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공동체적 존재이면서 또한 형성적(形成的)이고 변화적(變化的)인 존재입니다. 생성?변화하고 진화?발전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공간적으로는 가족?국가공동체적 존재이고, 우주?자연공동체적 존재이지만, 시간적으로는 역사?문화공동체적 존재입니다. 역사?문화공동체를 줄여서 역사공동체라고 한다면 그래서 인간을 역사공동체적 존재라고 한다면, 그 의미는 인간은 역사 속에서 시간을 축(軸)으로 하여 전후(前後)가 연결된 존재공동체라는 인식입니다.

인간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조상님들과 부모님들의 은혜와 기도 속에서 태어납니다. 그리고 자식과 후손들에게 사랑과 축복을 베풀면서 살아갑니다. 이렇게 시간적?역사적 관계망 속에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가치와 의미도 사실은 이러한 시간적?역사적 관계망을 떠나서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산(西山)대사께서는 “한 밤중에 눈이 쌓인 산길을 가도 오랑캐처럼 지그재그로 걷지 말고, 똑 바로 걸어야 한다. 뒤에 오는 누군가가 혹시 길을 잃고 내 발자국을 보면서 길을 찾으려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라는 시를 쓰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역사의식입니다. 역사를 소중히 하는 올바른 역사공동체 의식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소중히 하여야 합니다. 역사를 긍정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올바른 역사의식이 있을 때 인간은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올바로 파악하고, 자신이라는 존재를 더욱 소중히 하고 자긍(自肯)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인격완성과 공동체완성에 더욱 노력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흔히 이야기 하는 국가공동체에 대한 사랑 즉 ‘나라사랑’은 어디서 올까요? 그것은 자기나라 역사에 대한 자긍심, 자기나라는 훌륭한 나라라는 자부심에서 [나라사랑]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자기나라 역사를 건강한 비판을 넘어 무조건 학대하고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역사적 존재로서의 자기를 스스로 부정하고 학대 하는 것일 뿐 아니라?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일 뿐 아니라?국가공동체에 대한 사랑 즉 ‘나라사랑’의 기반을 파괴하는 행위가 됩니다.

그래서 공동체자유주의는 [역사사랑]이라는 가치를 특히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역사를 사랑해야 역사공동체적 존재로서의 개인의 가치와 의미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자기가 속한 국가공동체에 대한 존중과 사랑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 역사에나 명(明)과 암(暗)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에도 부끄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러나 크게 보아 대한민국의 역사는 대성공과 대승리의 역사입니다. 1963년 일인당 소득 100불이던 대한민국이 1995년 1만불을 이루어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인류 역사상 어느 나라, 어느 시대도 그러한 고도 압축의 경제도약을 이룩한 역사가 없었습니다. 산업화의 성공을 배경으로 하여 우리는 압축적 민주화까지 이루어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여 21세기 당당한 중진국 선두주자가 되었고 이제 우리는 명실 공히 세계일등 국가가 되는, 세계중심 국가가 되는 선진화와 한반도 통일을 향하여 뛰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사회 일각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한 건강한 비판을 넘어 근현대사 모두를 부정하고 학대하고 폄하하는 경향이 적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정의가 실패한 나라라든가 민족반역자가 세운 나라라든가 하는 식입니다. 이것은 물론 사실(史實)이 아닐 뿐 아니라 크게 잘못된 태도입니다. 자신의 역사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역사를 부정하고 학대하면 이것은 곧 자기를 부정하고 학대하는 것이 되고, 동시에 자기가 속한 국가공동체의 가치를 부정하고 학대한 것도 됩니다.

지속적으로 지적하지만 인간은 시간적?공간적으로 관계적인 존재인데, 그 관계를 부정하고 폄하하면 인간존재성의 큰 부분이 파괴되어 나갑니다. 그래서 역사공동체나 국가공동체에 대한 일방적 비판과 파괴적 부정은 그 공동체 구성원의 개개인의 인간적 삶을 황폐화하고 파편화하고 나아가 사막화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국가공동체, 역사공동체 등을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 즉 공동체자유주의를 주장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