현 정부 핵심 지지층인 30대에서 윤 총장(26.7%)이 이 대표(16.6%)와 이 지사(13.4%)보다 높았다는 것이 이채롭다. 윤 총장이 여권 후보를 상대로 서울·인천경기·충청에서 앞서고, 영남 지역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결국 윤 총장이 추 장관 대립국면에서 ‘정권의 핍박을 받는 순교자’ 이미지를 얻게 된 것이 이런 조사 결과를 가져 온 것 같다. 급기야 야권에선 ‘추나땡’(추미애가 나서주면 땡큐)이라는 신조어마저 나왔다. 추미애·윤석열 사태의 유탄이 여당 대선주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 지사는 18.2%를 기록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대비 2.4%, 이 지사는 1.2%하락했다. 이 대표는 핵심 지지층에서의 이탈이 문제였다. 지난달 조사에 비해 호남(43.3%→34.3%)과 40대(21.7%→17.4%), 진보층(32.7%→29.2%)에서 지지율이 내려앉았다. 이 대표가 공수처법 개정을 주도하고, 지난달엔 윤 총장의 거취를 압박하며 국회 국정조사까지 거론했던 점을 감안하면 역설적인 결과다.

이 외에도 범보수·야권 주자군(윤석열·홍준표·안철수·오세훈·유승민·황교안·주호영·원희룡)은 3.9% 오른 45.6%, 범진보·여권 주자군(이낙연·이재명·정세균·추미애·심상정·김부겸)의 선호도 합계는 3.1% 내린 45.0%로 양 진영 간 격차는 6.4%에서 0.6% 로 좁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윤석열 탄핵론’을 제기하는 것은 역풍을 불러 올 수 있는 하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원의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 무효로 촉발된 현재의 위기 상황을 우선 인사를 통해 극복·관리하려고 하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12월 30일 헌정사상 처음 출범하는 공수처 처장에 판사 출신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 연구관을 지명했다. 야당은 법조계에서조차 생소하고 수사 경력이 전무하며 자기 색채가 옅은 사람을 초대 공수처장에 임명한 것에 결국 정권이 통제하기 쉬운 인물을 선택해 정권 비리 수사를 막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일 문 대통령은 추미애 장관의 후임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3선의 판사 출신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신임 법무부 장관에 내정했다. 박 내정자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법무부와 검찰이 안정적 협조관계가 되어서 그것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한 문 대통령 당부를 지침으로 삼겠다”고 내정 소회를 밝혔다. 강성 친문 박범계 의원 내정은 ‘추미애 시즌2’를 예고하는 것이다. 여하튼 문 대통령이 두 요직에 판사 출신을 선택한 것은 검찰 견제에 더 큰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청와대는 12·30 개각 발표 50분 만에 국정 운영 부담을 덜고, 국정 일신의 계기로 삼아 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노영민·김상조 실장, 김종호 민정수석의 사의표명을 밝혔다. 4월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심 수습 차원에서 청와대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문 대통령은 신년 1월 초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 집권 5년 차 국정 구상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인사가 어떻게 결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 총리가 물러나면 여권의 대권 구도도 기존의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에서 변화가 생기고, 표의 확장성과 친문의 지지 기반도 확보할 수 있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현재 권력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미래 권력에 줄을 선 세력 간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분출될 수밖에 없다. 2021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4년(5월 10일)을 맞이하는 해다. 2020년 11월을 기점으로 문 대통령의 임기는 3년 6개월이 지났다. 통상 5년 단임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 정치에 ‘3년 6개월의 법칙’이 있다. 민주화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3년 반이 경과하면 예외 없이 위기를 맞고 레임덕에 빠졌다.

통상 임기 말 레임덕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초반으로 추락하고, 집권당 내부에서 대통령의 뜻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심화되면 레임덕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 결정적으로 이용호 게이트, 솔로몬 저축은행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과 같은 대통령 친인척 및 최측근 비리가 발생하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빠르고 강하게 올 수밖에 없다.

역대 대통령들이 공통적으로 임기 말 레임덕에 허덕이면서도 위기 탈출에 실패한 이유는 위기인데도 위기인지 모르거나, 위기인지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기저에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다”는 유아적인 생각과 “자신은 역대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허황된 믿음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2020년 월간·연간 통합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는 총선 직후인 5월만 해도 긍정 67%·부정 25%로 긍정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7~11월에 3% 이내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윤 총장의 징계를 둘러싸고 갈등이 극에 달한 12월엔 문 대통령 긍정평가 39%, 부정평가 53%로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리던 40% 선도 무너졌다. 문 대통령이 실패한 박근혜의 전철을 밝으면 ‘위험한 레임덕’에 빠져들 위험성이 크다. 문재인과 박근혜는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은 다르지만 통치 스타일은 판박이처럼 똑같다. 무엇보다 불통과 폐쇄적 리더십의 모습이 같다.

문 대통령이 위험하고 견고한 레임덕의 터널에서 벗어나 위기를 극복하려면 그야말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정책 기조를 바꾸고 국민과 담대한 소통을 해야 한다. 그동안의 협치 절벽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만약,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완패하면 문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한 채 역대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여당인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후보 기근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범야권에선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8명의 후보가 출마를 공식화했다. 무엇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2월 20일 대권을 포기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면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여기에 서울시장 유력 후보군으로 꼽혀 온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현재 출마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이다. 다만 야권단일화는 최대 변수로 꼽힌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30일 당 공천관리원회 첫 회의가 끝난 뒤 섣부른 단일화 논의보다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게 우선임을 강조하면서 “안철수는 우리와 무관한 인물이고 당내 후보를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안철수가 참여하는 원샷 경선이 아니면 서울시장 선거는 야권에게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다. 안 대표는 30일 국민의힘이 검토 중인 ‘100% 시민경선’ 방식에 대해 “야권이 이길 수만 있다면 가능한 방법”이라고 했다. 야권이 안철수가 참여하는 원샷 경선을 하든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대표가 촤종 후보 단일화를 하든 연대를 통해 유리한 구도를 만들면 승리하고 그렇지 못하면 패배한다. 이것이 선거의 법칙이다.

여하튼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정국 운영과 2022년 대선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권 내부에서 언제, 어떻게 현재 권력과 미래권력이 충돌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할 것이다.

교수들이 뽑은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 검찰 개혁, K-방역과 코로나 백신 구입, 부동산 대란 등 사회 도처에서 일어났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사태를 꼬집은 것 같다. 2019년에 교수들은 그해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한 몸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새를 뜻하는 말로, ‘목숨을 함께하는 새’라는 의미다. 여야, 진보와 보수, 모두 함께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2021년 새해에는 ‘아시타비’를 넘어 ‘공명지조’로 거듭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2020년은 한마디로 파멸적 ‘정치 과잉의 해’였다. 정치가 경제를 덮은 해였다. 2021년 새해에는 정쟁, 혼돈, 교만, 독식. 무책임에서 벗어나 민생, 안정, 겸손, 공존, 책임을 중시되는 정치가 도래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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