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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한국은 아직 미국의 동맹국인가
 
2020-09-15 16:02:22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화정 시대의 로마는 팽창 과정에서 수많은 국가와 전쟁을 치렀다. 로마가 전쟁에서 승리했을 때 패전국에 요구한 것은 영토 할양도, 보복도, 배상금도 아니었다. 단지 로마와의 동맹조약 체결뿐이었다. 조약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로마연합이 전쟁에 처하면 병력을 일부 제공하고, 로마의 다른 동맹국을 침략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전부였다. 로마는 이처럼 패전국에 너그러웠고 이는 '팍스 로마나'의 중요한 토대였다. 그러나 동맹조약을 체결한 패전국이 약속을 어기고 로마 또는 그 동맹국을 침공할 경우 로마는 영토 합병 등 가혹한 처벌을 가했다. 전쟁을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권리이나 약속을 어긴 국가는 보호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맹조약이란 전쟁이 났을 때 같은 편에 서서 상대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국가 간의 성스러운 약속이다. 동맹조약은 전쟁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거기에 중립주의나 '균형 외교' 같은 것이 설 땅은 없다. 평화를 위한 중재는 중립국이 할 일이지 동맹국이 할 일은 아니다. '평화동맹'이라는 말도 무지하고 공허한 탁상공론일 뿐이다. 역사상 동맹의 서약을 배신한 나라들도 간혹 있었다. 이탈리아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오스트리아와 더불어 삼국동맹의 일원이었으나 막상 전쟁이 임박하자 동맹에서 이탈해 연합국에 가담했다.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독일, 일본과 더불어 삼국동맹의 일원이었으나 전황이 악화하자 동맹에서 이탈했다. 이탈리아는 그 대가로 전승국 반열에 올라 영토를 일부 확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그 배신의 역사를 길이 기억하고 있다.


"(전략)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하고 공통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 이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핵심 조항이다. 한미동맹과 대치하는 북ㆍ중동맹조약의 문구는 훨씬 강하다. "체약 일방이 (중략)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체약 상대국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 없이 군사 원조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이에 따르면 한국전쟁 재발 시 미국과 중국은 각각 한국과 북한에 군사 지원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만일 미ㆍ중 간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한국과 북한은 각각 미국과 중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동맹 관계다. 중립 표방은 동맹의 배신을 뜻할 뿐이다.



미ㆍ중 패권 싸움이 격화하는 와중에 한국의 노골적 반미친중 정책으로 한미동맹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그 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얄팍한 립 서비스나 공허한 외교적 수사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금 미ㆍ중 간에는 패권 경쟁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외교적, 군사적 각축전이 치열하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화웨이 문제, 홍콩 사태, 중국 인권 문제, 중거리미사일 배치, 대북 제재 이행, 한ㆍ미ㆍ일 삼각 안보협력,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그리고 미국 주도로 창설 중인 인도태평양 방위협력체 '쿼드(QUAD)' 그룹과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 문제 등 민감한 대형 현안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은 이 모든 현안에 있어 거의 전적으로 중국과 입장을 함께하고 있다. 가히 한미동맹은 물론 북ㆍ중동맹마저 능가할 만한 철혈동맹의 양상이다. 반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본, 호주를 포함한 미국의 여타 동맹국은 거의 예외 없이 미국과 행동을 함께한다.


한국은 아직 미국의 동맹국인가? 만일 한미동맹을 버리고 한중동맹으로 갈아타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내밀한 복안이 아니라면, 그들이 선호하는 '균형외교'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또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최근 주미대사의 발언을 감안하더라도, 친중 일변도의 외교안보 정책은 변경돼야 마땅할 것이다.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라는 외교부 차관의 최근 방미 발언이 미국에 대한 형식적 립 서비스 이상의 의미로 인식되기를 원한다면, 정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동맹의지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대사·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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