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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 '공무원 총살' 북한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요구하라
 
2020-10-05 14:49:35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임무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것을 기대하기에 국민은 병역 의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막대한 국방 예산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것 같다.


9월 22일 9시 40분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던 국민 중 한 사람이 북한군에 의하여 무참하게 총살당하였고, 시신은 소각당하였다. 천인공노할 사태로서, 온 국민이 격분하는 것은 당연하다. 표류하는 남한 국민이면 구조하여 송환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해왔는데, 북한은 전대비문의 악행으로 화답한 셈이다. 통일전선부에서 통지문을 보내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김정은의 마음을 표시했다고 하지만, 이것으로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고, 이것을 받았다고 하여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덮을 수는 없다.

국가의 가장 근본적 임무는 국민 보호

말할 필요도 없이 국가와 정부의 가장 원초적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것을 기대하기에 국민들은 병역의 의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국방을 위하여 사용되는 막대한 예산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것 같다. 국민 중 한 사람이 차가운 서해 바다에서 무참하게 살해되었음에도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하지도 않았고, 대통령은 아카펠라 공연 참관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수십시간이 지나서야 영혼없는 유감 표명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국군통수권자가 국민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국민은 누굴 믿고 잠을 자나? 야당에서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하는 이유이다.

"유토피아(Utopia)"는 '이상향'이라고 표현되는만큼 평화와 번영만 존재하는 국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토마스 모어(Thomas More)가 그리고 있는 모습은 예상과 전혀 다르다. 유토피아 국민들은 전쟁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적과 싸울 때는 처절하게 싸운다. 남녀 불문 군사훈련을 받고, 승리를 위하여 필요하다면 용병(傭兵)도 사용하고, 적장을 매수하기까지 한다. 국민 중 한 명이 외국에 의하여 살해되면 바로 선전포고하도록 되어 있다. 국가가 존재하는 근본 이유는 국민의 보호이고, 이렇게 단호하게 조치해야 다른 국가들이 유토피아 국민을 함부로 상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토피아에 나타나있는 자국민 보호의 절대성은 현재의 서양국가들이 보편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면 위험한 군사작전도 감행하고, 자국민을 해치는 조직이나 인사는 끝까지 추적하여 책임을 묻는다. 어떤 경우에는 국민 한 명을 구출하기 위하여 수명의 군인이 희생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국민을 보호하기에 그들은 선진국 국민으로서의 높은 자긍심을 갖고, 국가를 위하여 충성한다. 위험에 처해도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구조할 것을 알고 기대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군에게 발견되었다는 것도 알았고, 총살당하기까지의 6시간 동안의 행적을 모니터하고 있으면서도 그를 구출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구출을 위한 논의 자체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미안하다는 통지문을 보냈다면서 모든 일을 덮자고 한다.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으니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자고 한다. 정말, 그래도 되는가?

철저한 대비로 북핵 두려움부터 벗어나야

상식을 가진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 정부의 굴종적인 대북 자세의 원인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학창시절 잘못 배운 주체사상의 영향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북한에게 약점을 잡힌 사람이 있다고도 하며, 어떤 사람은 북한의 간첩이 암암리에 포함되어 친북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어느 것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모든 추측은 그것이 아니고서는 북한에 대한 현 정부 및 현 정부인사들의 특이한 태도와 자세를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애써 이해하는 측면에서 필자가 생각한 그나마 합리적인 이유의 하나는 북핵에 대한 일부 정부 인사, 일부 좌파인사들의 극심한 두려움이 이러한 굴종적 대북 자세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북핵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핵에 대한 고도의 공포심을 갖고 있고, 따라서 북한의 핵공격을 피할 수 있다면 어떤 굴종적인 정책이나 태도도 합리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이미 마음의 반 이상은 북한에게 항복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은 겉으로는 북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말한다. 결국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하거나 최소한 같은 민족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북한이라면 핵전쟁을 감행해서라도 남한을 병합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을 일부 접촉해서 알게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어떻게든 북한의 환심을 사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공격을 막으려면 우리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하든가 아니면 동맹국인 미국의 대규모 핵보복에 의존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이 중 어느 것도 추진할 생각이 없다. 최소한 한미동맹만 적극적으로 강화한다면 북핵 위협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을 것인데, 현 정부는 그것은 결사적으로 기피하고 있다. 그래 놓고, 북한에게 굴종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그들의 대북정책을 스스로에게나 다른 인사들에게 정당화하는 것이다.


정부에게 부탁하고자 한다. 북핵을 막을 방법은 적지 않다.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에 전진배치해달라고 요구하라. 미국의 전략잠수함이 동해에서 24시간 활동하도록 요구하고, 그 비용을 부담하라. 그것도 안되면 핵무기 개발을 위한 잠재력을 점검하고, 필요시 즉각 개발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라. 북핵의 두려움에 떨지말고, 적극적인 북핵 대비에 나서라. G-20국가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군비경쟁 또는 핵경쟁에 나서라. 그런 상태에서 북한에게 당당하게 맞서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라.

북한에게 요구하라

정부는 통일전선부에서 보낸 통지문에 감격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만행에 대하여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해야 한다. 진상을 밝히고, 문책해야할 대상이 있으면 문책하고, 보상해야할 것이 있으면 보상을 하는 것이 사과지, "미안하다"고 말만 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첫째, 정부는 북한에게 공무원의 총살 행위가 어떤 환경에서 누가 어떻게 자행했는지를 6하원칙에 의하여 답변하도록 북한에게 요구하라. 표류하는 우리 공무원에게 물이라도 한 모금 권했는지, 그가 정말 월북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는지, 하루 이상을 표류하여 지쳤을 그가 어떤 적대적 행동을 했다는 것인지, 정말 부유물만 소각했는지 아니면 시체도 소각했는지, 왜 그를 구조하여 남한으로 인계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누가 총살 및 소각에 대한 명령을 내렸는지에 대한 자세한 답변을 요구하라.

둘째, 진상이 규명되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총살과 소각의 명령을 내린 자는 처벌되어야할 것 아닌가? 그렇지 않은 채 말로만 미안하다는 것은 진정한 사과라고 볼 수 없다.

셋째, 북한에게 이러한 사태가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표류하는 남한 국민을 발견할 경우 우리에게 통보해주고, 구조 및 보호하며, 우리가 그러했듯이 남한으로 송환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도 응분의 보복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국제사회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말하라.

정부도 반성하라

동시에 정부가 이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반성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야 한다.

첫째, 북한군에게 발견되어 총살당하기까지의 6시간 동안을 지켜보면서 왜 군은 구조 조치를 전혀 강구하지 않았는지를 따져서 문책해야 한다. 비록 군사비밀에 해당되는 사항이더라도 분명하게 밝혀서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군이 적극적인 구조에 나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월북으로 판단한 근거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가 시행되어야할 것이다.

둘째,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하여 발견 및 총살되는 동안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는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살펴보고, 잘못이 있으면 문책해야 한다.대통령이 22일 오후 6시30분 공무원의 총살에 대한 첫 서면보고를 받은 이후부터 47시간 이후 한 차례 성명을 발표한 후 대통령은 계속 침묵하였다. 북한에 대한 경고 한마디 없었다. 이러고도 국군통수권자이고, 국가의 원수라고 할 수 있는가? 세월호가 침몰하였을 때 청와대가 잘못 대처하였다고 하여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하였다. 이번에도 그 정도의 강도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셋째, 사과의 통지문을 받은 과정에 대해서도 면밀한 설명이 필요하다. 북한이 자발적으로 보낸 것인지, 우리 정부가 요청한 것인지, 어떤 경로를 통하여 어떤 방법으로 받았는지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위법 사항이 있으면 처벌해야 한다. 왜 사과문에 남한 표현이 많이 들어가 있고, 처음 낭독한 것과 나중에 청와대에 탑재되어 있는 것과 차이가 있는 지를 설명해야 한다. 나아가 사후에 통지문을 받을 수 있었던 정부가 공무원이 총살당하기 전에 왜 구조와 송환을 북한에게 요구하지 않았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국민이 달라지자

이 글을 쓰면서도 필자는 위에서 제시한 사항 중에서 현 정부가 실천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현 정부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교정한 적이 없고, 북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이 나서야 한다. 국민이 격양된 여론을 모아서 청와대를 압박해야 한다. 다음을 당부드리고 싶다.

"국민 여러분! 아무리 생업에 바쁘고, 당장의 평온함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차가운 서해의 바다에서 북한군의 총을 맞고 쓰러져 불태움까지 당한 그 공무원이 나일 수도 있고, 내 아들일 수도 있고, 내 친척일 수도 있습니다. 침묵은 현 정부의 정책을 묵인하는 것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나서서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하여 질책해야 한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의 약속이 없을 경우 북한의 사과를 수용할 수 없고, 동일민족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정부가 공무원이 총살당하기 전 6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데 대하여 분개해야 한다. '미안하다'는 통지문을 받고 나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덮으려는 정부를 규탄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무조건적으로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소위 '대깨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리라. 부탁드린다. 그 공무원이 바로 당신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달라. 당신이 차가운 서해 바다에서 6시간 동안 위협당하다가 결국 총살 및 소각당했다면 미안하다는 통지문으로 넘어가려는 북한과 정부에게 분노하지 않겠는가? 당신이 어떤 연유로 위험에 처했을 때 현 정부는 지금처럼 무심할 수 있다. 잘하는 것은 칭찬하되 못하는 것은 나무라야 정부가 바른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고, 그래야 나중에 훌륭한 정부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필자를 포함하여 우리 국민 모두는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존하다가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날이 가까워지기를 염원한다. 그러나 북한에게 아무런 항의도 못하는 굴종으로 평화를 살 수도 없지만, 그러한 방식을 지지할 수는 없다. 북한에게 할 말을 하는 정부, 대통령을 바란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 수준이고, G-20에 속하는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못살고, 가장 비민주적인 북한에게 왜 평화를 구걸하고 있는가? 제발 대통령과 정부는 북한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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