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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 검찰관련 부하 논쟁: '헤드십'밖에 없음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2020-10-29 17:09:07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다른 어느 행정부보다도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리더십은 찾아보기 어렵고, 헤드십만 만연하고 있다. 리더십이 없으니 인사권에 집착하고, 인사권을 통하여 상벌을 준다.


필자는 사관학교 4년을 포함하여 35년 동안 군대 생활을 하고 육군 대령으로 전역하였다. 전역 후 사립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하면서 학교사회가 군대보다 더욱 "권위주의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하였다. 총장, 학장, 부서장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휘하의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형태가 많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인사권을 아무런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을 일반적으로 '헤드십(headship)'이라고 한다. 지위, 권한, 제도에 의한 통솔, 특히 명령과 지시의 일방적 복종을 중요시하는 통솔의 방식이다. 필자의 인식이 현상을 정확하게 나타낸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쨌든 필자는 그렇게 느꼈고, 학교뿐만 아니라 일반사회도 상당부분 헤드십만 기능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권한의 집중,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전통은 군대에서 사회로 전래되었을 것인데, 현재의 군대는 많이 달라졌다. 지위, 권한, 제도에 의한 통솔 이외에 부하들의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 내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반적으로 '리더십(leadership)'이라 하고, 군에서는 초급장교 시절부터 수시로 그의 중요성과 그의 구현방법을 교육한다.


그 결과 필자가 경험한 군대는 어떤 결정이 내려지면 일사불란하게 따라야 한다는 점은 강조하지만,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활발하게 토론할 것을 권장하였고, 가급적이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노력하였다. 지휘관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보다는 부하들에게 건의안을 만들어오도록 한 다음에 자신의 의견을 일부 가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사권의 경우에도 규정과 관행을 중요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급적이면 참모 및 관련된 예하부대 지휘관, 심지어 당사자의 의견까지 수렴하여 무리없는 결정을 내리고자 노력하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일방적으로 진급 및 영전시키거나,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좋지 않은 보직에 발령내는 경우는 드물었고, 그러할 경우에도 상당한 죄책감을 가졌거나 나중에 적발되면 처벌받았다.


그런데 사회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권한을 가진 사람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하면 그 휘하에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따라야 하고, 그 결정 전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건방진 행위로 인식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 특히 인사권이 강조되는데 아무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깜짝스럽게 행사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을 조직에 대한 장악력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진급 또는 영전시키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진급 누락 또는 좌천시키는 것을 그다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국민들도 의례 그런 것으로 인정하는 것 같다. 헤드십이 일상화된 모습으로 나에게는 느껴졌다.


군대는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큰데,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지휘 즉 헤드십만으로는 모든 부대원들의 역량을 하나의 방향으로 결집시키지 못하고, 또한 승리할 수도 없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하여 깨달았다. 그래서 모든 군대들은 리더십을 강조하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한국군도 국가사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헤드십이 부각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십여년 사회경험에 근거하여 감히 현재의 한국 조직 중에서 가장 열린 토의 및 의사결정 문화, 즉 가장 우수한 리더십을 구현하고 있는 조직은 군대일 거라고 생각한다.


'상관과 부하'를 강조하는 것부터 시대착오


지난 10월 22일 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렬 검찰총장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하였는데,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지나침에 따른 반발로 나온 말이다. 즉 헤드십만 강조하지 말고, 리더십을 보여주라는 말이다.

이에 대하여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조직법 제32조 2항 즉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는 조항과 "검찰청법" 제8조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라는 조항을 근거로 검찰총장도 법무부장관 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도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고, 김용민 의원은 당시 국감장에서 "검찰총장이 부하가 아니면 장관의 친구냐. 부하가 아니라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설훈 의원도 "당연히 (윤 총장은 추 장관의) 하급자"라고 지원했고,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결국 항명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 보장이라는 검찰청법의 입법취지를 무시한 일방적 해석이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분노의 표현, 즉 헤드십에 의한 문제인식의 결과로 보인다.

필자가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라고 되어 있는 것은 일방적인 지휘권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여진다. 굳이 "검찰총장만을"이라고 '만'을 넣어서 강조한 것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하여 할말이 있으면 검찰총장에게 말하되, 반영 여부는 검찰총장이 판단하도록 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사건 수사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실제로 학계에서도 검찰은 행정부에 속해 있긴 하지만 준(準)사법기관이라서 법무무장관이 시키는대로 따를 경우 삼권분립이 유지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을 보장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법무부장관의 전반적 지휘·감독, 즉 부하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요구하는 관계는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장관과 총장 간에는 상명하복이 아닌 상호 견제와 균형이 존중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고,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도 "검찰이 법무부 소속이기는 하지만, 사법기관이기 때문에 행정부인 법무부가 직속 상급기관이 될 수 없다"면서 "법원이 법무부 소속 기관으로 돼 있는 프랑스·독일 등 유럽국가의 대법원장·법원장·판사는 법무부 장관의 부하여야 하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법조문에 대한 어느 쪽의 해석이 맞느냐가 아니다. 현 정부와 여당인사들의 공무와 공무원에 대한 시각이 매우 권위주의적이라는 것, 즉 헤드십에만 의존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하여 국민들이 반감을 가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권위주의적이라는 인식, 즉 헤드십 위주의 국정운영이었다. 그러한 권위와 헤드십 위주 국정운영에 대한 분노로 등장한 현 정부가 더욱 그러하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현대와 같이 다양화된 사회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이 가장 중요하고, 그러한 유연성의 기초는 상명하복의 문화를 가급적이면 제거하는 것이다. 법무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권한이 일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되고, 서로 간의 협의, 협조, 합의에 기초하여 행사되어야 한다. 헤드십이 아니라 리더십이 근간을 이루어야 한다.


현 정부는 군보다 더한 '헤드십' 정부


근대의 경우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권위주의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한국 육군의 경우 분대-소대-중대-대대-연대-사단-군단-군사령부로 조직화되어 있는데, 이 제대에 속한 사람들은 상관과 부하의 관계이고, 상명하복이 강조된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에도 정당한 명령이 아니면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 상관이라고 해서 업무 이외의 것을 함부로 지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보병 부대에 포병, 통신, 공병 등 다른 부대도 합류하게 되었고, 해군이나 공군의 장병도 함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 간에는 상하관계가 작용할 수 없고, 대부분 협조관계로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현대 군대의 경우 대부대급에는 상하관계를 설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작전통제(operational control)"라고 하여 부여된 작전임무를 수행하는 기간 또는 범위 내에서만 통제받도록 가하고 있다. 이것 이외에도 전술통제(tactical control), 협조(coordination), 지원과 피지원(supporting and supported) 등 최소한의 통제만 하면서 관련부대들의 노력을 한 방향으로 결집시키기 위한 다양한 관계를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상하관계를 강조하는 '지휘의 단일화(unity of command, 또는 지휘통일)'를 강조하였지만, 지금은 자발적인 복종을 통하여 관련된 부대 및 구성원의 노력만 한 방향으로 결집하는 것, 즉 '노력의 단일화(unity of effort)'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사회의 발전방향을 역행하고 있다. 상관이냐 부하이냐를 따지고 있고, 권한이 주어지면 일방적으로 행사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사권을 활용하여 자신의 편에게 포상하거나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형태가 만연하고 있다. 군대에서 출발한 권위주의적이거나 상명하복하는 문화가 정부 조직에 침투하여 더욱 공고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대는 헤드십의 한계를 인식하여 리더십으로 발전시키고 있는데, 현 정부는 헤드십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더욱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나 '부'로 구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프로젝트별로 팀을 구성하고, 구성원들의 대등성을 강조하고 있다. 직급을 없애고, 그 프로젝트를 가장 잘 수행하는 사람을 팀장으로 임명한다. 권위주의적인 사회의 전통이 커서 완벽하게 수용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상하관계를 없애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법무부 장관과 여당의 인사들이 상하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국정의 효과적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고, 현 시대적 발전추세에도 맞지 않다. 군에서도 강조하지 않고자 노력하는 상하관계를 정부에서 강조해서야 되겠는가? 상하관계와 명령-복종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본인이 리더십은 없고, 헤드십만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폭로하는 일인데,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리더는 정조처럼"을 읽어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금년에 다른 사람에게 읽기를 권하는 책 중에 "리더라면 정조처럼"이라는 책도 포함되어 있다. 평소에도 문대통령은 정조를 자주 언급하였다고 한다. 재독(在獨) 사학자인 변원림 박사는 정조는 성군이 아니었다면서, "정조의 공포정치"라는 책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하듯이, 정조에 대한 평가도 재검토될 필요가 있지만, 무엇보다 정조는 리더십이 아니라 헤드십으로 국정을 운영하였다.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시대의 대통령이 조선시대의 왕을 모범으로 삼고자 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대통령은 임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공무원은 헤드십이 아니라 섬기는 리더십, 낮추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2019년 5월 2일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이 진행되는 순간 미국 백악관 상황실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있었지만, 가운데 있는 의자에는 당시 상황실장이었던 공군 준장이 차지하고 있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구석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집 근처의 슈퍼마켓에서 보통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게 시장을 보고, 한국 언론은 이것이 특이하다고 보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이 한국에서 일상화된 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가 발달된 상태일 것이다.


기대와 매우 다르게 현 정부는 다른 어느 행정부에 비해서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리더십은 찾아보기 어렵고, 헤드십만 만연하고 있다. 리더십이 없으니 인사권에 집착하고, 인사권을 통하여 상벌을 준다. 자유민주주의 정부의 지도자에게 주어진 권한은 멋대로 남용해서는 곤란하다. 관련된 모든 공무원과 충분히 상의하는 가운데 법과 규정에 의하여 행사되어야 한다. 내가 권한을 부여받았으니 내 멋대로 한다는 생각은 왕조시대에도 폭군 이외에는 가급적 지양하였던 사고방식이다. 제발 리더십의 '리'자라도 한번 생각하면서 주어진 직책을 수행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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