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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금의 추억, 재현되나?
 
2020-07-13 14:14:13

◆ 조영기 국민대학교 초빙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북한은 김정은-김여정 남매정치로 한국을 농락했다. 오빠는 굿 캅(good cop), 여동생은 배드 캅(bad cop)으로 역할을 분담한 남매정치의 전술은 강온 양면전략이었다.



김여정의 담화(6.4)가 대북전단을 핑계 삼은 강공이 시발이었다. ‘개성공단 폐쇄 및 금강산 시설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군사합의서 폐기’ 등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굴종(屈從)을 강요했다. 담화 4시간 만에 정부 여당은 ‘대북전단금지법 입법’, ‘관련 탈북단체 고발’, ‘접경지역 대북전단 살포자 현행범 체포’ 등의 설익은 정책을 쏟아냈다. 전단금지의 바람몰이에는 국가의 자존심과 국민의 자긍심은 사라졌고, 자유와 이성이 발붙일 공간도 없었다. 오직 북한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형국이었다. 이런 정부의 굴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노골적 공세는 폭주기관차의 모습이었다. 대남사업을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6.9)하더니,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대남군사행동 전개(6.16)로 인해 긴장수위는 최고조로 높아졌다.


이런 최고조의 긴장수위는 김정은의 ‘대남군사행동 계획보류’ 지시(6.24)로 유화모드로 급반전했다. 유화모드로의 전환은 농번기 군인력 동원 애로, 군대 내 코로나19 전파 우려 등으로 인해 강대강 대치 여력이 소진된 현실적 진단도 한몫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금년 1월 국경봉쇄 조치 때문에 점증하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막을 파이프라인 구축의 시급성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였다. ‘군사행동 계획보류’ 이후 북한 논조는 민족공조에 철저하지 않은 한국에 대한 무언의 압력과 미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속내가 숨겨져 있다.



지난 3일 정부의 대북·안보라인 교체가 민족공조 압박에 대한 화답(?)이라는 평가다. 이들의 면면은 대부분 북한 친화적 민족공조의 자주파이거나 유화파이다. 그래서 이번 교체는 ‘친미사대’의 종속에서 벗어나 민족공조로 나아가겠다는 정권 차원의 의지로도 읽힌다. 결국 국제공조의 경제제재의 벽을 민족공조로 돌파하겠다는 속내다. 그러나 북한의 민족은 주권부재(主權不在)의 민족이고, 한국의 민족은 주권재민(主權在民)의 민족이라는 점이 차이다. 이처럼 매우 다른 의미의 민족을 두고 민족공조 운운은 희망사항이며, 이를 무시한다면 올바른 민족공조의 틀을 세울 수 없다.


또한 이번 교체를 보면서 대북송금이 추억이 다시 실현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다. 20년 전 불법 송금의 주역이 다시 등장했고,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은 대북송금이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한 점 때문이다. 물론 20년 전과 비교하면 세컨더리 보이콧 등 촘촘한 제재망이 있어 불법송금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대북·안보부서의 막대한 특활자금이 암호화폐의 형태로 불법 송금될 개연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투명성이 결여된 ‘6·15 선언’의 수명은 거리 길지 않았다. 선언 직후 평화의 문이 활짝 열렸다는 초반의 정치적 수사는 2002년 2차 북핵 위기로 좌초되었다. 즉 ‘6·15 선언’의 평화는 사라졌지만 민족공조의 연방제 통일은 북한의 선전선동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즉 ‘6·15 선언’ 이후 한반도 평화는 북핵 위협으로 훨씬 허약해졌고, 북한의 개혁과 개방은 체제유지 위협요인으로 인식돼 한걸음도 진전되지 못했다. 이런 ‘6·15 선언’의 민낯의 실상을 외면한 채 제2의 ‘6·15 선언’을 기획하는 것은 잘못된 전철만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대북정책에서 새로운 실질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경제제제와 북중 국경봉쇄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라는 진단이다. 최근 북한이 평양주민 생활보장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도 위기의 징후들이다. 경제위기는 사회변동의 동인으로 작동한 사실은 역사의 교훈이다. 이는 북한도 예외일 수 없다. 결국 북한경제 위기를 북한 사회변동의 동인으로 작동하게 할 것인가는 우리의 정책방향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지금은 섣부른 민족공조에 기반한 대북정책에 의존하는 패착을 반복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북한사회변동의 동인될 수 있도록 대북정책의 방향 전환할 시점이다. 정부의 인식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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