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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野, 유권자와 ‘정당 일체감’ 낙제점… ‘정권교체’ 공감 이끌 연대 모색해야
 
2020-11-19 14:41:04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야당의 위기, 왜

유력 대선주자·정책 대안·반성·호감 없는 ‘4無’… 野 대권후보 1∼3위가 모두 ‘場外’
진보 우위 정당체제 상당 기간 지속 가능성… 범야권 연합 통해 대권 경쟁력 높일 ‘혁신 플랫폼’ 구축해야

야당이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103석(34.3%)을 얻는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이는 보수정당 역사상 가장 적은 의석수다. 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4연속 패배를 당했다. 일각에선 ‘진보 우위의 정당체제’가 구축됐고, ‘민주당 집권 30년’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당 밖의 윤석열 검찰총장이 범야권 대선 주자 선호도 1등을 차지하는 현실은 야당 내 인물 부재의 상황을 웅변하고 있다. 야당은 인물도 없고, 정책 대안도 없고, 성찰도 없고, 유권자의 호감도 없는 ‘4무(無) 늪’에 빠진 채 유권자와 정당 사이에 일체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정당 일체감 부재

미국 정당정치의 변화를 역사적 시각에서 분석한 키(V.O. Key) 교수는 “정당 간에 입장을 뚜렷하게 달리하는 중요한 쟁점의 등장으로 이념적인 분극화가 초래되고 이에 따라 주요 정당의 지지 기반 또는 유권자 지지 연합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며,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에서 새로운 다수당이 등장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당 재편성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가령 대공황 속에서 치러진 1932년 미국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후보가 뉴딜 연합으로 승리한 후 1960년대까지 ‘민주당 우위 체제’가 유지됐던 사례를 제시한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도 이런 정당 재편성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지난 3년 6개월 동안 저성장, 부동산 대란, 정책 무능, 조국·추미애 사태로 인한 도덕성 붕괴, 라임·옵티머스 펀드 비리, 안보 위협과 국민분열 등 실정으로 얼룩졌다. 그런데도 야당이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미시간대학 정치학자들을 중심으로 1960년대에 유권자가 어떤 이유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지를 연구한 ‘유권자 선택 모델’이 당시에 제시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당 일체감’이다. 특정한 유형의 당파적 태도로서 유권자가 어떤 정당을 대상으로 해 상당 기간 동안 내면적으로 간직하는 애착심 또는 귀속의식이다. 이것은 정치적 쟁점에 대한 견해와 입장을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며 정치에 대한 심리적 관여의 정도를 제고시킨다.

다만 한국 상황은 좀 특수하다. 한국 유권자들에게 ‘정당 일체감’은 ‘정당 지도자에 대한 정서적 일체감’과 통한다. 정당 내 인물, 특히 유력 대권 후보가 없다면 그 정당과의 일체감은 형성되기 어렵다. 정치 쟁점에 대한 견해가 얼마나 일치하며 이것이 투표소로 이끌 유인력이 있는지, 또 정당과 인물에 대한 평판과 이미지는 어떠한지도 유권자의 정당 선택에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

◇‘4無’ 늪에 빠진 야당

‘미시간 모델’에 따라 야당이 총선에서 참패하고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이유를 고찰해보면 야당이 ‘4무(無) 늪’에 빠져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인물(유력 대선 주자)도 없고, 정책 대안도 없으며, 자기 성찰도 없고, 호감도 없다. 지난 4월 총선 후 메트릭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 조사(4월 22∼23일)에서 무려 73%가 미래통합당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22.4%가 ‘인물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라고 대답했다.

이 조사 결과는 총선에서 야당이 실패한 것이 당 지도부가 시대 변화를 읽는 능력, 국민이 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함의를 제공한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9월 22∼24일)에서도 국민의힘에 대해 ‘호감이 가지 않는다’(60%)는 응답이 ‘호감이 간다’(2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물론 젊은 세대의 민주당 이미지는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좋은 것은 아닌데 보수 정당이 워낙 싫어서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런 추세는 지금도 유효하다.

최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범야권 1위로 급부상했다. 리얼미터 조사(10월 26∼30일) 결과 윤 총장(17.2%) 지지율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3.6%), 황교안 전 대표(3.3%), 원희룡 제주지사(3.0%), 유승민 전 의원(2.2%), 주호영 원내대표(1.5%) 등 국민의힘 후보 지지도의 총합(13.6%)보다 높았다. 문화일보·엠브레인 조사(10월 30∼31일) 결과에서도 윤 총장(10.7%)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8.9%), 홍준표 무소속 의원(8.7%), 유승민 전 의원(7.4%)을 앞섰다. 장외 ‘윤석열’이 야권 잠룡들의 지지율을 잠식한다는 것은 국민의힘에는 뼈 아픈 대목이다. 국민은 인물 없는 야당에 관심을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야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아도 울림이 없다.

◇야당이 살려면

이런 분석은 ‘몰락하는 야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무엇보다 ‘연대’를 통해 새로운 대권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윌리엄 라이커(William Riker) 교수의 말대로 “정치는 연대(coalition)”다. 연대하면 지지기반이 넓어지면서 살고, 분열하면 기반이 좁아지면서 죽는 것이 정치의 철칙이다. 지난 2016년 야당이던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한 후 유력 대권 주자 5인이 연대하는 정권교체 담론을 제기했다. 문재인(부산·경남) + 안철수(호남) + 박원순(서울) + 김부겸(TK) + 안희정(충남)의 5자 연대로 정권을 교체하자는 구상이었다.

인물난에 허덕이는 현재 야당도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반문(文) 연대 빅 텐트’를 정교화하는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 김영삼과 김대중은 10개 중 1개만 같아도 의기투합했다며 함께 잡은 손을 치켜들고 독재정권에 맞서 공동투쟁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 뺄셈 정치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원하는 모든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문제를 연구하는 게 한 방법이다.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 즉 완전 국민 참여 경선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마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혁신 플랫폼을 언급했다. 야권연대의 시금석으로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범야권 연합공천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좋은 평판이 정치 명운을 가른다. 정치에서 좋은 평판은 국민의 감성적 공감을 끌어내는 행동과 메시지, 과거 잘못에 대한 깊은 성찰과 용기 있는 참회에서 나온다.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유권자·정당 일체감 부재 :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잦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힘을 받지 못함. 당 밖 윤석열 검찰총장이 범야 대선 주자 선호도 1등을 차지하는 현실은 야당 내 인물 부재를 반영. 이는 ‘유권자와 정당 간의 일체감’이 없다는 것을 증명.

‘4無’ 늪에 빠진 야당 : ‘미시간 모델’에 따르면 야당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이유는 유력 대선주자도, 정책 대안도, 자기 성찰도, 호감도 없는 ‘4무(無) 늪’에 빠져 있기 때문. 보수 야권에 대한 국민의 호감도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음.

야당이 살려면 : 정치는 연대임. 인물난에 허덕이는 야당도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반문(文) 연대 빅 텐트’를 정교화하는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음. 서울시장 보선을 포함, 범야권 연합을 위한 ‘혁신 플랫폼’ 추진 등이 전략적으로 검토돼야.


■ 용어 설명

‘정당 재편성’이란 정당의 이념, 지도자, 지역 기반, 유권자 지지 연합 등 정치 지형에 근본적 변화가 생기는 것. 정당 재편성이 일어나는 선거를 ‘중대선거’라 하며 그 결과 새 정당 지배 체제가 들어섬.

‘유권자 선택 모델’은 유권자와 정당 간의 일체감을 중추적인 독립변수로 고려해 유권자의 투표 행태를 설명하려는 분석 모델. 1950년대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개발돼 ‘미시간 모델’로도 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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