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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부동산 ‘죄악세’ 부과로 조세저항… 文정권 핵심 지지층도 이반 조짐
 
2020-12-03 15:40:58

◆ 칼럼을 기고한 강성진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의장 겸 국가전략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 부동산정책과 ‘조세저항’

세금으로 수요 누르다 규제의 역설 ‘조세귀착’ 효과… 특정집단·지역 정조준 증세가 ‘국민 세금폭탄’으로
근대 혁명들도 조세정책 문제에서 시작…세금을 ‘벌금’처럼 부과해서 핵심 지지층·1주택자도 불만

문재인 정부 들어 24번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시행됐지만, 부동산값 폭등과 세금폭탄만 초래했다. 세금 상승에 대해 일반 국민이 느끼는 부담감은 상상 이상이다. 정권의 견고한 지지층인 30∼40대에서 조세저항이 일어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세귀착이 만든 세금폭탄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수요 억제 정책이다. 수요억제책의 핵심적인 정책 수단은 세금 인상, 공시가격 인상 그리고 대출 억제다. 세금 인상은 전방위적으로 이어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거래세(취득세·양도세)를 강화했다. 이런 정책은 서울 등 수도권만 아니라 지방 집값도 상승시켰다. 시중에 ‘영끌’ 혹은 ‘패닉 바잉’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수요 욕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자료에 의하면 문 정부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45.5%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중위가격 기준으로는 52%가 올랐다. 규제지역이 아닌 강북지역의 경우 2년 동안 성북구는 39.8%(KB국민은행), 그다음으로 노원구(39.3%), 금천구(38.0%)가 높았다. 오히려 강남구(18.3%), 용산구(18.0%)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30으로 2013년 1월 집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나 소비자들은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문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세금 인상을 중심축으로 하는 수요억제책이다. 문제는 이 정책이 초기에 다가구 보유자나 강남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핀포인트(정조준)’ 증세를 했지만, 나중엔 공시가격 인상과 집값 상승이 결합하면서 ‘전반적인 세금폭탄’으로 변했다는 사실이다. 이미 강남 4구 지역은 종부세가 2배 이상으로 오르고, 그 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도 새로이 종부세 부담자가 늘어나는 지역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주택자도 집값이 오르면서 세금 부담이 늘어났다. 이 같은 결과는 정책 입안자들이 경제원론 수준의 ‘풍선효과’나 ‘조세귀착(tax incidence)’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부동산 죄악세’와 조세저항

정부가 발표했듯 앞으로 10년 동안 90%까지 공시지가가 현실화하면 집값 상승과 조세 부담 증가 정도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집값·공시가격·세금과 관련한 정책들이 부동산 가격과 함께 세금 부담까지 덩달아 끌어 올리게 한 셈이다. 문 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키고 이는 다시 공시가격 인상과 결합해 집값을 올려 세금 부담을 더욱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한다.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세금 부담에 대한 저항감은 초기 정책 대상자인 다주택자만 느끼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권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인 30∼40대의 조세저항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최근 아파트 매매 건수 폭증으로 나타나는 ‘패닉 바잉’ 현상은 부동산 보유세나 거래세 등의 조세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연계될 수 있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최대 6%로 2배로 인상된 종부세율은 세금 부담으로 기존의 재산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도살적 과세’로 위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조세정책은 국민이 공감하는 공평 과세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가 세금을 마치 벌금으로 인식해 부과할 때 필연적으로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조세 수입 확대에 목적을 두거나 부동산 보유를 범죄시해 ‘징벌적 과세(punitive tax)’ 혹은 ‘죄악세(sin tax)’로 부과하는 경우 국민의 강력한 조세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조선 말기 동학농민혁명은 물론, 영국 명예혁명·미국 독립전쟁·프랑스대혁명·네덜란드 독립전쟁 등 근대국가 형성과정에서의 시민혁명이 한결같이 조세정책에 대한 불만에서 배태됐던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당시 세계 최강의 스페인에 대해 세금 경감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독립전쟁을 일으켰다. 혁명 이후 조세정책이 의회를 통해 결정되도록 하는 ‘조세법정주의’가 제도화한 것만 봐도 조세저항의 역사적 변곡점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선의’가 부른 규제의 역설

부동산 정책 시행자들의 가격 안정화를 열망하는 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선의에 의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 효과가 거꾸로 나타나는 ‘규제의 역설’ 현상을 현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한 균형이라는 시장의 역할을 무시하고 정부의 강제적 개입에 의한 반시장적 정책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과욕에서 나온 결과다.

대표적으로 18세기 프랑스 혁명 시기 급진적 지도자인 로베스피에르의 정책을 들 수 있다. 그는 당시 우유 가격이 폭등하자 가격을 반으로 인하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이익의 두 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도록 지시했다. 낮은 가격으로 사료 값을 충당하지 못한 낙농업자들이 젖소를 사육하는 대신 고기로 시장에 내다 팔자 젖소 공급이 증가하면서 젖소 가격이 폭락했다. 이에 사료 값을 강제로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이 가격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업자들이 오히려 건초를 불태워 없애면서 사료 부족으로 다시 우유 가격이 폭등했다. 선의의 정책이 다른 결과를 빚었고 그는 결국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책임자들 또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려는 선의를 갖고 있었던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막대한 조세 부담으로 돌아온다면 조세저항과 같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세금 인상과 포퓰리즘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반시장적인 정책으로 수요만 억제하면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 독선적 판단을 포기한다면 부동산 문제는 해결의 길이 열린다. 이미 현 정부와 유사한 정책을 시행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아파트값이 폭등했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다.

지금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세금 인상을 통한 수요 억제책으로 거둬들인 세금을 생산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포퓰리즘 정책에 쏟아붓는 것이다. 올해 4차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대표적이다. 초 슈퍼 예산으로 편성되는 내년 예산 558조 원 가운데 90조 원가량을 국채 발행으로 메꿔야 하는데, 이는 결국 미래세대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정책이 조세저항의 요건만 늘려가고 있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세줄 요약

조세귀착이 만든 세금폭탄 :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수요 억제 정책임. 정부가 특정계층·지역을 대상으로 ‘핀포인트(정조준)’ 증세를 했지만, 이것이 공시가격·집값 상승과 결합해 ‘조세귀착’을 일으키면서 ‘국민 세금폭탄’으로 변화함.

‘부동산 죄악세’와 조세저항 : 조세정책은 국민이 공감하는 공평 과세를 목적으로 해야 함.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보유를 죄악시하며 ‘죄악세’를 부과. 이는 정권 핵심 지지층인 3040을 포함한 국민의 조세저항을 부름. 근대혁명은 조세정책에 대한 불만에서 배태됨.

‘선의’가 부른 규제의 역설 : 정책 입안자들의 선의를 부정할 수는 없음. 그러나 세금으로 수요를 누르다 ‘규제의 역설’이 일어나는 현실을 많이 보게 됨. 수요 억제책으로 거둬들인 세금을 포퓰리즘 정책에 쏟아붓는 것도 문제임. 정부는 정책의 결과에 책임져야 함.


■ 용어 설명

‘조세귀착’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세금을 올렸지만, 시장의 가격 조정을 통해 타인에게 조세 부담이 전가되는 것. 다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된 보유세가 임차인의 전·월세 인상으로 연결되는 게 대표적인 사례.

‘도살적 과세’란 지속적인 세금 부담으로 납세자가 보유한 재산가치가 오히려 침해받게 되는 것. 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보유세·거래세 등이 인상돼 재산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쓰이는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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