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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사상 및 철학정립을 위한 인터뷰 3) 최정호 동아일보 객원대기자 (울산대 석좌교수)
 
2008-05-14 10:25:14


선진화 사상 및 철학정립을 위한 인터뷰 시리즈 3

- 최정호 동아일보 객원대기자(울산대 석좌교수) -

 
 
4월 2일 오후 1시 30분. 동아일보사 13층 대기자실에서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세일 이사장과 최정호 동아일보 객원대기자 (울산대 석좌교수)가 만났다. 청와대가 한눈에 보이는 사무실에서 그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동아일보 대기자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최정호 객원대기자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
 
박세일:
공사다망하신 가운데서도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를 드린다. 선진화된 대한민국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서 말씀을 듣고자 한다. 한국에 맞는 선진국의 모습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이제 대해 정리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지금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 중에 하나다. 대한민국이 아시아에서는 물론 더 나아가 세계 속에서 어떤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평상시에 느끼신 것들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의무교육보급과 산림녹화의 성공  

 
최정호:
감당하기 힘든 과제지만 내 나름대로 생각했던 것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한국 현대사를 정리할 때 해방 후 60년간 이룩한 업적은 무엇이었을까 하면 건국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를 든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바로 의무교육의 보급이라고 본다. 해방 후에는 배우는 것밖엔 살길이 없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학교를 보내지 않다가 해방 후 15-18세가 다되어서야 중학교에 입학하곤 했다. 예전부터 한국인들이 교육열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의무교육의 보급이라는 과제였을 텐데 우리나라는 소리없이 의무교육의 혁명을 훌륭히 성공해 내었다. 해방 후는 교육부, 교육관이 있지도 않았을 때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합십하여 학교와 교실을 짓고 교과서를 만들었다. 우리가 그간 잊고 있었지만 후세를 위해서도 자랑스럽게 기억해야할 해방 이후의 업적이라고 생각 한다

또한 해방 이후 우리네 산은 벌거벗은 산이었다. 시야에 가까운 산들은 장작을 때느라 다 베어버리는 통에 온통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었다. 한국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산과 더불어 사는 것이다. 산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했다. 예전에 본인이 유럽에 4-5년 정도 거주하고 있을 때 즈음 잘츠부르크에 간적이 있었다. 열차를 타고 가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깼는데 순간 내가 서울에 온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었다. 열차 창문 넘어로 산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을 내라는 차장이 독일어로 말하는 것을 듣고 착각했다는 것을 느꼈다. 산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눈을 들어 주위를 보았을 때 산이 보이는 나라는 드물다. 해방 이후 나무 한 그루 없던 우리나라 산들이 이렇게 녹음이 짙푸르게 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다. 국제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FAO)에서 19세기와 20세기 걸쳐 산림녹화에 성공한 네 국가를 꼽았다. 그중 3국은 영국, 뉴질랜드, 독일 이렇게 선진국이고 마지막 나라가 20세기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로 꼽히는 바로 우리나라 한국이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최정호 동아일보 객원대기자)
 

나 자신과 가문을 초월한 공(公)의 세계관을 정립해야

 
최정호: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들의 행동동기 중 가장 심리적인 내면에서부터 나오는 강력한 동기는 바로 “기복사상”에 있다고 본다. 기복사상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추구하는 삶의 기본적인 목적은 복을 빌고 복을 받는 것이었다. 고전문학에서 해피엔드의 상황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가라든지 등장인물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기원하는 내용 분석해 보면 쉽게 알수 있다. 예컨대 심청전에서 심 봉사의 기도내용이 그 예로 들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이 추구하는 복의 내용이 나온다. 전통적인 복의 내용을 보면 네거티브에서의 탈출이다. 첫째로는 요(夭)와 반대되는 수(壽), 둘째로는 빈(貧)과는 반대인 부(富), 셋째 천(賤)과 반대인 귀(貴), 마지막으로 무후사(無後嗣)와 반대인 다산(多産)이 전통적인 복의 내용이다. 이 중 근대에 와서 유일하게 흐려진 것인 다산(多産)이다. 요즘은 자식을 잘 낳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전통적인 복의 내용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귀(貴)라는 것이 유일하게 정신적으로 열린 개념 같지만 한국에서는 폐쇄적으로 개념으로 높은 벼슬에 대한 욕망으로 표현된다. 외국의 사상에서는 귀(貴)라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개념으로 인정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 범위가 대단히 한정된다. 세계문명국의 어원에 공(公) 또는 Public 이란 말이 있지만 한국어의 어원에는 찾아볼 수 없다. 고전문학에 나타난 한국의 기복사상을 보면 ‘공’의 개념이 나올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내 목숨만이 중요하다는 수(壽)의 개념이라든지 흥부전에서 등장하듯 형제와도 나누려 하지 않는 부(富), 가문의 영광을 위한 벼슬(貴)이 지배적이다. 벼슬을 다른 가문이 차지하게 되면 우리 가문의 이익이 줄어들기에 초조해하고 벼슬을 통해 얻은 부귀를 영구히 지속시키기 위해 후사를 많이 봐야하기 때문에(多産) 자식에 집착한다. 이런 기저 위에 공(公)의 세계가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고전소설에는 흥미롭게도 ‘친구’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나 외의 타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은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다룬다. 하지만 춘향전에서 이몽룡은 그가 데리고 다니는 몸종은 있지만 벗은 없다. 친구라는 것은 나를 초월한 타자의 존재고 나와 다른 타자와 대등하게 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의 세계다. 전통적으로 타자의 존재감이 부재한다. 나 자신과 가문을 초월하는 것이 공의 세계인데 한국은 전통적으로 나와 가문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전통사상의 약점이라고 본다.

박세일:

그러면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떻게 공의 세계관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진퇴(進退)에도 도가 있는 법이었다. 예전엔 옳지 않으면 벼슬을 하지 않는, 그래도 생각 깊은 선비들이 있었다. 요즘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공(公)에 힘썼던 위인들의 실례를 발굴해 널리 알리는 작업필요
 
최정호:

벼슬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자리를 거절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 이렇듯 퇴행적인 기복사상을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공의 세계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었다. 힘써 공(公)의 세계를 열었던 위인들이 있었다. 충무공. 세종대왕, 안중근 의사 등 그 실례인데 우리는 이를 발굴해서 알려야한다.
 
또한 조선시대 사림(士林)의 전통을  중요한 예 중 하나라고 본다. 사림들은 나라에 무슨 일이 있으면 밤을 새워 임금께 상소문을 올렸다. 한국의 상소제도라는 것은 정치학적으로나 정치사학적으로나, 문학적, 문화사학적으로나 보고이며 그 의미는 가치를 논할 수 없을 정도이다. 양과 질에 우선적으로 놀란다. 그리고 그 직언의 용기에 놀란다. 예전에 국제회의에서 조선시대의 상소제도에 대해서 발표를 했다. 본인은 조선의 상소제도를 "침묵의 팔리아먼트(Parliament)"로 발표했는데 후에 동료학자가 스크라이브먼트(Scribement, Scription+Parliament, 글을 통해 군왕에게 제언했다는 의미)로 명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사림은 귀를 벼슬로 생각하지 않았다. 부정한 벼슬을 하느니 조정과 도시를 벗어나서 사사로운 세계에 억매이지 않고 나라에 일이 있을 때마다 전심으로 상소를 올렸다. 이와 같은 사림의 정신과 전통은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 살려야할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민주공화국이고 언론이 보장된 사회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의 임기 말에나 비로소 문제를 공론화했지 재임 중 그 누가 사설에 올려 직언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그에 비해 조선시대 선비들이 얼마나 당당하게 직언을 했던가. 군왕은 물론 군왕 자식들에게도 옳고 그름을 직언했다.

(최정호 교수의 인터뷰를 경청하는 박세일 이사장)
 
박세일:

예로부터 지도자는 지도자의 길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지도자의 덕목을 본인들이 생각도 안하고 주위도 기대하지 않고 준비 없이 임하는 경향이 있다. 지적해주신 공(公)의 세계의 부족의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공론사상의 발굴, 계승해야

 
최정호:
삼봉집(三峯集, 조선의 개국공신이나 학자인 정도전의 집필문을 수집하여 1791년 간행된 시문집으로 조선시대 건국이념과 한국학 연구에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보다 앞선 16-17세기경에 집필된 저서다. 새 왕조 및 국가를 건설의 이념과 방향을 이토록 완벽하게 정리한 저서는 20세기에도 없다고 본다. 정도전은 삼봉집을 통해 국가기구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기본 철학으로 민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공론이라는 말이 서양에 등장한 것은 18세기 중엽으로 보고 있다 오스트리아 역사학자가 쓴 ‘공론의 세계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14세기 중엽부터 신진 사대부의 글 도처는 물로 왕조실록 1권에 공론(公論)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새 왕조의 덕목 중 아첨하는 말을 멀리하고 공론을 존중하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공의 세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앞서 했지만 아예 전무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조선 건국 초기의 등장한 공론사상이라든지 사림들의 상소제도의 전통 등에서 그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만 우리는 얼마든지 그 전통을 되살릴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박세일:
이율곡 선생의 글을 지금도 많이 읽는다. 국정개혁론이 잘 정리되어 있다. 당시 이야기를 지금 적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공론은 시대의 원기가 아니겠는가. 공론이 조정에 있으면 나라가 일어서고 공론이 위에도 아래도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공론이 나라의 중심이 되어야하고 이를 위해 씽크탱크와 학자들이 공론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공론을 바로세우고 리더십을 바로세우고, 공의 개념을 바로 세워 나가고 이래야 성숙한 민주주위가 되지 않겠는가. 이것이 핵심일 것이다.
최정호: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할 것이다. 재단에서 선진화 전략을 포괄적으로 정리하셨는데 자칫하면 도식화되기 싶다는 것을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공(公)과 사(私)의 조화의 문제가 그렇다. 당면한 시급 문제가 노사의 조화문제이고 사회적 법치문화국가를 이룩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복지사회성취(social achievement) 라고 한다. 의료보험 등 너무나 복지제도가 잘 되어있다. 우리가 근대화에 매진할 때 놓친 것은 바로 복지사회의 확립이었다. 사회보장주의는 뒤로 미루고 부국강병에만 치중한 경향이 있다.
 
또한 법치주의의 확립이야말로 선진화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승만 시대 한글파동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구한말의 한글사용법처럼 당시 문법을 바꾸라고 이 전 대통령이 지시한 사건이었다. 황제도 문법가 위에 설수 없다는 것이 로마시대의 사상이었는데 대통령이 문법도 바꾸려는 세상이 되었다. 하물며 법은 오죽하겠는가. 라는 것이 단순한 화해나 조화의 차원을 떠나서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한다.
 
1810년의 홍경래의 난, 진주농민봉기 그리고 동학혁명에 이르기까지 19세기는 그야말로 민란의 시대였다. 무려 30개 도시에서 민란이 일어났다. 그 때부터 한국 사회에서 반체제, 반기성질서, 반권력, 반제국주의까지 그 맥이 이어져오고 있다. 한국사회의 상처지만 이 민란의 전통을 수렴하고 체제화할 수 있는 큰 컨셉이 필요하다. 다른 용어를 쓰더라고 사회국가 즉 Social State라는 개념의 연구도 정립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박세일:
세계화되면 공동체가 흔들릴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공동체 강화에대한 제도확립에 앞서 사회적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동체 강화를 제도화 할 때 유럽의 경우의  단점을 교훈삼고 장점은 살려서 제도화해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평등의식이 강하다. 그러나 평등의식은 강하면서 반면에 공(公)에 대한 의식은 약하다. 어쩌면 모순이 되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학교 안팎에서 교육해야한다고 본다.
최정호:
옳은 말씀이다. 또한 서울과 지방의 문제를 언급하고 싶다. 이것은 거의 유(有)와 무(無)의 문제다. 일극중심의 중앙집권화라는 1000년이나 되어버린 한국전통의 왜곡을 이제는 역전해야하지 않겠는가. 이것은 조화의 문제가 아니다. 조화는 이미 깨진지 오래고 앞으로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이런 문제의 논의와 해결 없이 선진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한담 정도로 그치는 것밖에 안 된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닌가 싶다. 서울과 지방의 문제를 포함하여 사회나 법치문제를 한선재단에서 어젠다화 해주면 좋겠다. 
박세일:
재단의 어깨가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웃음). 그렇다면 앞으로 문화국가로의 방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 듣고 싶다.
최정호:
낙관적이다. 21세기 제3의 문화르네상스 시대가 온다고 본다. 세종 때 제 1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고 훗날 300년 후 18세기 영조시대 제 2의 시기가 돌아왔다. 현실을 봤을 때 제 3의 문화중흥을 위한 인프라는 구축되어있다고 생각한다. 15세기가 문화중흥의 중심으로서의 세종의 세계였다면 18세기는 중인의 세계로 볼 수 있다.이제 21세기는 시민의 세계가 될 것이다.

박세일:
 
오늘 시간을 내어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를 드린다. 해주신 모든 말씀 잘 정리하여 올바른 방향설정에 참고하도록 하겠다.
 
 
[정리=한반도선진화재단 윤민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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