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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2020-10-19 12:02:10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민 가수 이적씨가 2013년에 발표한 5집 앨범 ‘고독의 의미’ 타이틀 곡이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연인들의 이별 노래가 아니다. 버려진 아이들의 심정을 담은 참 슬픈 노래다. “마치 바람이 부는 것 같이 묵직하게 깔리는 피아노 선율과 이적 특유의 담백한 목소리가 유독 쓸쓸하게 들리는 것이 인상적인 곡”이라는 평가를 받는 곡이다.

이적씨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과거에 “유원지나 놀이공원에 아이를 데려가서 사달라는 거, 먹고 싶다는 거 다 사 먹이고 그러다 잠깐만 갔다 오겠다며 아이 혼자 두고 사라진 뒤에 돌아오지 않았던 부모가 많았는데 그때 버려진 아이의 심정이 어땠을까 라는 그런 느낌에서 쓴 곡이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적이 곡의 제목으로 ‘거짓말’이라는 한 단어가 아닌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라 여러 번 쓴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강하게 부정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노래 첫 소절 가사엔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서 있으라 말했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로 되어 있다. 마지막 소절에는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철석같이 믿었었는데/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로 되어 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과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약속한 ‘성평등 사회’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필자는 이 노래 제목과 가사를 들으면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하나는 세월호 참사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젠더 평등의 문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배 안에 갇혀 있던 어린 학생들은 “그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된다”는 안내 방송을 철썩 같이 믿었지만 돌아온 것은 차디찬 죽음이었다. 노래 가사 내용과 오버 랩 되면서 너무나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모든 여성에게 “특권과 차별이 없는 성평등 사회를 만들겠다”는 “준비된 여성 대통령”과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약속을 굳게 믿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한국의 성 격차 순위가 여전히 100위권 밖의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 국회의원 수는 57명(지역구 29명, 비례구 28명)으로 지난 2016년 총선에 비해 6명이 늘어난 19%였다. 그러나 한 집단 내에서 소수 집단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저 임계치인 30%에는 훨씬 미달한 것이었다.

지난 1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낸 ‘여성 정치 대표성 강화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여성 의원 비율은 2017년 기준 평균 28.8%다. 한국은 이보다 약 10%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국 여성의 정치적 권한이 얼마나 낮은지 잘 보여주고 있다. 총선 때마다 거대 여야 정당의 ‘지역구 30% 여성 후보 공천’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국민도 속았고 여성도 속았다.

#미투(MeToo) 운동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올해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너도나도 지역구 여성후보 30% 공천을 약속했다. 그러나 공염불이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53명의 후보 중 여성 후보는 32명(12.6%), 미래통합당은 236명중 26명(11.0%)에 불과했다. 거대 여야 정당의 여성 후보 공천 비율이 총선 여성 후보자 전체 비율(19%)보다 훨씬 낮았다는 것에 분노한다. 정치권은 여성을 공천하고 싶어도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거짓말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경우 지역구 여성 후보의 당선률은 무려 62.5%였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24명(서울 13명, 인천 1명, 경기 10명)이 출마해 19명이 당선됐다(79.2%). 이런 총선 결과가 주는 함의는 여성을 공천하면 당선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함축한다. 다른 말로, 여성이 엄청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 서모씨의 군 휴가 연장 과정에서 보좌관에게 직접 아들 부대 장교의 연락처를 건넨 것으로 확인되면서 거짓말 논쟁에 휩싸였다. 그러데 추 장관은 “기억이 없다”고 항변했다. 잘못된 처신이다. 단언컨대 거짓말이 지배하는 사회엔 도덕이 바로 설수 없다. 도덕이 무너지면 정의가 무너지고, 정의가 공정이 바로 설수 없다. 집중적이며 지속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거짓말은 응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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