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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쿼드 출범과 훼손되는 韓 주권·가치관
 
2020-10-07 13:33:02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을 대표하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6일 도쿄에서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를 갖고 역내에서 반중(反中) 전선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국가와 연대를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동맹체가 아닌 안보협의체로 출범했지만, 누가 봐도 이 회동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對)중국 포위망을 최초로 공식화해 나가는 역사적 시발점이다. 거기에 한국은 없었다. 과거 같았으면 우리 정부는 한국을 배제한 이 회동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포함시키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쿼드는 물론 한국·뉴질랜드·베트남 등을 추가해 확대하려는 쿼드 플러스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중국에 대한 한결같은 충성심 때문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安美經中·안미경중)며 미·중 사이에서 어느 일방에 서지 않으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쿼드 창설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강경화 외교장관의 발언은 중립의 가면을 벗고 중국 입장을 편파적으로 대변한 말이다. 최소한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나라의 외교장관이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한 계획을 취소하고도 남을 만한 적대적 발언이다.

20세기 동서냉전에 버금가는 진영 간 대립으로 발전돼 가는 미·중 패권 다툼에 있어 쿼드는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는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 진영을 형성하는 골격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몸은 미국에, 마음은 중국에 가 있는 문 정권은 그중 어디에도 참여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독일·이탈리아·호주도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홍콩 인권 문제를 계기로 반중국 진영으로 돌아섰다. 이제 유라시아 대륙에서 중국 편에 남을 나라는 러시아·북한·이란·파키스탄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문 정부는 그 그룹에 동참해 중국의 충복이 됨으로써 대체 어떤 이익을 얻으려는 것일까.

물론 미·중 정면 대치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진영에 가담할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불이익과 안보상 위협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강대하고 호전적인 이웃 국가와 더불어 사는 방법에는 예로부터 2가지 옵션이 있다. 20세기 냉전시대에 핀란드는 인접국 소련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기는’ 중립외교를 선택해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반면, 서독 등 대다수 중서부 유럽 국가는 소련의 군사적 위협을 감수하면서 반소련 전선에 합류했다. 현재 중국의 주변국들 중 중국의 눈치 보며 사는 나라도 일부 있으나, 일본·베트남·인도 등 중위권 이상의 국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중국과 각을 세우며 정면 대치하고 있다. 향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국민적 선택에 달린 사안이다.

중국은 지난달 코로나19의 발생 근원을 조사하자는 호주 정부의 주장에 일련의 혹독한 보복 제재를 가했다. 호주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와 애착이 한국 못잖게 크지만, 대응 방식은 한국의 사드(THAAD) 제재 대처와 정반대였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우리의 가치관을 강제로 팔아 버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제재 조치에 즉각 정면 대응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선진국 외교의 모습이다. 외교는 사교가 아니다. 두루 잘 지내는 게 외교가 아니다. 국익을 위해 필요할 때는 싸우는 게 외교다.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나 국가의 주권과 가치관과 위신을 더욱 소중히 지키는 게 진정한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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