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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역사를 잊은 정당에게 미래는 없다.
 
2020-11-05 14:33:56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악수를 뒀다. 당헌을 바꿔가면서 속전속결로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당헌(제96조 2항)에 따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모두 성추문으로 인해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무공천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구차한 논리로 약속을 뒤집었다. 이런 민주당의 태도는 자기부정의 참 나쁜 정치다. 더욱이, 여성시민단체의 지적처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2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선출되었다. 그런데 4월에 치러진 네 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모두 패배했다. 정치적 타결책으로 문 대표는 5월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김상곤 혁신위는 사무총장제 폐지, 부정부패 등으로 직위 상실시 재보선 무공천, 당원소환제 도입 및 당무감사원 설립 등의 혁신안을 제시했다. 문 대표는 2015년 10월 새누리당 소속 경남 고성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재보궐 선거가 열리게 되자, 현장 유세에서 "새누리당이 책임져야죠, 후보내지 말아야죠"라고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불과 5년 전에 문 대통령이 정치발전의 출발점이라고 자랑했던 '무공천 당헌'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는 것은 반개혁의 적폐다.

민주당은 지난 달 14일 당 체질 개선을 위한 가칭 '2020 더 혁신 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런데 혁신위 구성 2주만에 당헌을 바꿔 스스로 가장 혁신적인 방안이라고 자랑했던 무공천 약속을 파기하는데 더 이상 무슨 혁신을 하겠다는 것인가? 국민 기만이고 우롱이다. 절차적 정당성에 기대어 당헌을 편의에 따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근간을 마음대로 흔들 수 있다. 명분은 없고 탐욕만 취하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3마리 원숭이'에 빗대어 눈 가린 문재인 대통령, 귀 막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 입 닫은 이재명 경기 지사가 차례로 등장하는 만평을 게재했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서울·부산 후보공천 결정을 못 본 척하고, 이 대표가 비난 여론을 못 들은 척하며, 이재명 지사가 신뢰를 쌓을 목적으로 일부러 함구하고 있다는 것을 풍자했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과 입만 열면 거짓 혁신을 외치는 위선의 대가는 즉시적이다.

한국 갤럽 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 5월 1주 71%였지만 지금은 40%대로 추락했다. 최근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10월26-30일)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17.2%로 자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이낙연 대표(21.5%)와 이재명 지사(21.5%)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윤 총장은 전달 대비 6.7% 포인트 급상승하면서 범야권 1위 후보가 됐다. 당분간 대선 판세는 이낙연·이재명·윤석열 '빅3' 구도로 형성된 흐름이 유지될 전망이다.

윤 총장의 지지도 상승이 던지는 메시지는 다차원적이다. 윤 총장 지지도는 추미애 장관과의 대립과 국정감사 때 여권과 확실히 각을 세우면서 급상승했다. 결국 윤 총장을 키운 것은 오만한 권력이다. 권력이 윤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오히려 존재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선 경기장'에 들어와 트랙을 돌고 있는 이재명·이낙연과 비교해 아직 경기장에 들어오지도 않은 윤석열이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를 뒤쫓고 있고, 이낙연·이재명의 지지도가 20% 안팎에 머무르는 정체 현상을 보이는 것은 분명 여권엔 위기 상황이다. 특히, 지지도가 지속 하락하고 있는 이 대표에게는 빨간불이 켜졌다. 유력 여권 대선 주자들이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권력과 전략적 차별화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국민과 함께 해야 할 결정적인 순간에 비겁하게 권력 눈치만 보면 결코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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