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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침략-피침략國 뒤엎은 中 역사 날조
 
2020-10-28 09:57:21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의주와 마주 보는 중국 단둥의 압록강변엔 70년 세월의 먼지에 뒤덮인 한반도 역사가 잠들어 있다. 6·25전쟁 당시 미군 폭격으로 동강 난 철교가 역사유물로 보존돼 있고, 그 입구엔 펑더화이(彭德懷) 중국 의용군사령관이 1950년 10월 ‘미군의 침략을 받은 북조선을 구하러’ 압록강 건너 출병하는 우람한 동상이 서 있다. 그 뒤편엔 ‘항미원조(抗美援朝) 기념탑’이라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친필 휘호가 새겨진 높이 53m의 6·25전쟁 ‘승전기념비’가 압록강을 굽어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이념과 정치가 날조해 낸 가짜 역사다. 70년 전 한반도에는 미군의 침략도 없었고 중공군의 승전도 없었다. 6·25전쟁은 북한이 소련, 중국과 모의해 일으킨 전쟁임을 중국 지도부가 몰랐을 리 없건만, 거짓말도 오래 반복하다 보면 자기최면에 빠져 스스로 믿게 된다. 당시 중국이 파병한 130개 사단 135만 병력의 임무는 침략자 북한의 궤멸을 막고 북한군을 도와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이를 위해 약 15만 명의 자국 병사를 희생시켰다.

그 후 중국은 1970년대 말 개혁·개방으로 많이 변했고, 지난 수십 년간 단둥의 유적들은 단지 냉전시대의 유물이자 북·중 동맹의 명목상 상징일 뿐이었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이 지난 주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계기로 별안간 ‘항미원조’(6·25 참전)의 깃발을 꺼내 흔들기 시작했다. 6년간 폐쇄했던 ‘항미원조 기념관’을 재개장하고 ‘항미원조’를 영웅시하는 영화와 기록물들을 제작했다. 지난 23일 중국 최고지도부 전원이 참석한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주석은 6·25전쟁을 “제국주의 침략”으로 정의하면서 중국의 참전을 “정의의 전쟁” “정의의 승리”로 미화했다. 그러나 6·25전쟁은 “정의의 전쟁”과 거리가 먼 북한의 침략전쟁이었고 “정의의 승리”도 없었다.

중국 공산당의 이런 ‘항미원조’ 캠페인은 미·중 패권 대결 전선에서 자국민의 애국심과 투쟁 의지를 부추기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동맹 북한과의 소원한 관계를 회복해 외곽 울타리를 보강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 편에 서지 말라고 경고하려는 의도도 내포됐다. 한반도는 동중국해와 더불어 미·중 세력 대치의 최전선이다. 중국이 2025년까지 미국 군사력을 완전 축출하고 배타적 내해로 삼고자 하는 해양방어선인 제1도련선은 일본열도∼오키나와∼대만∼필리핀 열도로 연결된다. 중국이 그 목표를 완수하려면 방어선 안쪽 깊숙이 위치한 한반도 해역을 반드시 장악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고압적 자세, 한국 길들이기용 사드(THAAD) 제재, 거의 을사늑약 수준의 3불(不) 약속 요구, 한국 국내정치와 여론 조작 개입 의혹 등은 모두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일찌감치 중국 앞에 납작 엎드려 있다. 70년 전 북한 침략군을 도와 이 땅을 침공했던 중국이 피침략국 한국을 “제국주의 침략”의 공범 정도로 공공연히 비하하는 역사 왜곡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다. 주권과 국익 수호엔 관심 없고, 중국의 한반도 제패를 가로막고 있는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약화를 초래할 평화체제, 종전선언, 전작권 조기 전환 등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차라리 북한에 보고 배우라. 북한은 6·25전쟁 때 중국에 큰 신세를 졌고 지금도 중국의 경제 지원과 불법 무역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김일성 시대 이래로 중국의 입김을 배제하려는 의연한 주권의식과 노골적 경계심에 변화가 없다. 그러니 오히려 중국이 북한의 환심을 사려고 안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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