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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부동산 대책과 아파트라는 욕망
 
2020-07-23 15:17:11

◆ 한반도선진화재단의 후원회원이신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의 매일경제 칼럼입니다.


1969년 남산 1호 터널을 뚫을 때 전국에서 모인 유생이 조선시대 복장을 하고 현장 앞에서 시위를 했다. 사람으로 치면 뇌에 해당하는 남산을 뚫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백두산 정기가 흐르는 백두대간의 허리를 자를 때도 반대가 심했다. 토목기술인도 산을 깎고 터널을 뚫을 때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수억 년에 걸쳐 자리 잡은 자연을 파괴하는 데 대한 두려움과 죄스러움도 있다. 그래서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산신령의 노여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고사를 지냈다. 올해 하반기부터 3기 신도시 등 토지보상금 50조원이 풀려 나가고 한국판 뉴딜 등이 벌어지게 생겼는데, `그린벨트가 풀린다`는 소문에 아파트 가격이 단숨에 2억원이 오른 동네도 있고 땅을 사서 쪼개 파는 부동산도 나타났다. 지금 시중에는 부동자금 1100조원이 광풍처럼 부동산과 증권시장을 오가며 온탕 냉탕을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약발이 안 먹히는 건 인간의 본능을 제도라는 틀로 누르려 하기 때문이다. 본성은 착하지만 탐욕적인 본능을 피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겸허히 받아들여 균형과 조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예로부터 권선징악형의 얘기에서 법률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탐욕을 억제하고 더불어 살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그린벨트는 20세기 초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제도는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므로 지금도 찬반이 맞선다. 1980년대 영국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했던 친구가 "도시계획은 사회주의적 개념이고, 정권이 바뀌면 그린벨트는 계속 풀리게 된다"고 했는데, 새삼 지금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자본주의 종주국인 영국과 한국 외에는 제대로 채택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

유엔에서 채택한 `지속가능한 개발(ESSD)`은 자연을 정복하려 하지 말고 자연과 더불어 살자는 것이다. 다이너마이트와 포클레인은 우리의 삶에 큰 기여를 해왔지만 자연의 섭리를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이미 손댄 땅부터 알뜰하게 쓰라고 할 것이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 때문에 심각한 위기인 것도 생태적 관점에서 보면 자연의 경고라는 생각도 든다.

서울 강남 집값을 잡느라 7·10 부동산 대책까지 오는 데도 한참을 돌아왔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재개발·재건축을 피하려다 그린벨트 푼다는 데까지 생각이 나왔다. 그런데 어느 특정 지역을 골라 풀면 그동안 제약을 참아오던 다른 땅 주인들은 가만히 있을까. 그래서 국방부 땅이 낙점된 모양이다. 땅의 소유자가 국방부든 개인이든 그건 인간들이 설정한 구분일 뿐, 자연 입장에서는 그냥 땅이다. 사람의 법이 아니라 하늘의 법이 작동하는 생태계의 문제로 봐야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답이 나온다. 많은 논란을 남긴 끝에 문재인정부가 지난 20일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부동산을 잡기 위해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대부분 전문가들은 지금의 시장 위기를 해결할 방법으로 재개발·재건축뿐이라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수요는 거기에 있다는 매우 단순한 진실 때문이다. 가진 자들을 더 갖게 만들어줄 수 없다는 공약을 지키려다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섭리를 거스르는 더 큰 악업을 지을 수 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부터 풀고 그래도 집값이 안 잡히면 그때 가서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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