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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巨與 ‘방탄 국감’의 위선과 해악
 
2020-10-22 10:34:19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 기간이 채 일주일도 안 남았다. 국정감사는 정부 살림과 국정을 감사(監査)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번 국감은 최악의 ‘맹탕 국감’ ‘방탄 국감’이라는 비판에서 자유스럽지 못하다. 야당이 요청한 증인·참고인 채택이 거대 여당에 의해 줄줄이 거부되고, 여당은 스스로 국감에 나오겠다는 사람들의 증인 채택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야당도 문제다. 비교정치학 연구의 선구자로 잘 알려진 미국의 고(故) 가브리엘 알몬드 교수는 정치 발전의 핵심 조건으로 ‘각 조직의 역할 분화, 문화적 세속화, 그리고 하위 체제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그의 이론을 적용하면 의회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선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역할과 기능이 철저히 분화되고, 국회의원들은 입법부 구성원으로서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확고한 의식을 갖고, 자신들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촛불정부를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권위주의 통치 시절의 집권당처럼 국회를 행정부의 방탄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의 ABC조차 모른 채 정부를 무조건 옹호하는 것이 책임정치이고 의회 본연의 기능이라는 ‘신민적 사고’에 빠져 있다. 철저히 당론에 의해 움직이며 소신에 따라 정부를 비판하는 동료 의원들을 응징하는 행정 독재의 전위대로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비뚤어지고 반(反)의회적인 인식 속에서 ‘방탄 증언’을 통해 ‘맹탕 국감’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012년 제19대 국회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진 국정감사에서 언론진흥재단 등 3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감(10월 16일)이 예정됐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아예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연계된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 등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은 “문방위 파행 원인은 새누리당이 주요 증인의 채택을 거부하고 그들의 비리와 부정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정감사를 ‘박근혜 후보 방탄 국감’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여당에 의한 의회주의 파괴 상황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까지 했다.

이렇게 당당했던 민주당이 4·15 총선 이후 거대 여당이 되고 나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집권당을 뺨치는 정치 추태를 보이고 있다. 단언컨대 ‘내로남불’보다 더 나쁜 것이 위선(僞善)이다. 그동안 집권 세력은 입만 열면 박근혜 정부와 당시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적폐 세력으로 낙인찍고 정치 개혁의 대상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방탄 국감을 열어 정부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일당 독재의 민주당은 스스로를 신(新)적폐세력이고 개혁의 대상이라고 인정하는 셈이다. 현 집권 세력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아마도 “입말 열면 정의, 공정, 개혁, 민주를 외치는 당신들이 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르냐?”는 말일 것이다. 애석하게도 ‘박근혜를 보면 문재인이 보인다’는 시중의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흔들리는 정권을 옹호하는 게 정권 연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거대한 착각이다. 국민은 다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위선과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아야 한다. 방탄이 아니라 용기를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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