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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트럼프, 바이든 아닌 反트럼프와 대결… ‘현직 프리미엄’으로 승부수
 
2020-09-02 10:23:31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美 대선 깊이 보기

트럼프, 불리한 업적 평가 아닌 재선에 유리한‘대통령 vs 도전자’구도 노려… 바이든은 현재 심판구도 계속 유지할듯

TV토론·‘10월 깜짝 이벤트’등 판도 가를 변수 수두룩… 경제 회복 여부·독특한 선거제도 탓 섣부른 예측 어려워

최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개최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데 이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장일치로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이로써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 본 게임의 막이 올랐다. 현재 바이든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게 적지 않은 격차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 대선, 특히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서 현직 프리미엄은 선거 과정과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TV 공개토론, 경제 회복 여부 등 대선 승리를 속단할 수 없게 하는 변수들 또한 적지 않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트럼프의 열세

두 전당대회의 양상에서 볼 수 있듯이 바이든은 대중 앞 공개를 최소화했고 트럼프는 최대화했다. 어떤 면에서 이번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 바이든’의 대결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 나아가 ‘굿(good) 트럼프 대 배드(bad) 트럼프’의 대결로 보인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고위인사들까지 대거 포함된 반 트럼프 진영은 ‘분열적이고 인종차별적이고 거짓말을 일삼는’ 트럼프의 재선을 저지하고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 운집한 ‘십자군 기사단’과도 같은 양상이다.

선거를 2개월 남짓 남겨둔 지난 주말 현재 트럼프는 바이든에 비해 6∼10%포인트 열세에 놓여 있다(그래프 참조). 공화·민주 양당의 전당대회 이후 지지도 격차가 다소 줄고 있고, 2016년 대선 때와 같은 ‘샤이 트럼퍼’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아직은 트럼프가 극복하기에 결코 적지 않은 격차다. 물론 선거 직전까지 열세였다가 막상 실제 선거에서 뒤집은 사례도 있다. 1948년 해리 트루먼이 선거 직전 6%포인트 열세였지만 실제로는 5%포인트 우세로 당선됐던 게 그렇다.

복잡한 미 선거제도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대선은 사실상 ‘주(州)’ 간의 표 대결 성격이 짙기 때문에 유권자 전체 기준으로는 더 많은 표를 얻었더라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밀려 떨어진 후보들이 더러 있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vs 트럼프)과 2000년 대선의 앨 고어(vs 조지 부시)가 그 경우였고, 이들 케이스를 포함해 5번의 사례가 있다.

◇트럼프, 바이든 아닌 자신과의 대결

미국 대선의 역사를 보면 트럼프 직전까지 대통령을 지낸 3명이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빌 클린턴(민주)-조지 부시(공화)-버락 오바마(민주)가 8년 임기를 채워 24년간 ‘현직 불패의 신화’를 썼다. 이는 미국에서 토머스 제퍼슨-제임스 매디슨-제임스 먼로 등이 1801년부터 1824년까지 3연속 재선에 성공한 후 처음이다.

이 같은 불패의 신화는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가능한 일이었다. 클린턴(1996년 vs 밥 돌), 부시(2004년 vs 존 케리), 오바마(2012년 vs 밋 롬니) 모두 미디어 환경 등 대통령 프리미엄을 활용해 상대 당 후보가 프라이머리를 통해 부상할 때부터 눌러 앉혔다. 민주주의 교과서에는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 그 업적에 대한 ‘회고적 투표 = 심판선거’가 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이냐, (지질한) 도전자냐’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 활용이 어려워졌다. 공세 본격화 적기인 올봄에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기 때문이다. 미국정치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위기관리가 제대로 안 돼 트럼프의 리더십이 흔들린 데다 경제까지 엉망이 됐고, 따라서 ‘트럼프 대 (지질한)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 대 (지질한) 트럼프’의 심판선거가 됐다. 현직 대통령에게 가장 불리한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선거는 ‘기대(expectation)의 싸움’이다.(서정건 경희대 교수) 즉 민주당은 바이든에 대한 대중적 기대치가 높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바이든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트럼프를 쫓아내는 선거’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강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남은 두 달 동안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해 대선을 ‘트럼프 대 바이든’ 간의 선택 구도로 몰고 가려 하겠지만, 바이든은 공개 등장을 최소화하면서 ‘트럼프 대 트럼프’의 심판선거 구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대선 판도 가름할 변수들

대선 날짜가 다가올수록 현직 프리미엄을 구사하는 트럼프가 바이든과의 지지도 격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남은 기간 발생할 변수들이다. 첫째 변수는 바이든 자신이다. 현재의 바이든 우세는 그 자신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반 트럼프 정서의 결집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 측은 그간 선거운동 과정에서 바이든을 가급적 ‘눈에 띄지 않게’ 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고, 전당대회에서도 오직 한 번의 후보수락 연설에 등장시켰을 뿐이다. 이제 전당대회도 끝났으니 거의 보기 어렵게 된 바이든 후보의 지지도는 내려갈 일만 남았는지도 모른다. 반면 트럼프 지지도는 코로나 사태와 경제침체로 야기된 저점을 최근 통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둘째 변수는 미국 선거전의 최대 백미인 TV 공개토론이다. 나이로 따지자면 77세의 바이든이나 74세의 트럼프나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으나, 바이든은 엉뚱한 말실수가 유난히 잦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까지 있다. 트럼프는 TV토론에서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해 친중국 활동 경력이 있는 고령의 ‘ 졸린 조(Sleepy Joe)’의 실수를 유도하고 그가 미·중 경쟁과 코로나19 퇴치라는 미국의 운명을 건 임무들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전망이다. 통상 3차례에 걸쳐 실시하는 TV토론에서 바이든의 결정적 실언이 발생한다면 대선 판도에 큰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

셋째 변수는 경제 회복 여부다. 이는 코로나 극복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실제 코로나 사태 전만 해도 사상 최장 호황과 반세기 만의 최저 실업률이 이어지면서 트럼프의 재선이 유력시됐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가 트럼프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그 연장에서 넷째 변수는 트럼프가 준비 중인 10월의 깜짝쇼, 이른바 ‘ 옥토버 서프라이즈 ’다. 그것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 기소’일 수도 있고, ‘코로나 백신 개발’일 수도 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가진 트럼프가 대선의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상상 초월의 국가안보 이벤트를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김정은과의 백악관 로즈가든에서의 공동 합의문 깜짝 발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무력 충돌 같은 것도 시나리오로 나돈다.

◇‘스윙 스테이트’의 동향

이런 변수와 상황을 감안할 때, 최소한 10월 말 TV토론이 종료될 때까지는 미 대선 결과를 예단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만일 현재의 선거 판세에 변화가 초래된다면, 그 조짐은 무엇보다도 매번 선거의 향방을 갈라온 6개 경합주 즉 ‘스윙 스테이트’에서 먼저 가시화할 전망이다. 북부의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남부의 플로리다(29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그리고 서부의 애리조나(11명) 등이 그들 지역이다. 여기에 총 101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가 분명했던 이들 6개 주를 대선에서 모두 석권했었다. 현재도 모든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가 우세하다.

전 북핵 대사·외교부 차관보


■ 세줄 요약

바이든 우세의 여론조사 :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 바이든’의 대결이 아닌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 나아가 ‘굿(good) 트럼프 대 배드(bad) 트럼프’의 대결로 나타남. 현재 트럼프는 ‘샤이 트럼퍼’의 존재를 감안해도 바이든에 비해 적지 않은 열세를 보임.

트럼프, 바이든 없는 싸움 : 클린턴-부시-오바마는 ‘재선 불패의 신화’를 쌓음. 하지만 트럼프는 코로나19로 리더십이 상처받고 경제까지 엉망이 돼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하기 어려움. ‘트럼프 대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 대 反트럼프’의 심판선거를 치르는 것.

대선 판도 뒤집을 변수들 : 선거전의 최대 백미인 TV 공개토론과 경제 회복 여부, 트럼프의 ‘옥토버 서프라이즈’ 등이 변수로 꼽힘. 이 중 일부는 대선의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 정확한 판세는 10월 말 TV토론 후 6개 ‘스윙 스테이트’에서 드러날 것.


■ 용어 설명

‘옥토버 서프라이즈’란 역대 미국 대선(11월)에 앞서 10월에 내놓아 선거 판도를 바꾸는 깜짝 쇼 같은 것.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백신 개발’이란 일반적 관측을 뛰어넘는 이벤트를 준비한다는 관측이 나옴.

‘졸린 조(Sleepy Joe)’는 트럼프가 바이든에 대해 “그를 보고 있으면 잠이 온다”며 붙인 말.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적 낙인찍기로 ‘부패한 조(Corrupt Joe)’ 등과 함께 동원한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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