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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라임·옵티머스’ 금융사기 넘어 권력형 게이트로
 
2020-10-27 09:57:06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장관 수사지휘권 적절성 놓고 여야 공방
윤석열 “검찰총장은 장관 부하 아냐…임기 다할 것”
월성 1호기 감사도 논란…여권 지지층 결집 양상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비리 사건이 단순 금융사기가 아니라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라임 사태)는 펀드의 부실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판매를 이어갔으며, 여러 개 펀드를 만들어 돌려막기 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다 환매 요청이 일시에 몰리며 결국 환매 중단까지 된 사태다. 그 피해 규모는 약 1조 6000억 원 정도다. 최근에는 라임 사태의 정치권 개입 의혹까지 불거졌다.

라임 펀드를 1조원 가량 판매한 증권사 전 간부가 투자 피해자와 나눈 대화에서, 라임의 부실 사태를 무마시켜주는 역할을 청와대 행정관 출신 금감원 팀장이 개입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었고 이 녹취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라임자산운용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8일 법정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주라고 브로커에게 5000만원을 줬다”며 “배달 사고를 낼 상황은 아니었다”고 증언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쳤다.

최근에는 다섯 장 분량의 자필 옥중 입장문을 통해 정관계 로비 의혹을 폭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핵심 내용은 윤석열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에게 뇌물 주었다고 거짓 진술하게 했다.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과 변호사에게 수억원을 제공하고 라임 펀드 관련한 청탁을 했다. 윤 총장이 여당 사람들에겐 철저수사 지시하면서 야권정치인에 대해선 수사를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 윤 총장의 측근이라는 검사가 김봉현으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고, 이후 라임수사 책임자가 되었다. 특히 접대했던 검사 가운데 한 명이 라임사건 수사팀에 합류했고, 검찰이 본인의 진술을 유도하고 협박하는 등 짜 맞추기 수사를 진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계기로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다시 충돌했다.

추 장관은 지난 19일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을 배제시키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지난 6월 채널A ‘검·언 유착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아울러 윤 총장 장모와 배우자가 연관된 의혹 등에 대해서도 대검찰청의 지휘·감독권을 정지시켰다.

수사지휘 내용은 “검찰총장은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한다”는 것이다. 골자는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추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행사한 지 하루 만에 서울남부지검은 기존의 라임 수사팀과는 별개로 검사들의 ‘비리 의혹’을 전담하는 새 수사팀을 꾸렸다. 금융 분야(금융조사부)의 검사 4명과 형사 사건을 담당해온(형사4부) 검사 1명이 투입됐다.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2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에 대해 특검 도입 협상 등 원내투쟁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또한 “국회 내에서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야당을 핍박하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의 이런 파상적 공세 속에서도 추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쟁점이 대두되고 있다.

첫째,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여부다. 법조계 일각에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검찰청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현행 검찰청법(12조)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여권 인사가 연루된 사기 사건에서 총장이 손을 떼라는 지휘는 노골적인 ‘검찰 정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따른 것은 당연한 조치”라며 “이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은 관련 수사팀을 확대·재편·강화하고 법무부 및 대검찰청 등 상부기관으로부터 독립해 특별검사에 준하는 자세로 오로지 법과 양심,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분발하여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청와대도 추 장관에 힘을 실어주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관해 청와대는 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도록 지시하거나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권 행사 여부를 보고받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현재 상황에서 수사지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속하고 성역을 가리지 않는 엄중한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사지휘권 발동이 개똥처럼 흔해졌고 국가 시스템이 무너져내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쪽에서 ‘의인’으로 내세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기전과가 있는 사람들”이라며 “검언유착 공작의 제보자도 그렇고 라임펀드의 김봉현도 그렇고 한명숙 복권운동의 증인들도 그렇고”라고 했다. 이어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근거도 두 번 다 사기꾼의 증언”이라며 “재미있는 나라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서민의 피눈물을 뽑은 ‘대형사기 사건’을 친여권 성향 범죄자의 편지 한장으로 순식간에 ‘검찰총장 제거 사건’으로 둔갑시켰다”며 “고집불통 추 장관을 조국 후임으로 임명한 문 대통령에겐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라며 “추 장관 앞세워 정권은 지킬지 모르지만, 역사의 무서운 심판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야권은 이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려면 추 장관과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하고, 독립적 특검을 통해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히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1일 라임·옵티머스 펀드 의혹에 대해 “대통령께서 관심을 갖고, 반드시 특검을 통해 명백히 밝히도록 지시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사건을 수사해서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으려면 특검 이외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9일 “이 땅의 양심 세력, 합리적 개혁 세력은 분노하며 손을 맞잡고 힘을 모아 권력 비리를 응징해야 한다”며 “추미애, 이성윤은 라임·옵티머스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언급했다.

이어 안 대표는 “공공기관이 대거 연루되고, 현직 장관은 온 가족 명의로 거액을 집어넣고, 여당 의원도 억대를 투자했던 펀드와 관련해 수많은 검은 손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지만 사건의 실체와 배후는 오리무중”이라며 “지금의 수사체제로는 진실 규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둘째, 수사지휘권 발동의 근거가 상식적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지 여부다. 법무부는 펀드 사태 피의자인 김 회장의 옥중 서신과 진술만을 토대로 18일 “윤 총장이 야권 정치인과 검사의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에 대검찰청은 “근거 없는 중상모략”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윤 총장도 “턱도 없는 이야기다. 수사를 내가 왜 뭉개느냐”고 항변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 수석은 김봉현을 ‘질 나쁜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추 장관이 김봉현의 말을 그렇게 신뢰한다면 왜 김봉현이 법정에서 강 전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에 대해서는 뭉개는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금융 사기범의 옥중 편지를 주요 근거로 윤 총장의 이 사건 지휘권을 박탈한 것은, 청와대 고위 인사와 친문 의원 등 다른 여권 인사에 대한 향후 수사를 의식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데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김봉현 전 회장의 폭로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추 장관이) 김 전 회장의 자필 입장문만 가지고 수사지휘를 한 것 같지는 않고 감찰 과정에서 뭐가 나온 것 같다”며 “법무부에 알아보니 (김 전 회장의) 입장문을 뒷받침할 것들이 있더라는 정도의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라임 사건 수사 배제와 관련해서는 “여권 인사에 대해서는 수사를 굉장히 강하게 하는 반면에 야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거 아니냐”며 “윤 총장이라든지 당시 수사 지휘 라인이 제대로 알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제대로 수사하도록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김 전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서울남부지검장이 윤 총장에게 면담 보고한 것에 대해 “통상의 절차에 따른 보고가 아니다”며 “남부지검장과 총장 사이에 무슨 내용이 오갔는지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한 보수 언론은 김봉현이 수배중이던 지난 3월 측근에게 “평소 얘기했던 여권 유력 인사들에 대한 로비 내용을 언론에 흘리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그중에 ”현직 청와대 고위 인사,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부산 지역 친문(親文) 현역 의원이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이 보도가 맞다면 추미애 장관 수사권 발동의 근거가 된 김봉현의 윤석열 총장 비판 옥중 편지와는 배치된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옥중 편지에 이어 21 추가입장문을 KBS에 공개했다. 지난 4월 체포된 김봉현 전 회장은 5개월 넘게 도피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검찰의 도움을 받아 도피 생활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첫 입장문에 등장했던 검사 3명은 예전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며 최근 법무부 감찰 조사에서 이들을 확인시켜줬다고 했다.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야 간 차이가 있었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여당 의원 관련 사건은 대부분 4년 전 일이고 라임과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진술했음에도 6개월에 걸쳐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반면, 야당 정치인의 경우 실제 로비가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자신에 대한 추가 조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누구의 진술이 사실인지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지만 한계는 있다. 추 장관 측근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조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정치검찰들이 ‘권력형 편드 비리 사건’을 윤석열 총장 측근 검찰 비리 사건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셋째, 라임 사건만이 아니라, 그간 윤석열 총장의 처가와 관련돼 제기돼왔던 모든 의혹에 대해서도 지휘권을 발동한 것이 적절한가 여부다.

윤 총장과 부인과 장모가 관련된 의혹 사건은 윤 총장이 결혼하기 전에 발생했기에 직접 관련이 없고, 총장 임명 당시 국회 인사 청문회 당시 야당에서 의혹을 제기했지만 별 무리 없이 지나갔다. 그런데, 윤 총장이 작년 조국 사태로 현 정권과 각을 세운 이후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여당과 여권주변에서 윤 총장이 배후로 작용해서 수사와 재판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공격하고 고소까지 했다. 검찰 안팎에선 “윤 총장의 비위가 분명히 드러난 게 없는 상황인데다, 이미 지휘감독 권한이 없는 가족 사건까지 굳이 끌어들인 것 자체가 ‘비겁한 망신주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제물로 정치 게임을 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는 추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법무부 장관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검찰 조직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지적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에서 청와대 행정관·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여권 인사들 이름이 호명되자, 국면 전환용으로 윤 총장 가족과 휘하의 검찰을 겨눈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현직 부장검사는 21일 ‘라임 사건’과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의혹 사건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총장을 공격해 사퇴라는 결과를 의도하는 정치적인 행위로 의심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앞으로는 현역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펀드 비리 사태에 대응하는 법무부의 조치에 대한 민심은 어떤가? 리얼미터·오마이뉴스가 실시한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조사 결과, ‘잘한 일’(46.4%)과 ‘잘못한 일’(46.4%)이 동률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7.2%였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잘했다’라는 응답이 많았으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잘못했다’라는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에서는 잘한 일 58.4%, 잘못한 일 27.4%였다. 반면, 60대(41.3% vs. 53.5%)와 70세 이상(31.7% vs. 60.9%)에서는 ‘잘못했다’라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이념성향별로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진보층 중 71.5%는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지만, 보수층 72.7%는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도층에서는 ‘잘한 일’(42.5%)보다 ‘잘못한 일’(55.8%)이라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이번 조사로는 민심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리얼미터 조사 설문 항이 정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문 항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어제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측근 의혹 사건에 대해 장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수사지휘권 발동이 얼마나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되어 있다.

일반 국민들은 수사 지휘권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더구나, 왜 수사 지휘권이 발휘됐는지도 그리고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잘한 일이지 잘못한 일인지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 민심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설문 항목은 2단계로 이뤄졌어야 했다. 우선, 라임 자신 운용 사태에 대한 내용 인지 여부를 물어보고, 그 다음 내용을 인지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시키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물어봤어야 한다.

여하튼 야권은 이번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는 것으로 결국 권력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맹공격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추 장관의 지휘권발동에 꼼짝없이 손발이 묶인 윤석열 총장이 어떤 해법을 모색할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근거, 목적 등에서 위법한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며 반격했다. 그는 “수사지휘권은 장관이 의견을 낼 필요가 있을 때 검찰총장을 통해 하라는 것이지 특정 사건에서 지휘를 배제할 권한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대부분 법률가가 검찰청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니다”라고 작심발언을 쏟아냈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 소임은 다해야 한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펀드 사태 혼돈 속에서 감사원은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 상징과도 같았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했지만 폐쇄 타당성 판단은 유보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의 범위는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고려사항 중 경제성 분야 위주”라며 “한수원 이사회의 의결 내용에 따르면 즉시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므로 이번 감사 결과를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놓고 여야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야당은 일제히 정부를 공격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결국 탈원전은 허황된 꿈이었음이 증명됐다”며 “탈원전 정책에 대한 실질적 사망선고”라고 밝혔다. 그는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 여권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 했다며 “최재형 감사원장을 압박하기 위해 친인척 행적까지 들춰내고 짜맞추기 감사까지 시도했지만 진실 앞에서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면서 “이제 탈원전 명분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라며 “감사원의 정당한 감사를 방해한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온갖 정치공세 속에서 결론을 내린 감사원의 고민이 엿보인 보고서”라며 “정부·여당이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진행해 국익에 얼마만큼의 손해를 끼쳤는지 반드시 살펴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안 대변인은 “수사기관은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한 공무원에 대해 산업부 상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감사원 감사 방해 등에 대한 한 점의 의혹 없는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여당은 “경제성 평가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은 없었다”며 탈원전 정책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또한, “통상적인 감사에 불과한 이번 감사를 마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심판대인 양 논란을 키운 국민의힘과 감사원에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산업부는 감사 결과에 대해 “경제성을 제외한 안전성,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 고려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향후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에너지전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도 비슷한 입장을 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월성 1호기 폐쇄를 번복하는 결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번 보고서는 작성 과정과 내용에서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 많다. 우선, 감사원 감사에 대한 정부 부처와 공기업의 조직적 방해와 저항이다. 보고서에는 감사를 방해하기 위한 산자부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자료 밑 은폐 시도가 잘 드러났다.

가령, 감사원은 ‘최근 3년치의 내부 및 청와대 보고 자료’ 일체를 요구했지만 산업부는 상당수를 누락한 채 일부만 제출했다. 감사원 감사가 착수되자 관련 증거와 청와대 보고한 자료 등 444의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저항이 심한 감사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감사 방해 행위는 엄연한 위법이다. 그런데 공직자가 대담하게 자료 삭제 등 감사 방해 행위를 벌인 것은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할 정도의 이례적인 것이다.

둘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기존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보좌관에게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이냐”라고 물었다는 말을 들은 산자부 장관이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가동 중단 지침을 내렸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기존에 산업부가 작성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추진방안 및 향후 계획’ 보고서에는 “한수원 이사회가 폐쇄 결정을 하더라도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보다 2년 더 운영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고 돼 있었다. 양식 있는 장관이라면 객관적이고 내실 있는 평가를 통해 대통령에게 있는 그대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라고 직언했어야 했다.

셋째, 감사 결과의 늦장 보고다. 이번 감사는 2019년 9월 30일 국회가 감사원에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들의 배임 행위’에 대해 감사를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

국회법 제127조의2(감사원에 대한 감사 요구 등) ①항에 “국회는 의결로 감사원에 대하여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원의 직무 범위에 속하는 사항 중 사안을 특정하여 감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감사원은 감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②항에는 “감사원은 특별한 사유로 제1항에 따른 기간 내에 감사를 마치지 못하였을 때에는 중간보고를 하고 감사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의장은 2개월의 범위에서 감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국회법 규정에 따르면 감사원은 5개월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했다. 그런데 최 감사원장은 지난 2월 19일 “감사 시한내(2월말) 감사 결과 발표가 어렵다”고 했다. 더구나, 감사원은 지난 4월(9~13일)에 감사위를 개최했지만 보고서 의결에 실패했다.

10월에는 6차례 감사위원회를 열어 보고서를 심의했다. 감사원이 감사 법정 기한을 훌쩍 넘겨 385일 만에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특히, 감사가 지연되고 논란과 잡음도 끊이지 않은 것이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다면 심각한 문제다. 최 감사원장이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고, 여권 성향 감사위원과 의견 대립이 표출된 것은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이 정치로 오염됐다는 방증이다. 이 또한 현 정부의 업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1일 민간이 소유한 땅값을 공시지가 총액에 공시지가 평균 시세반영률(43%) 등을 적용해 산정한 결과, 1경 2281조원이라는 추정치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3년간 땅값만 2670조원이 올라 ‘불로소득 주도 성장’을 해왔다며 비판에 나섰다. 특히 이 중에서 민간보유 분은 1경 104조원으로 82%나 차지했다. 민간소유 땅값의 정권별 상승액 비교결과도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3123조원)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연간 상승액으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2669조로 연평균 890조원이 상승해 역대 정부 최고 상승치를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됐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연평균 상승액(평균 100조원)과 비교해 보면 문재인 정부 상승액이 9배나 된다는 주장이다.


1990년 이후 상승액의 67%가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올랐다는 사실은 진보 정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실련 관계자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일부 관료와 전문가 등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과정으로 부동산통계를 조작하고 무능한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조차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통계조작을 중단시키고 지금 당장 공시지가 산출근거, 시도별 땅값, 지역별 유형별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공개 등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하튼 부동산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임시국회 때 임대차 3법 등을 밀어붙여 시행에 들어갔지만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최근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과 함께 정책 기조 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19일 당 회의에서 “우리는 예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며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 1가구 장기 보유 실거주자 세금 안심을 드리는 방안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 기조를 전환하면 민주당 내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택 정책에 대한 이 대표의 반성에 동의하느냐”는 야당 의원 물음에 “의견이 다르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여권의 강력한 두 대권 주자는 향후 부동산정책을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이 전개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당내 ‘계파‘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권 지휘 발동을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간의 충돌,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등 여권의 악재성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TBS 조사(10월 19~21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35.3%)은 3.1%포인트 올랐고, 국민의힘 지지율(27.3%)은 2.3%포인트 하락해 양당 격차가 일주일 만에 8.0%포인트로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도는 진보층(10.4%포인트↑), 서울(6.6%포인트↑), 20대(8.1%포인트↑)에서 크게 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는 5주 만에 오차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긍정 평가가 46.3%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48.6%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간 차이는 2.3%포인트다. 긍·부정평가 차이가 오차범위 결과를 보인 것은 9월 3주차 이후 5주 만이다.

여하튼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의 이례적 동반 반등은 여권 지지층 결집에 힘입은 것 같다. 리얼미터는 “야당이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사태에 관한 ‘결정적 한방’을 터뜨리지 못하고, 오히려 라임사태 핵심인 김봉현씨가 야권과 검찰에 대한 로비를 했다고 폭로한 게 야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했다.

여당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라임 사태의 핵심인 김봉현 전 회장은 처음엔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가 검찰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을 바꾸었다. 법정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 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가 “금품이 오갔는지 본적이 없다”고 완전히 말을 바꿨다. 역대 각종 비리 사태를 보면,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하고,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면 반드시 진실은 밝혀진다. 여당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야당도 변해야 한다. 모든 화력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역 특혜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에 집중하기보다는 민생을 더 많이 챙겨야 한다. 야당이 정책도 없고, 인물도 없고, 호감도 없으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2일 국정감사에서 “정치와 사법이라고 하는 것이 크게 바뀌는 것이 없구나” 하고 토로했다.

가수 나훈아는 최근에 발표한 신곡에서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고 노래하면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세상이 힘 든 건 정치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바르게 다스린다”는 정치가 무너지면 민생이 흔들리고, 민생이 흔들리면 국민이 고통스러운 법이다. 더구나, 정치가 검찰을 덮으면 법치가 무너지고, 법치가 무너지면 나라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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