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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사상 및 철학정립을 위한 인터뷰 6) 송 복 교수 (연세대 명예교수)
 
2008-06-24 09:16:52


선진화 사상 및 철학정립을 위한 인터뷰 6

 -송  복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자문위원 / 연세대 명예교수- 

  

 
1. 우리나라가 선진화하기 위하여 고쳐야 하 부문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선진국의 개념은 경제적, 정치적, 문화사회적 측면의 3가지 부문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는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서고 산업구조 등을 보았을 때 선진국 단계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물질적 발전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이다. 정치부문으로 볼 때도 정권의 변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일부 정치인의 금전적 문제는 있으나 이제는 깨끗한 선거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점을 볼 때 선진국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미흡한 분야는 사회문화적 분야이다.

  문화지체이론(cultural lag theory)에 의하면 물질적인 것이 먼저 발전하고 비물질적인 부문이 뒤 따른다. 정치적인 것이 앞서고 사회문화적 요소가 가장 늦다. 선진국이라면 경제적, 정치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부문의 성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인 것도 중요하다. ‘인빈지단(人貧智短)’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가난하면 지식도 모자라고 지혜도 모자라고 교양도 모자르게 된다는 뜻으로 가난이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가난을 극복했다. 맹자의 말 중 유행(流行)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 따라 바뀌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불역유행(不易流行)은 바뀌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진리이다.

  우리 역사상 가난을 벗어난 경우는 2번이다. 통일신라 이후 200년과  1960년대 경제개발 이후 현재이다. 조선 500년 동안은 가난했다. 이러다보니 학문, 생활수준 향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인빈(人貧)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상당수준의 지식과 슬기와 교양이 높아졌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미흡하다.

  사회문화적 수준에서 본 선진화란 계량적 비교 잣대는 없으나 감각적, 지식적 측면에서 ‘교양과 질서’ 수준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다. 8년 전에 아일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인구가 380만 명이지만 미국에 사는 아일랜드인은 4,000만 명이나 된다. 이렇듯 아일랜드는 살기 어렵고 유럽의 병자라는 나라로 알려진 나라이다. 이 나라가 산업화 단계를 넘어 IT강국이 되면서 지금은 영국보다 잘 살고 있다. 그렇다고 아일랜드가 선진국인가 하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아직 미움, 증오, 폭력, 갈등의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경제력은 낮으나 선진국이다. 교양과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질서는 남에 대한 배려이다. 남을 생각하고 남에게 폐해를 주지 않으려는 자세이다. 우리나라는 남에 대한 배려가 미흡하다. 일본이 선진사회라고 느껴지는 것은 남을 배려하고 특히 남에게 폐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자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교육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전철을 탓을 때 청소부가 성심성의껏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은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닌데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자세였다. 미국 유학시절에 버스를 타고 친구와 여행을 하는 중에 큰 소리로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이 때 옆 사람이 미소를 지으면서 조용히 해달라고 했다. 미국에서 버스 타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중하류층 사람들인데도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한다.
 
  교양이란 인문학적으로 보면 소양이다. 책 많이 읽고 체득한 사람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내가 보는 교양이란 부드러움 즉 유연(柔然)이다. 성급하지 않는 것, 경직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성급하고 굳으면 색란(色難)이 안 된다. 색란이란 논어에 나오는 구절로 얼굴색이 제대로 안 나온다는 뜻이다.  안색을 바로하기 어렵다는 것은 얼굴에 화기가 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을 의미한다. 얼굴에 즐겁고 깊은 빛이 돌아야 한다. 그러려면 유색(愉色)하여야 하고 완용(婉容)하여야 한다. 완용은 얼굴에 아름다움이 늘 돌아야 한다. 얼굴에 아름다움이 있고 미소가 있어야 한다. 시민들의 이런 얼굴이 선진국 모습이다.

  유연(柔然)해지려면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 자기 인격을 닦아야 한다. 교양의 다른 의미는 관용(寬容)이다. 관용은 남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것이 안 된다. 그래도 요즘은 옛날보다 관대해졌다. 거리에서 싸우는 사람이 없다. 싸워서 얘들 우는 소리도 드물다. 서애 유성룡 선생님은 한국 사람은 성질이 급하고 조급하지만 그러나 돌아서면 잃어버리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다툼이 우리 사회에서는 줄었다.
 
 
2. 금년은 건국 60년, 광복 60년 되는 해이다. 그 과정에서 상실한 것은 무엇이고 극복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요?

  우선 극복할 것은 민족주의이다. 민족은 잊어서도 안 되지만 여기에 매몰되어서도 안 된다. 이제는 이것을 초월해야 한다. 지난 10년 우리나라는 ‘민족공조’라는 이름으로 역사의 후퇴를 가져왔다.  2500년전 초왕이 사냥갔다가 애지중지하는 활을 잃어버렸는데 신하들이 애통해하자 초왕이 이르기를 초왕실굴 초인득지(礎王失弓 楚人得之) 즉 “내가 활을 잃었어도 초나라 사람이 얻었는데 무엇을 안타가워 한다”는 말을 했다. 이 말에 대해서 공자는 “왜 초자를 붙였느냐 초자를 떼거라. 사람이 주어가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얘기는 나라와 민족을 표시하는 것을 없애는 즉 민족주의를 극복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는 민족을 넘어 인류를 생각해야 한다. 베트남 사람, 필리핀 사람 모두 같은 사람이다. 민족은 하위개념이다. 이것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는 이미 다인종 다문화 사회이다. 유엔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남북통일을 위해서도 민족주의는 극복해야 한다. 먹고 먹히는 식의 민족주의를 강조하면 통일이 안 된다. 이것을 극복하거나 초월해야 한다. 
  계승・발전시켜야 할 것은 ‘개인주의’이다. 개인이득을 우선하는 개인주의와 전체적 이익을 우선하는 공공선과는 충돌이 일어난다. 수성귀하 인성귀리(水性歸下 人性歸利) 즉 물은 아래로 흐르고 인성은 이득을 쫒는다는 것은 순리이다.  개인주의와 공공선과의 가장 바람직한 관계는 상호 이익(win-win)하는 것이다. 위나라 동이전(東夷伝)을 보면 일본은 위 사람이 명령하면 복종하고 단합하고 집단에 순응하지만 조선인은 제 마음대로하고 윗사람 말도 잘 안 듣는다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지도자만 잘 만나면 불 일듯이 일어날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시대에는 이 유전인자를 100% 활용했다. 민주화 이후에는 이를 억눌렀다. 그러면서 활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 민족의 원형을 억제해서는 안 된다.

  아담스미스(Adam Smith)는 국가가 개인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영국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개인적이고 창조적이고 생산적이었다. 우리나라도 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자유를 주어야 한다. 교육이 중요한데 오히려 3불 정책이라고 해서 이를 억누르는 정책을 폈다. 무지한 것이다. 경제개발연대인 박정희 시대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정부에 갔지만 이제는 민간으로 간다. 교육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이 자기보다 잘 난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본성에 충실하여야 한다. 개인주의를 살리는 것이다.
 
 
3. 대한민국의 국가이상은 무엇입니까?

  국가이상이라는 생각 자체가 20세기 적이다. 서구사회는 이미 이런 생각은 1950년 이후 없어졌다. 그런데도 애국심이 높다. 조사에 의하면 애국심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이다. 그리고 애국심이 가장 약한 나라는 독일과 일본이다. 미국은 국민 본성에 충실하도록 이를 키워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례를 중시하고 민법이 중심이다. 반대로 독일과 일본은 법을 만들어 관리하고 규제했다. 형법이 중심이다. 1941년 12월7일 일본 해군기들이 미군 태평양 사령부가 자리 잡은 진주만을 기습할 때 미국 장군은 니미츠(Nimits)라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장군이었다. 1942년6월5일 태평양의 전략 요충지인 미드웨이 섬 전투에서 일본군의 최고의 명장이라는 山本56(야마모토이소로쿠)가 3배나 많은 병력에도 불구하고 대패했다. 그 이유를 보면 미국은 개개인이 용장이었던 반면에 일본은 집단을 지배하는 사람만 장군역할을 했던 것이다. 승패요인은 국민의 원형을 키운 나라가 이긴 것이다.
 
 
4. 세계에 기여할 우리나라의 고유한 또는 보편적 가치는 무엇입니까? 

  활의 원리 즉 양궁과 국궁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양궁은 거리가 30m, 60m, 90m이다. 반면 국궁은 145m이다. 크기도 양궁이 국궁보다 배 가까이 크다. 양궁은 첨단소재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국궁은 전통 소재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닥나무, 물 소뿔, 고래힘줄이다. 닥나무는 딱딱한 재질이다. 물 소뿔은 닥나무와 고래힘줄을 연결해준다. 고래힘줄은 부드럽다. 국궁은 딱딱함과 부드러움이 붙어 있다. 그런데 국궁이 양궁보다 멀리 가고 파괴력도 크다. 또 다른 예로 조선 장롱을 들 수 있다. 안은 부드러운 옷 나무이고 바깥은 딱딱한 참나무 등이다. 유강겸전(柔剛兼全)이다. 부드러움과 딱딱함이 상호작용을 통하여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유능제강(柔能制剛)이다. 부드러운 것이 딱딱함을 이긴다. 외유내강(外柔內剛),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내적으로는 강한 것이 우리의 특징이고 이런 것을 발전시켜야 한다.  

 
5. 선진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방안은?

  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교적 문화권에 속하는 국가인데 학생들이 한자를 너무 모른다. 일본의 발전은 세계 7대 문명국가축의 하나인 한자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자에는 어휘가 많다. 세계화는 언어의 단어수가 많고 적음도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다음 기초학문 발전을 도모하여야 한다. 우리는 기초학문이 너무 취약하다. 기초학문이라 함은 문과계열로는 문・사・철 즉 문학, 역사, 철학 등이고 이과계열로는 수학, 화학, 물리 등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들은 철저하게 기초학문을 가르친다. 이런 기초학문이 발전되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정리-한선재단 이용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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