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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민주당 개혁 입법 ‘독주’…‘원칙 있는 패배’ 윤석열이 진정한 '승자'
 
2020-12-22 14:01:48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거침이 없다. 경제계 반발을 무시하고 ‘대주주 의결권 3% 룰’ ‘다중대표 소송제’를 포함한 이른바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계는 해외 경쟁사에 기업 기밀이 유출되고, 각종 소송 남발로 기업 경쟁력도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민주당은 “문제없다”며 강행처리를 한 것이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지난 9일 경찰법 개정안과 ‘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시작으로 각종 쟁점 법안들도 통과시켰다. 앞으론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평가·해석 및 공표를 자의적으로 할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 10일에는 야당의 ‘거부(비토)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민변 출신 변호사를 공수처 검사로 선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이어 지난 13일엔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한 국정원법 개정안, 14일에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까지 밀어붙였다. 대북 전단을 살포하거나,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하는 경우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공수처 설치법을 처음 제정할 때 “야당에 공수처장 거부권을 부여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했다”고 했다. 그런데 야당 비토권을 삭제함으로써 정권 비리 수사를 막고 권력 기관 장악을 위한 ‘정권 보호처’가 곧 출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부분이 전체를 훼손할 정도로 취지와 설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국무회의에서 공수처법·경찰법·국정원법 등 ‘권력기관 개편 3법’ 공포안을 의결하면서 “한국 민주주의 숙원이었던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드디어 완성됐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으로 의미가 크다”며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이 돼 왔다는 국민 비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어떻게 독재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변했다. 또 “공수처는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라며 “검찰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도 했다. ‘공수처가 독재 수단이 될 것’이란 야권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야권은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박탈해 놓고 문 대통령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운 것은 모순이라 지적했다. 헌법에 없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는 공수처에 대한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 장치인 야당 비토권을 박탈하면서 어떻게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형 비리의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습니다”라고 표명했다. 야권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공허하고 무책임한 발언이 국민의 염장을 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누구로부터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공수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염원했던 ‘대통령 전제(專制) 정치 수단’으로서의 공수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대통령의 전제 정치를 강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야당은 ‘5·18 역사왜곡 처벌법’ ‘대북전단 금지법’ 등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 법들을 가리켜 “국가가 개인에게 닥치라고 하는 느낌의 ‘닥쳐법’”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대북전단 금지법은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전단 살포를)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비난한 직후 정부·여당이 마련에 나섰다. 야당은 일제히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의회와 국제인권단체는 “대북전단 금지법이 통과되면 한국도 (국무부의)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목표했던 입법 과제를 완수해 역사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우리 민주당에 부여한 사명을 입법 성과로 이행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했다.

민심은 여권의 입법 폭주에 등을 돌리고 있다. 리얼미터·YTN 조사(12월 11일) 결과, 민주당이 주도한 공수처법 처리에 대해 ‘잘못된 일’(54.2%)이 ‘잘된 일’(39.6%)이라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심지어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조사(11월 30일~12월 2일)에서는 국민의 55%가 검찰 개혁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됐다’고 대답한 반면, ‘애초의 취지에 맞게 진행된다’는 응답은 고작 28%였다.

개혁과 민주주의를 들먹이던 현 정권은 국회에서 ‘편법, 밀어붙이기, 기습 상정, 합법적 토론 강제 종료, 강행 처리’ 등 독재 시절 거수기로 전락한 국회를 일컫는 ‘통법부’에서나 있을 만한 음습한 폭주를 이어갔다. 여당은 오랜 기간 국회에서 합의되고 존중되었던 규범과 절차를 파괴했다. 1988년 제13대 국회부터 국회는 합의 정신에 입각해 원내 교섭 단체들간의 협의를 통해 운영됐다. 상임위원장은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고, 2014년부터는 국회 법사위원장은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 몫으로 배분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이런 규범과 관행을 무참히 무너뜨렸다.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쟁점 법안 처리에서 야당과의 협의를 거부했다. 헌법에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제46조 ②)고 적시했다. 국회법에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제114조의2)라는 규정이 있다. 여당 지도부는 강제적 당론을 앞세워 소속 의원들을 거수기로 전락시켰다. 이는 헌법과 국회법을 부정하는 반민주적인 행태다.

여하튼 민주당이 미국 하버드 대학 레비츠키와 지블랫 교수가 민주주의가 궤도에서 탈선하지 않도록 ‘가드 레일’로 지목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무너뜨리면서 ‘신종 입법 독재’로 줄달음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19세기 미국의 정치와 사회를 관찰해 <미국의 민주주의>(제1권 1835년, 제2권 1840년)라는 책을 저술한 프랑스 사상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의회 등 민주주의적 합의를 형성하는 장소에서 다수파가 소수파를 억압하는 것에 이용되는 ‘다수의 전제’(tyranny of the Majority)가 민주주의 위험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후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2004년 총선에서) 152석으로 과반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에 취했고 과반 의석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 국민이 원하시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생각만을 밀어붙였다. 일의 선후와 경중과 완급을 따지지 않았고, 정부와 당보다는 나 자신을 내세웠다. 그 결과 우리는 17대 대선에서 패했고 뒤이은 18대 총선에서 겨우 81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우리는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전 대표의 이런 주문은 산산조각이 났다. 민주당은 원하는 모든 입법 결과를 이뤘으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국민의힘에서 여당의 폭주와 대비되는 일이 발생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 과오로 수감된 것에 대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먼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공동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게 된다”고 전제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은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같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다”며 “대통령을 잘 보필하라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으면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恐懼修省·몹시 두려워하며 수양하고 반성함)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 또한 부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했다”며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정당정치의 양대 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함께 무너진다는 각오로 국민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이 작은 사죄의 말씀이 국민 여러분의 가슴에 맺혀 있는 오랜 응어리를 온전히 풀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저희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고 마무리했다.

보수 정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대국민 사과문’에서 사과, 사죄, 용서, 반성과 같은 단어만 10여 차례 언급했다. 야당이 이번 사과를 계기로 중도 확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야권 일각에선 반발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시절 대표를 지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실컷 두들겨 맞은 놈이 팬 놈에게 사과를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 와중에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가 의결됐다. 검찰 징계위원회는 15일 제2차 회의를 열고 17시간30분 동안의 회의 끝에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2개월 정직’을 의결했다. 징계위원회 4명 위원 중 3명만 참여해 결정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에게 제기됐던 징계 혐의 6개 가운데, 정치적 중립 훼손,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판사 사찰 의혹 등의 혐의를 인정해 정직 2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핵심 쟁점이던 판사 사찰 의혹과 함께 정치적 중립 의무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은 징계위의 정직 결정을 겨냥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법적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앞으로 징계위 처분을 두고 집행정지 신청, 처분 취소 소송 등 소송전이 불가피해졌다.

윤 총장은 지난 10일 1차 징계 위원회가 끝난 직후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Be calm and strong(침착하고 강력하게)’이라는 문구를 새롭게 게재했다. 투혼을 불사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윤 총창에 대한 징계 후폭풍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전직 검찰총장 9명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결정에 반대하는 합동 성명을 내놨다. 이들은 “1988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된 검찰총장 임기제는 검찰의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장치”라면서 “징계절차는 우리 국민이 애써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의 시작이 될 우려가 너무 크므로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동성명에는 2002년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각영 전 총장 이후 임명된 인사들이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의 송광수·김종빈·정상명·임채진 전 총장이 모두 참가했고, 이명박 정부 때의 김준규 전 총장, 박근혜 정부의 김진태·김수남 전 총장과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인 문무일 전 총장까지 뜻을 함께했다.

일선 검사들도 반발에 동참했다. 특히 친정권 성향의 검사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의 ‘허리격’에 해당하는 부부장검사들 중 연수원 35기 전원이 16일 “징계 의결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문을 밝혔다. 이들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저희들은 지난달 24일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는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이루어져 절차적 정의에 반하고, 검찰개혁 정신에도 역행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이후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을 보면, 그 징계 사유가 부당한 것은 물론 징계위 구성부터 의결에 이르기까지 징계 절차 전반에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났겠느냐”며 “그렇게 ‘공정’을 이야기하더니 결국 ‘답정너’였다”고 일갈했다.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극도로 대비됐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6일 윤 총장 징계 처분 결정과 관련해 “징계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검찰개혁을 왜 해야 하는지 더욱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현직 총장이 중징계를 받은 것은 검찰 내부의 과제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반응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 총장이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항명 논란을 빚으며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을 때와 180도 달랐다. 그때 민주당은 “이 정도면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물 먹이고, 밀어내고. 당장 속이 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이 불편해졌다”며 “국민은 역사를 바꾸는 주체”라고 경고성 논평도 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야권의 반발은 거셌다. 김 위원장은 16일 “상식 밖의 행태”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징계절차 자체가 처음부터 너무 상식에 어긋나게 징계위가 구성됐다. 징계위 시작부터 이미 결론을 내놓고 징계위가 운영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엄하게 수사하라’고 했고, 윤 총장이 그 지시사항을 가장 성실하게 수행했기 때문에 결국 오늘날 윤 총장이 어려움을 겪게 된 단초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의 의도적 징계라는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총장의 징계 결정에 대해 “공권력이라는 판을 빌린 조직 폭력배들의 사적 보복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비겁하고 무능한데 배짱도 없네’라고 웃어넘기기에는 ‘도대체 이렇게 망쳐놓은 걸 어떻게 복구해야 하는가’라는 걱정이 든다”고 통탄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대통령이 추미애를 앞세운 친위쿠데타로 헌정을 파괴한 것”이라고 촌평했다. 그는 “죽창만 안 들었지 인민재판”이라며 “권력이 마음을 먹으면 검찰총장도 저렇게 누명을 씌워 보낼 수가 있다. 그러니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로 권력자의 자의성 앞에서는 헌법도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원래 헌법을 수호하는 게 대통령의 임무인데, 대통령이 나서서 헌정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민심의 두려움 때문에 해임하지 못했다. 2개월 시한은 공수처 출범 일정에 맞추려고 잔머리를 굴린 졸렬한 짓이다”고 비판했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6일 오후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제청했?문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며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추 장관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추 장관 사의 표명에 대해 “추미애 사퇴했나요? 실은 잘린 것이다. 토사구팽당한 것“이라고 폄훼했다. 그는 “추 장관이 물러나야 할 두 가지 이유가 있다”며 “지지율 관리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안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개인적 갈등으로 바꿔 놓고 ‘추 장관이 물러났으니 윤 총장도 물러나라’고 압박하려는 기동”이라고 말했다.

여하튼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직무 정지 상태에 있으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권력을 향한 수사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란 전망이 앞선다. 이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과 검찰총간의 법정 싸움이 벌어졌다. 윤 총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징계를 무효화해 달라는 행정 소송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이 과연 재연될 수 있을까. 당시 조미연 판사는 결정문에서 “검찰총장의 독립성을 상당 부분 인정해야 한다”면서 “직무배제의 효과는 해임·정직 등 중징계 처분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와 효력정지를 긴급히 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직무배제뿐 아니라 해임이나 정직 등 중징계 처분 역시 효력정지의 심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윤 총장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판결문이다. 윤 총장 측에서도 “정직 역시 ‘식물 총장’ 전락이라는 점에서 해임과 다를 바 없고, 편향되고 기울어진 징계위의 의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중점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정직 2개월’이라는 다소 낮은 징계 수위가 법원의 인용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행정지 심문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발생의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정직 2개월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다만 일반적인 집행정지 사건과 달리 검찰총장이라는 직책의 무게감과 검찰 독립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기 때문에 결과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윤 총장은 12월 17일 0시부터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2021년 연초에 예정된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했지만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된 이들이 모두 지방으로 좌천된다면 식물 총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이 역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여하튼 이번 소송에서는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 위원회 구성의 편파성, 방어권 보장 정도, 검찰 조직의 피해, 그리고 심재철 법부부 검찰 국장 등 3인이 징계위에 제출한 진술서 등이 법원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법원이 또 집행정지 판결로 윤 총장의 선을 들어 준다면 정국은 크게 요동칠 것이다. 윤 총장은 국민이란 호랑이 등에 확실히 올라타게 된다. 이제 정치는 윤석열의 시간 속으로 빠져 들 수 있다.


그 징조가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tbs 여론 조사(12월 16일) 결과, 국민 10명 중 절반 정도(49.8%)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강도가 ‘강하다’라고 응답했다. 반면, ‘약하다“는 응답은 34.0%였다.

대부분 연령대에서 ‘강하다’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강하다’는 비율이 친여 성향의 30대에서 57.6%로 가장 높았다(19~29세 44.9%, 40대 44.3%, 50대 52.0%, 60대 49.8%, 70대 51.8%). 이는 공정이라는 가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30대가 문 대통령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징계 조치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윤석열 대망론’이 꿈틀거리고 있는 충청지역에서도 ‘강하다’(54.4%)가 ’약하다’(28.8%)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중도층에서도 그 비율이 55.1% 대 30.1%였다.

반면 법원이 집행정지를 기각하면 윤 총장은 복잡한 선택을 해야 한다. 당장 정직 2개월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사퇴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집행정지 소송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저항 의식이 강한 우리 국민들은 늘 용감하게 권력과 대항하는 인물을 지지했다.

법원 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현 정권의 탐욕과 폭주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현 집권세력의 행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가장 나쁜 것”이라며 피하라고 했던 “원칙없는 승리”에 해당된다. 윤 총장은 비록 당장은 직무가 배제되었지만 “원칙있는 패배”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이미 승자가 된 것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여당의 입법 폭주, 코로나 재확산과 정부의 코로나 백신 확보 실패 등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분노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 하락으로 확인됐다. 리얼미터·tbs 12월 3주차 여론 조사(14∼16일)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전주보다 1.5%포인트 오른 38.2%로 나타났다. 11월4주 43.8%에서 12월 2차 36.7%로 2주 사이 7%포인트가 넘는 급락세에서 벗어나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3주 연속 30%대에 머물렀다. 더구나 부정 평가(59 .1%)는 60%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31.2%)이 민주당(29.9%)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여론조사 ‘55%의 법칙’이 있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에서 부정 평가가 55%를 넘어서면 집권 세력이 통제할 수 없는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체 중도충의 3분의 2 이상이 이탈하고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념 지형은 대략 ‘진보 30%, 중도 40%(중도 진보 20%, 중도 보수 20%), 보수 30%’로 구성됐다. 그러나 중도층의 3분의 2는 약 27%에 해당된다. 여기에 보수 30%를 더하면 약 57%다. 현재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6개월 즈음인 2016년 8월 4주(23~25일)의 경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30%, 부정평가는 57%였다. 중도층에서 그 비율이 25% 대 63%였다. 보수층에서조차 부정(45%)이 긍정(42%)보다 많았다. 이는 중도 보수층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박 전 대통령 지지지도는 더욱 가파르게 추락했다. 국정 운영에서 불통, 독선, 오만으로 치달은 탓이다.

jtbc 뉴스 룸은 2016년 10월 2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처음 보도했다. 그 직전 한국갤럽이 실시한 10월 3주(18~20일) 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25%, 부정 평가는 64%였다. 임기 말 부정 평가가 처음 60%를 넘었다. 정당 지지도는 당시 새누리당(29%)과 민주당(29%)이 같았다. 국민의당 10%, 정의당 4%, 없음/의견유보 28%였다. 문 대통령 집권 3년 6개월(11월 10일)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전 집권 세력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민심 이반은 산사태처럼 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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