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여성신문] ‘성인지 감수성 강화’ 위한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2020-11-06 14:37:36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1995년 UN에서 주최한 제4차 세계여성대회의 선언문에 처음 등장했다. 19조에 “여성의 역량 강화와 선진화를 촉진케 할, 모든 수준에서의 계발 정책 및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상호 강화적인 젠더 감수성 정책 및 프로그램을 설계, 구축하고 관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 개념에 대한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통상 “일상생활 속에서 젠더에 대한 차별이 있음을 인지하는 것”, “성별의 불균형에 따른 유·불리함을 잡아내는 것” 등으로 해석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어떤 사건에 대해 심리할 때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서 가지는 불리함을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로 “성폭행, 성희롱 등 젠더 관련 사건에서의 여성 측의 진술 및 증언, 증거 효력의 인정 기준을 완화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위해
당헌 개정하는 더불어민주당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의심되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권리당원 투표의 압도적 찬성(86.6%)으로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민주당 당헌(제96조2항)에 따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런 규정에 따르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모두 성추문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게 됐기 때문에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달 29일 의원총회에서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를 드린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은 여당 출신 시장의 잇따른 권력형 성폭행으로 치러지는 ‘성추행 보궐선거’”라며 “사건을 적당히 뭉개려는 청와대와 여권의 미필적 고의가 작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 자체로 2차 가해라는 인식이 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정치권의 반응보다도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박원순 성추행’ 피해 여성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게 보낸 질문이다. 그는 “‘피해 여성’에 제가 포함되는 것이 맞습니까?”, “도대체 무엇에 대하여 사과하신다는 뜻입니까?”, “사건의 공론화 이후 지금까지 집권 여당, 해당 정치인의 소속 정당으로서 어떤 조치들을 취하셨습니까?”, “앞으로 저는 이 사과를 통해 어떤 변화를 맞이할 수 있습니까?”, “우리 사회는 공당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앞으로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실 계획입니까?”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입만 열면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쳤던 민주당이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식인 연대 같은 외부 충격 통해
정치권 성인지 감수성 높여야

미국 정치에 ‘혁신 시대’(Progressive Era)가 있었다. 미국 역사상 사회 운동 및 정치 개혁에 대한 열망이 들끓었던 1890년대에서 1920년대를 말한다. 당시 혁신 시대를 이끈 사람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지식인 그룹이었다. 혁신주의자들은 도시의 정치 보스들의 권력남용과 악덕 기업가들에 맞서서 투쟁했다. 그들의 목표는 민주주의의 신장과 정직하고 효율적인 정부, 그리고 대기업과 특수 이권집단에 대한 더욱 효과적인 통제 및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정의의 구현이었다. 구체적으로 경제 분야에서는 독과점법 채택, 정치 분야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 실시, 사회 분야에서는 노동자 권리 및 여성 참정권 확대 등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20세기 초 미국 혁신 시대에서와 같이 지식인 연대와 같은 외부적 충격을 통해 성 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창조적 파괴의 중심에는 여성신문과 여성 시민단체, 그리고 젠더 감수성이 높은 남?여 지식인들이 있어야 한다. 단언컨대, 성평등 사회를 위한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 기사 원문은 아래 [기사 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사 원문 보기]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199 [문화일보] 불안·불만·불신 ‘3不’ 민심…여야, 여론 장악 실패 속 ‘파국적 균형’ 22-09-19
2198 [문화일보] 超강달러…취약계층 고통 더 커진다 22-09-19
2197 [한국행정연구원 행정포커스 제158호] 경제를 살리는 정공법 22-09-16
2196 [문화일보] ‘위기의 담벼락’ 걷는 韓경제… 물가방어·혁신성장 실패땐 ‘침체’로 22-09-14
2195 [서울경제] 노란봉투법안은 무법천지법안 22-09-14
2194 [문화일보] '좌편향 교과서’ 전면 시정 급하다 22-09-07
2193 [데일리안] 각자 다른 배를 탄 대주주와 소액주주 22-09-05
2192 [법률신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22-09-02
2191 [한국경제]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제도 폐지해야 22-09-01
2190 [문화일보] 尹정부도 ‘국민연금 대표訴’ 거드나 22-08-31
2189 [문화일보] 절차 정당성 결여된 ‘이재명방탄당’ 22-08-29
2188 [서울경제] 尹, 교육 통해 ‘공정 회복’ 힘써야 22-08-24
2187 [에너지경제] 성장중심 경제구조로 개혁 나서야 22-08-24
2186 [미래한국] NATO의 K-퍼스트 레이디 22-08-22
2185 [The JoongAng] 교육교부금, 지역 대학도 지원할 수 있게 해야 22-08-22
2184 [월간중앙] 정수연 교수의 부동산 정책 오해와 진실⑥ 22-08-18
2183 [문화일보] ‘검수완박법’ 보완 시행령 문제없다 22-08-18
2182 [헤럴드경제] 기업 옥죄는 ‘사내하청 리스크’ 개혁해야 22-08-11
2181 [문화일보] 與 대표 논란과 ‘정치의 사법화’ 비극 22-08-09
2180 [매일경제] 복지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는 '안심소득' 22-08-08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