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자유주의는 민주주의적 가치와 질서가 최선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현실에는 다양한 민주주의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민본적(民本的) 민주주의(民主主義)]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여기서 민본(民本)이란 국민의 권익(권리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국민권익 실현을 기본목표로 함을?의미합니다.

 오늘날 다양한 민주주의가 있지만 오늘의 민주주의가 과연 국민의 권익을 우선하는가? 아니면 정치인들의 사익이나 정당들의 당리당략을 우선하는가? 하고 물어본다면 답은 분명합니다. 명분은 국민 이익을 내세우지만 내용은 정치지도자의 사익이나, 정당의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민주주의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자유주의자는 민주주의이면 충분하지 무슨 다른 것이 필요한가? 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선거를 통하여 지도자를 뽑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선거민주주의이지요. 그러한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아주 바람직한 제도입니다. 과거에 세습을 통한 군주제보다는 국민들이 대표를 직접 뽑는다는 것은 크게 진일보한 민주적 제도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민주적 선거를 통하여 뽑힌 정치지도자가 과연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최선을 다 하는가? 아니면 자기들의 사익이나 당리당략을 우선하는가? 라고 물으면 그 답은 많은 경우 부정적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의 민주선거제도가 과연 최선의 지도자?그 사회에서 가장 유능하고 유덕(宥德)한 지도자?들을 뽑아내고 있는가? 하면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인기영합적 지도자도 많고 이익집단과 담합하는 지도자도 많지 않습니까? 포퓰리즘 정치, 이미지 정치, 미디어 정치가 너무 과도하지 않습니까? 오늘의 선거가 무엇이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국가전략이고 국가정책인지를 놓고 진정성 있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장(場)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이미지 선전기술과 미디어 선전기술이 경쟁하는?정책내용과는 관계가 없는?선거공학이 경쟁하는 장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공동체자유주의는 공동체적 가치를 소중히 하는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즉 국민의 권익을 우선하는 민주주의, 즉 [민본적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선거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말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유능하고 유덕한 지도자들이 뽑힐 수 있는 제도?정당제도, 공천제도, 선거제도 등?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유능하고 유덕한 지도자를 뽑으려면 유권자들의 민주시민의식이 높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어떠한 시민교육제도를 준비해야 하는가? 더 나아가 그렇게 뽑힌 유능하고 유덕한 인사들이, 국민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려면 어떠한 제도?예컨대 어떠한 의회제도, 감사제도, 권력구조 등?가 필요한가? 등에 대하여 끊임없이 연구하고 보다 나은 제도설계 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동시에 공동체자유주의는 유덕하고 유능한 정치지도자의 양성문제에 대하여도 깊이 고민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군주제하에서는 훌륭한 군주(明君)를 만들기 위하여, 어려서 시작하는 세자(世子)교육부터 신하들이 임금을 가르치는 경연(經筵)제도 등 다양한 제도적 노력이 있었습니다. 또한 훌륭한 관리(賢臣)들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많았습니다. 공직을 맡을 선비들에게는 철저한 자기수양(修己)과 국가경영(治人)의 도(道)를 미리 배우고 실천할 것을 요구하여 왔습니다.

 오히려 요즈음 민주주의 하에서 정치지도자들의 자질과 능력, 인품과 소양을 높이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이 적어졌습니다. 이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동체자유주의는 정당제도, 공천제도, 선거제도, 국회제도, 유권자 민주시민교육뿐 아니라, 정치지도자의 교육과 훈련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대단히 큽니다. 어떻게 하여 국민 모두의 이익과 국가공동체 전체의 이익이 우선되는 민주주의, 즉 [민본적 민주주의]를 만들 것인가? 이것이 공동체자유주의자들의 정치적 화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