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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미디어의제가 추석 거치며 공중의제로… 정부 무능·비도덕성 비판 확산
 
2020-10-29 16:45:33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추석 민심과 정국 전망

秋아들 특혜·北 공무원 살해 등 대부분 與에 부정적 이슈… ‘밥상머리 여론’이어지며 국정 비판 여론 형성
與 지지율 계속 떨어질 듯… 대선 앞두고 시그니처 정책으로 미디어 의제 선점해 민심 껴안으면 판도 바뀔 수도

‘추석 민심’이 정치권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오래된 통설이다. 전국 각지에서 떨어져 생활하던 친인척들이 한데 모여 추석 밥상머리에서 각자의 정치적 견해를 풀어놓는 광범위한 정치 소통의 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추석 전 언론에서 집중 제기했던 각종 ‘미디어 의제(media agenda)’들이 추석 연휴라는 ‘타임 프레임’을 거치면서 ‘공중 의제(public agenda)’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이 1년 5개월가량 남은 시점에 추석 민심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는 향후 대권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제설정이론과 여론 형성

지난 2007년 대선 14개월 전인 2006년 추석(10월 5일) 당시 리얼미터가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9월 25∼26일) 결과, 박근혜 25.4%, 이명박 25.2%, 고건 22.8%로 팽팽했다. 그런데 추석 이후 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리얼미터의 10월 조사(9∼10일)에서 이 전 시장은 34.1%를 얻어 박 전 대표(22.6%)와 고 전 시장(17.6%)을 크게 앞섰다. 2년 3개월간 한나라당 대표를 지내고 2006년 지방 선거와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를 일궈내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렸던 박근혜도 추석 밥상머리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청계천 복원과 버스 환승제 등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받은 이 전 시장이 이런 성과에 힘입어 민심의 흐름을 바꾸었다. 그해 추석 이후 이·박 양측의 순위는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까지 바뀌지 않았다.

여론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 ‘의제설정이론’(Agenda Setting Theory)’이 있다. 핵심은 미디어에서 강조하는 이슈인 ‘미디어 의제’가 사람들이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중요한 이슈인 ‘공중 의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 미디어가 주목하고 많이 다루면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공중이 그 이슈를 중요하게 평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제 설정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적 요인, 즉 ‘타임 프레임’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 이론의 창안자인 맥스웰 매콤은 추가 연구에서 ‘이슈’가 아니라 ‘속성’에 초점을 맞췄다. 속성은 사람들이 대상을 인식할 때 사용하는 일련의 관점이나 프레임을 뜻한다. 언론이 어떤 이슈의 여러 속성 중에서 특정 속성들을 강조하면, 이런 속성들은 사람들에게 ‘인지적 속성’과 ‘정서적 속성’을 제공한다. 인지적 속성은 정보 측면으로서 예를 들면 대권 후보의 자질 또는 배경 등이 될 수 있으며, 정서적 속성은 사람들의 감정적 차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여론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이론은 ‘침묵의 나선 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사회로부터 거부당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면 침묵하고 다수일 때는 더욱 자신 있게 피력한다는 이론이다.

◇與 불리 미디어 의제들

이번 추석의 핵심 미디어 의제는 정부의 코로나 방역 평가, 민생 경제, 부동산 정책,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 북한의 대한민국 공무원 살해 등이다. 이 중 여권에 긍정적인 건 오직 방역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부정적이고 불리한 이슈들이다. 실제로 추석 직전에 공개된 KBS 여론조사 결과(9월 26∼28일)를 보면 경기 침체로 민심이 악화하고 있다. 한 해 전 조사와 비교할 때 응답자의 50.4%는 ‘소득이 감소했다’고 했다. 추석 직전 한국갤럽 조사(9월 22∼24일)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5%에 불과했고 53%는 ‘나빠질 것’, 28%는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추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여권에 부정적인 응답이 훨씬 많았다. 이를 특혜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61.7%)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29.3%)의 2배 이상이었다. 특히 18∼29세 젊은 세대와 정치 지식수준이 높은 계층에서 ‘그렇다’는 응답이 각각 66.0%와 59.1%나 차지했다. 현 정부에 대한 ‘공정성’ 인식도 점점 더 나빠지는 추세다.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에 비해 ‘공정해졌다’는 비율은 36.7%에 불과했다. 국민 10명 중 6명(60.7%)은 ‘차이가 없다’(28.6%) 또는 ‘불공해졌다’(32.1%)고 응답했다.

추석 직전 벌어진 북한의 공무원 살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조사 결과가 나타났다. 정부의 대응에 ‘잘못했다’(68.6%)는 응답은 ‘잘했다’(21.8%)는 응답의 세 배를 넘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잘못했다’는 응답이 48.8%로 ‘잘했다’(39.4%)보다 많았다.

◇추석 후 與 지지도 추락

이처럼 추석 전 미디어를 통해 집중적으로 제기됐던 각종 의제는 추석 연휴라는 ‘타임 프레임’ 속에서 공중 의제로 전환됐다. 매콤의 주장처럼 미디어 의제들이 추석 연휴를 거치면서 국민으로 하여금 정부가 정책적으로 무능하고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촛불의 핵심 가치인 공정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한 것이다. 또 침묵의 나선이론에 따라 추석 밥상머리 여론을 통해 정부에 대한 비판이 다수라는 것을 확인한 사람은 향후 더욱 자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만,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는 것을 확인한 사람은 이슈에 침묵했다.

결과적으로 집권세력의 지지도는 추석 이후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사례가 이미 한 해 전인 2019년 추석(9월 13일) 때도 나타났다. 당시 최대 이슈는 ‘조국 사태’였다. 당시 한국갤럽의 9월 1주(3∼5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긍정 43%, 부정 49%였는데, 추석 직후인 9월 3주(17∼19일) 조사에선 긍정 40%, 부정 53%로 큰 차이가 났다. 9월 4주(24∼26일) 조사에도 긍정 41%, 부정 50%로 데드 크로스가 그대로 유지됐다. 추석민심으로 형성된 공중 의제가 크게 작동한 결과다. 결국 조국 법무부 장관은 임명된 지 35일 만에 사퇴했다. 이번에도 추석민심이 강력한 공중 의제로 거듭나면서 여론이 악화하면 청와대는 추미애 장관의 거취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대선판도 변화할까

추석 전 리얼미터·오마이뉴스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9월 21∼25일)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선호도는 22.5%, 이재명 경기지사는 21.4%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며 양강 구도를 구축했다. 야당은 아직 유력한 주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목할 것은 이낙연 대표는 같은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5개월 연속 하락세이고, 이재명 지사는 3개월 연속 상승하던 기세가 꺾였다는 점이다.

역대 사례에서 보듯 대선 1년 5개월 전 경쟁구도가 끝까지 지속한 경우는 드물었다. 추석 이후 형성된 기류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물이 나서면 대선 구도는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다가오면 시대정신을 반영한 비전과 시그니처 정책으로 미디어 의제를 선점해서 이를 공중 의제로 전환해 다수의 열성적인 지지층을 확보하는 사람이 대선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의제설정이론과 여론 형성 : ‘의제설정이론’에 따르면 언론과 미디어에서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미디어 의제’는 일정한 타임 프레임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머릿속에 생각하는 중요한 이슈인 ‘공중 의제’로 전환됨. 여론형성에는 ‘침묵의 나선이론’도 작용함.

추석 연휴와 공중 의제 : 추석 전 미디어 의제는 코로나 방역, 부동산, 추미애 아들 의혹, 북의 공무원 살해 등이었음. 이것이 추석 연휴라는 타임 프레임을 거쳐 여권에 불리한 공중 의제들로 전환됨. 이는 추미애 장관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대선판도 변화할까 : 대선이 1년 5개월 남은 시점에서 추석 민심은 향후 대권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추석 이후 기류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시대정신을 반영한 시그니처 정책으로 공중 의제를 선점하면 대선 구도도 출렁일 수 있음.


■ 용어 설명

‘의제설정이론’은 맥스웰 매콤과 도널드 쇼가 1972년에 제기한 이론. 매스 미디어의 반복적인 보도가 타임 프레임을 거치면서 대중의 이슈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능동적 수용자론’에 근거함.

‘타임 프레임’이란 구체적인 상황이나 사건 아래에서 작용하는 시간의 범위를 뜻함. 이 글에서는 정치·경제·사회 이슈를 둘러싼 평가와 여론 형성에 들어가는 시한, 구체적으로 ‘추석 연휴’ 기간을 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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